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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킹스맨 : 골든 서클>, 시리즈물 영화가 망가지는 나쁜 예
<김기범의 시네 리플릿> 천박함은 살리고 고급화는 죽이는 무의미한 명배우 소모
2017년 09월 20일 (수) 김기범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기범 기자) 

   
▲ 영화 <킹스맨 : 골든서클> 포스터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화려하게 등장했던 전편의 위세를 한껏 등에 업고 시리즈로 제작하는 영화들이 따라가기 쉬운 전형적인 공식이 있다.

문제는 그 공식이 전편 못지않은 성공을 담보하기 보다는 실패의 길로 치닫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

일례로 <킹스맨>처럼 코미디와 액션이 버무려진 스파이 활극의 경우, 대개는 업계의 고참과 새롭게 입문한 신참의 만남으로 시리즈가 출발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비밀조직에 가담해 좌충우돌하던 신입 요원이 어느덧 햇병아리 티를 벗고 팀의 중추로 활약할 즈음, 전편에서 죽거나 사라졌던 베테랑 요원이 화려하게 재등극하는 클리셰는 <맨 인 블랙 2>에서 이미 그 절정을 선보였다.

문제는 창의력이다.

애당초 <킹스맨>이 B급 성향의 비주류 요소를 대놓고 표방했음에도 평단과 대중의 입에 오르내릴 수 있었던 것은 틀에 박힌 사고를 벗어나 신선하다 못해 어이없는 파격과 창의가 도사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개봉하는 <킹스맨 : 골든 서클>은 전편과 동일한 매튜 본 감독의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의 밋밋하고 반전 없는 서사가 최우선적인 특징으로 자리 잡을 듯하다.

보다 적나라하게 표현한다면 앞으로 있을 긴 추석 연휴를 맞아 머리 비우고 시간을 소진시킬 요량의 국내 관객들에게 킬링 타임용 콘텐츠를 그럭저럭 선사하는 수준이다. 

독창적이고 개선된 시나리오 대신에 감독은 현란한 비주얼을 택했다.

경쾌한 음악이 흐르는 엽기적인 신체 훼손 장면은 폭력 묘사가 주는 원초적 쾌감을 가감 없이 즐기자는 <킹스맨>의 원칙에 부합하듯 업그레이드됐다.

소위 ‘병맛’ 이라 일컬어지는 개그 센스와 물리 법칙은 가뿐히 무시하는 액션과 유혈, 여기에 기성 문화를 조롱하는 듯한 B급 정서 등 <킹스맨>의 혈관에 타고 흐르는 기본 정신은 여전히 유효하다.

인물들의 손발을 쫓아가고 과장된 동작을 속도감 있게 분할 편집하며 밀어붙이는 연출 감각도 일부 매니아들에게는 여전히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본디 이 영화의 전편이 대중을 열광케 했던 이유는 간만에 맛보는 영국 신사의 전통적인 품격과 세련된 대사 그리고 007 시리즈에 대한 오마주 등 그동안의 현대식 스파이 장르에 지쳐 식상해진 관객들을 후벼 파는 감각적 메타포의 창출에 있었다. 

<킹스맨>의 모토이자 시그너처라 할 수 있는 ‘Manners, Maketh, Man.’ 에 대한 터프한 미국식 발음과 억양을 듣는 것만으로 만족하기에는 요즘 대중들의 시선과 수준은 녹록치 않다.

시리즈물들이 늘 그러하듯 전편을 상징하는 명장면들이나 명대사들이 전가의 보도인양 재림하는 것은 신선하고 독창적이었던 <킹스맨> 1편의 위상을 깎아 내리는 것에 불과하다.

전편의 신화를 만들었던 주요 등장인물들이 영화 초반에 쉽사리 산화한다던가, 지리적 배경만 달라질 뿐 비슷한 형제 조직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 또한 기존의 명절용 홍콩영화에서 수 십 년 전에 익히 봐왔던 속절없는 시나리오다.

여기에 미국을 대표하는 여배우인 할리 베리와 할리우드의 신세대 주역 채닝 테이텀, 그리고 관록의 제프 브리지스는 거친 미국인 캐릭터의 매력을 발산하기는커녕, 이름에 걸맞은 존재감도 보이지 못하고 덧없이 소모되고 만다.

기라성 같은 배우들의 이름을 백화점 식으로 나열하며 의존할 뿐, 진정한 비중의 배역을 주지 못하는 전형적인 나쁜 예다.

그나마 극 중 ‘멀린’ 으로 등장하는 마크 스트롱이 부르는 존 덴버의 노래가 영화 말미에 순간적인 감정의 정화를 관객에게 던져주고, 삭막한 사막에 핀 선인장 꽃처럼 양념 역할을 하는 엘튼 존의 감초 연기가 위안을 삼을 만하다.

여기에 줄리안 무어의 뇌쇄적인 매력을 바라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 이들을 타겟팅 했다면 감독의 통찰력은 어느 정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 는 영화계의 속설을 여실히 증명한 것을 떠나, 관객들의 가슴 속에 오롯이 남아 있을 1편에 대한 좋은 기억조차 살리지 못한 채, 시리즈의 지속가능성에 일말의 아쉬움을 남긴다는 게 안타깝다.

세상을 구하는 비밀 요원들의 애환 못지않게, 세상으로부터 버림받는 이들에 대한 교훈적 메시지는 애처로웠으나 어설펐으며, 관객의 시선을 분산시켰다.

확실한 대중성을 확보하는 데에 <킹스맨>의 효자 노릇을 했던 B급 정서가 전형을 비틂으로써 새로운 전형을 완성시키는 전략적 브랜드가 아니라 확고한 전술적 이미지로 고착화 될까 두려운 지점이다.

기존 <킹스맨>의 천박함은 고급문화의 세계에 들어가는 스파이물의 독특한 장치이자 무기였기 때문이다.

이번에 개봉하는 <킹스맨 : 골든 서클>은 끝의 시작이 아니라 시작의 끝에 불과한 만큼 앞으로 새로운 심기일전이 필요할 것이다.

전편에서 죽었던 주인공이 극적으로 부활하며 시리즈 후편을 잇는 작업은 그동안 손쉽게 보던 전통 방식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해리’ 는 그렇게 안이하게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다.

무너진 킹스맨 양복점을 재건할 수 있을지 의문과 회의가 든다.

9월 27일 개봉한다.

전편을 능가하는 유일한 발전으로 볼 수 있는, 더 거칠어진 자극적 장면때문에 청소년 관람 불가다.


뱀의 발 : ‘로켓 맨’ 엘튼 존의 연기가 나름 압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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