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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의 인사(人事)는 망사(亡事)인가?
<기자수첩> 결국 곪아터진 강원랜드의 채용비리
2017년 09월 22일 (금) 김기범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기범 기자)

   
▲ 채용비리로 검찰이 전격 압수수색한 강원랜드 인사팀 사무실 ⓒ 뉴시스

공정한 사회진출 발판의 위상이 아쉬운 강원랜드

대한민국 공기업들의 인사비리와 도덕적 해이가 위험 수위로 치닫다 못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 20일 검찰은 강원랜드를 비롯해 한국서부발전, 대한석탄공사, 한국디자인진흥원 등 공공기관 4곳에 대해 인사비리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설상가상으로 국가금융정책을 관리·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의 채용비리 정황까지 발각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 공공부문 곳곳에 고색창연(?)하게 만연한 부정과 비리의 실태가 조목조목 드러나는 대목이다.

특히 정부와 지자체가 대주주인 강원랜드의 인사비리는 조직적이고 유기적이다.

강원랜드는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블랙잭이나 바카라처럼 중독성이 높은 사행산업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기업이다.

폐광이 즐비한 지방에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광산업 진흥이라는 미명으로 탄생한 공기업이지만, 전체 매출의 95%는 카지노에서 나온다. 애당초 도박산업이라는 태생적 한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채 태동한 집단이란 의미다.

부대사업으로 스키장과 골프장을 겸하는 하이원 리조트까지 두는 등 대기업 못지않은 방만한 경영을 하고 있지만, 엄연히 대한민국 국민의 세금으로 설립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이러한 강원랜드가 2012~2013년 당시에 채용한 교육생 518명 중에 무려 95%에 해당하는 493명이 공채를 가장한 청탁에 의해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팀장의 지시를 받은 인사과 직원들이 인사 시스템에 몰래 접속해 청탁으로 내정된 지원자들의 점수를 조작했고, 인·적성검사 결과는 유명무실한 참고자료로 전락했다. 또한 면접 전형에서는 심사위원들이 청탁 대상자들에게 안정적인 합격권 점수를 부여했다.

그야말로 비리 앞에서 혼연일체가 된 팀워크의 일사불란한 발산이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의 중심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이 의회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승리라고 외치던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의 이름이 거론된다.

권 위원장의 5급 비서관 출신인 강원랜드의 한 직원은 처음부터 결여된 자격 요건임에도, 2013년 특정 직군에 지원해 최종 합격한 실상이 노정됐다. 학력과 경력에서 함량 미달인 지원자가 3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서류와 면접만으로 2014년 1월 과장으로 입사한 것이다.

또한 2012~2013년에 일어난 채용비리를 자체 감사한 강원랜드에 따르면 인사팀에서 작성한 ‘청탁 명단’ 에 10명 이상이 권 위원장 쪽 청탁 대상자로 분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태백·정선을 지역구로 하는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2~2013년 강원랜드 신입사원 모집 때 채용을 청탁한 80여 명 중 족히 20~30명은 합격됐다는 사실도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있다.

한때 ‘인사(人事)가 곧 만사(萬事)’ 라는 말이 유행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쯤 되면 인사가 ‘망사(亡事)’ 수준이다.

부패 척결과 선명한 인사 관리에 앞장 서야 할 공기업과 공공기관들이 오히려 사회 진출의 공정한 기회를 박탈하는 망국적 백태는 이들의 실제 소유주인 국민의 신뢰와 혈세를 날려버리는 명백한 범죄 행위다.

‘진정한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 는 순수한 신념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장삼이사들을 깊은 절망과 무력의 나락에 빠뜨리는 것은 덤이다.

대한민국의 공기업은 그 안정성과 신분 보장 때문에 소위 ‘신의 직장’ 으로 불린지 오래다. 그만큼 우수한 인적 자원들이 살인적인 경쟁률을 뚫고자 피 말리는 입사 시험을 다년간에 걸쳐 준비한다.

오랜 시일에 걸쳐 투입된 노력과 자원을 허망하게 만드는 폐해는 비단 취업 준비생 당사자에게만 끼쳐지는 해악이 아니다. 그를 바라보는 주변 가족의 희망과 기대를 실망과 좌절로 변질시키는, 잔인한 반사회적 행위임을 깨닫는다면 허투루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안정적인 공기업에 지원하려는 숱한 취업 준비생과 내부에서 조직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 그리고 지역 주민들의 허탈감이 지금이라도 보상받아야 하는 이유다.

공기업의 주인은 국민임을 잊지 말아야

문제는 매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공기업과 공공기관에 낙하산식 인사를 흩뿌리는 구태적 관행이다.

전문성은 배제된 채, 오로지 정권과 코드가 맞는다면 무차별적으로 내려 보내지는 공기업의 수장들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한다. 정권과 외부 실세들의 강압이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낙하산 인사들을 근절하지 않고서는 무한궤도 같은 악순환의 반복만이 있을 뿐이다.

조직의 수장뿐만 아니다.

외부 전문가의 미명하에 각 정권의 입장을 대변하며 거수기 역할을 하는 사외 이사들도 문제다.

공적 자금과 직원들의 열정, 그리고 지역주민들의 관심으로 버티는 공기업은 이제 원주인인 국민의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렇기에 차제에 적폐 청산의 기치를 드높이며 출범한 현 정부가 공기업에 대한 처절한 개혁 의지를 적극적으로 피력해야 한다. 동시에 이전 정권과 연관된 공기업 인사에 대한 탄압이라는 오해도 불식시키는 투명성으로 국민의 호응과 납득을 도출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적어도 정권의 꼭두각시 노릇을 한, 교수 출신 사외이사 퇴진을 외치는 볼썽사나운 장면이 또다시 신성한 상아탑 안에서 연출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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