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15 금 17:16
> 뉴스 > 오피니언 > 기자수첩
     
민주당, 대의명분과 타이밍을 놓쳤다
<기자수첩>자승자박·소탐대실, 적폐청산 의지는 있나
2017년 09월 24일 (일) 박근홍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김명수 대법원장 인준안이 지난 21일 역대 최저 찬성률 53.7%를 기록하며 국회를 겨우 통과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반대 당론을 정했지만 국민의당이 자율투표를 실시한 데 따른 결과였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인준 부결 당시 캐스팅보트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던 국민의당이 이번에는 다른 선택을 한 것이다.

왜 국민의당은 이처럼 '아수라 백작' 같은 행보를 보인 걸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여의도 정가에서는 대법원장 인준안 처리 직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19대 대선 당시 서로 제기한 소송을 취하한 부분이 배경에 깔려있다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대법원장 인준안 처리와 개헌·선거구제 개편 등을 조건으로 양당 간 무더기 고소·고발 취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이러한 조치가 대법원장 인준에 전혀 영향이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문준용 제보조작 사건에 연루된 국민의당 관계자 중 유일하게 이번 소송 취하 대상에 포함됐다. 이밖에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 같은 당 안민석·유은혜 의원,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와 같은 당 손금주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국민의당을 제외한 야권에서는 이를 강력히 성토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은 '정치적 야합에 의한 검은 뒷거래', 바른정당은 '저잣거리 시정잡배들과 같은 이면계약'이라며 날 선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반면, 민주당은 '인준안 표결과 소송 취하는 상관없다'고 일축했다.

때에 따라서는 적과도 타협하고 거래를 할 수 있는 것이 정치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야권의 날 선 비난은 정치의 기본도 모르는 몰상식한 네거티브다. 하지만 집권여당의 치명적인 실착이 있기에 이들의 비난은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 더불어민주당이 김명수 대법원장 인준안 처리 과정에서 소탐대실했다. 대의명분도 잃었고, 자신들을 승리로 이끌었던 원동력마저 잃었다. ⓒ 민주당 PI

민주당이 20대 총선과 19대 대선에서 승리한 원동력은 '적폐'였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대표되는 박근혜 정권의 부정부패, 이를 비호하는 당시 새누리당 내 친박(친박근혜)계를 적폐세력으로 규정하는 프레임을 내세워 국민들의 호응을 얻은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정권교체를 이룬 후에도 계속 이 같은 전략을 고수했다. 정치·경제·문화 등 사회 전(全)분야에 걸쳐 적폐청산을 천명했고, 이 같은 프레임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적폐로 몰아붙였다. 적폐청산이라는 '대의명분'을 국민이 지지해 주고 있다는 확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이수 헌재장 인준 부결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국민 기대를 철저하게 배반한 무책임의 극치"라고 말했고, 추미애 대표는 "뗑깡을 부린다"고 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한 발 더 나아가 "적폐세력인 자유한국당의 환호를 국민의당이 함께했다"며 야권을 '적폐연대'로 규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번 대법원장 인준안 처리 과정에서 국민의당과 수상한 뒷거래를 단행했다. 내세운 명분은 고작 '헌정 사상 초유의 사법수장 공백을 막아야 한다'는 허울만 좋은 구호에 그쳤다. 국민을 바라보는 대의명분이 아니었다. 자신들의 명예를 지키기에만 급급했다.

그야말로 자승자박(自繩自縛)과 소탐대실(小貪大失)이 아닐 수 없다. 자신들이 적폐로 몰아붙인 세력과 밀실야합을 시도했으니, 자신들이 내세운 적폐 프레임에 스스로 들어갈 꼴이다. 야합이 아니라는 부인을 받아들이더라도 대의명분이 없으니, 눈앞의 작은 이익에 집착하는 소인배와 다를 게 무엇인가.

호연지기(浩然之氣) 없는 민주당에게 과연 적폐청산의 의지는 있는지 의문이다. 집권여당만이 누릴 수 있는 권력에 불과 반년도 지나지 않아 취한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타이밍'이 아쉽다. 여소야대 정국임을 알면서도 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대선 직후 즉각 야권과의 소송을 취하하지 않았을까. 진작 승자의 아량과 관대함을 베풀었다면 자승자박과 소탐대실에 빠지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향후에도 높은 지지율이 계속 뒷받침되리라 판단하고 있다면 큰 오산이다. 정치는 생물이다. 변화와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렵다. 필요할 때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들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때에 따라서는 적과도 타협하고 거래를 할 수 있는 것이 정치다. 하지만 대의명분과 타이밍이 부재한 적과의 타협은 야합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적폐다.

박근홍 기자 sisaon@sisaon.co.kr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IT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관련기사
· ‘살라미 전술’ 취한 국민의당… 몸값, 천정부지(天井不知)· [김명수 인준 가결①] 바른정당, "실망스럽다"
· [김명수 인준 가결②] 막전막후… 한숨 돌린 민주당· [김명수 인준 가결③] 한국당의 숨 가빴던 2시간
· 김이수와 김명수가 남긴 것· 국민의당 “청와대, 읍쇼(泣Show) 말라”
ⓒ 시사ON(http://www.sisao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신문사소개 | 회사위치 | 광고안내 | 제휴안내 | 기사제보 | 구독자불편신고 | (정기)구독신청 | 저작권문의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 청소년보호정책
시사오늘 : 121-844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북로 16길 14 (성산동 113-3, 명문빌딩 3층) : 전화 02)335-7114 : 팩스 02)335-7116
발행·편집인 정하균ㅣ정기간행물 서울다07947ㅣ등록일자 2008년 3월 17일
-------------------------------------------------------------------------------------------------
시사ON : 발행·편집인 정하균ㅣ정기간행물 서울아01018ㅣ등록일자 2009년 11월 6일ㅣ청소년보호책임자 정하균
Copyright 2005 펜과오늘.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sisa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