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대전]현대건설 정수현 vs. GS건설 임병용, 'CEO 명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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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대전]현대건설 정수현 vs. GS건설 임병용, 'CEO 명운 걸렸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7.09.22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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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경영' 일환으로 물러난 전임 사장 사례…"부담 상당할 것"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서울 반포주공 1단지(1·2·4주구) 재건축사업 수주를 둘러싼 현대건설(대표이사 정수현)과 GS건설(지에스건설, 대표이사 임병용) 간 혈투가 치열한 가운데, 승패에 따라 양사(社) 사령탑의 앞날이 엇갈릴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반포주공 1단지 재건축사업은 공사비 2조6411억 원, 총 사업비 8조 원에 이르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재건축사업이다. 어지간한 대형 건설사의 1년 치 주택 부문 실적과 맞먹는 금액이다.

승자는 국내 최대 재건축 아파트 단지를 시공했다는 명예, 대한민국의 랜드마크를 건설했다는 자부심까지 얻게 된다. 명실상부 국내 최고 건설업체임을 국내외에 알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반면, 패자는 막대한 기회비용을 허비한 셈이다. 단기적으로는 매출 하락, 장기적으로는 패배감과 무력감에 허덕여야 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형 건설사 간 경쟁에서 밀린 만큼, 기업·브랜드 이미지 타격도 예상된다.

이번 사업 수주 여부에 정수현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사장 등 두 회사 CEO의 명운이 걸렸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김중겸 前 현대건설 사장·허명수 前 GS건설 사장…내외풍에 '자진사임'

더욱이 양사는 '책임경영'을 명분으로 사장을 교체하거나, 스스로 물러난 과거 사례가 있는 회사다.

정수현 사장의 전임 김중겸 전(前) 사장은 임기 만료를 2년 가량 앞둔 2011년 5월 전격 교체됐다. 표면적으로는 일신상 이유에 따른 김 전 사장의 자진사임이었지만 실상은 당시 현대건설을 인수한 현대자동차그룹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김 전 사장이 퇴임하고 불과 3일 만에 당시 현대엠코 사장을 맡고 있던 정 사장을 현대건설의 새로운 수장으로 임명했고, 이후 현대엠코는 현대건설과 합병됐다. 합병의 최대 수혜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장남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당시 현대엠코 단일 최대주주)이었다.

아울러, 김 전 사장이 물러난 배경에는 잇단 저가 해외 수주에 따른 부실채권 발생도 깔려있었다. 실적은 좋은데 내실을 잃었다는 비판이 사내에 팽배했던 것이다. 결국 외풍과 내풍에 견디지 못한 셈이다.

GS건설도 마찬가지다. 임병용 사장의 전임 허명수 전 사장은 GS그룹 오너가(家)임에도 12년 간 맡았던 GS건설 사장 자리를 스스로 내려놔야 했다. 허 전 사장은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셋째 동생이다.

이유는 실적 부진이었다. 허 전 사장은 2013년 6월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최근 직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CEO를 사임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해 1분기 GS건설은 544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반포주공 1단지 사업을 수주하지 못할 경우 임 사장의 미래가 불투명한 까닭이 하나 더 있다. 그가 비(非)오너가이기 때문이다. GS건설은 2015년 허창수 GS그룹 회장 장남 허윤홍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켰다. GS그룹은 장자승계 원칙이 선명한 재벌기업이다. 업계에서는 GS건설을 발판으로 허윤홍 전무가 경영권 승계작업에 나설 공산이 크다는 게 지배적이다.

'발등에 불 떨어졌나'…정수현·임병용, 재건축 수주전 사상 최초 CEO 브리핑

▲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왼쪽), 임병룡 GS건설 사장. 역대 최고의 국내 재건축사업 수주전에 두 회사 대표이사들의 거취문제가 달린 모양새다 ⓒ 뉴시스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임병용 GS건설 사장은 이 같은 점을 의식한 듯 지난 21일 직접 반포주공 1단지 조합 시공사 선정 합동설명회에 참석해, 브리핑에 나섰다. 재건축 수주전에 양사 CEO가 직접 나선 건 사상 최초다.

이 자리에서 정 사장은 "현대건설은 반포1단지가 갖고 있는 상징성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며 "대한민국 최고라는 명예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현대건설이 함께 만들겠다"고 말했다.

임 사장은 입찰제안서 상세 내역 비공개 방침을 밝힌 현대건설을 향해 작심한 듯 날 선 발언을 했다. 그는 "조합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내역을 신속히 공개해야 한다"며 "총회에 임박해서 공개하면 시간이 없다. 형식상 공개했다는 명분만 주기 때문에 정말 최악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22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지는 쪽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 눈에 보이는 외상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내상이 상당할 것"이라며 "두 회사 사장들도 거취문제가 거론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부담감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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