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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창조설 뒤집은 천재과학자 ‘케플러’에게 선사하는 음악
오펜바흐의 '자크린느의 눈물'
2017년 09월 28일 (목)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살아가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중에서도 어떤 사람과는 아무런 연고나 동기가 없이 만났지만 갈수록 인연이 깊어지는 경우가 있다. 필자는 이런 경우의 인연 중에 존경하는 수학자 한 분이 있다. 포항공과대학 수학과 강 병균 교수가 바로 이런 인연이다. 강 교수는 수학자이지만 종교 철학에 있어서 종교학자들보다 훨씬 더 남다른 깊이와 폭과 논리를 가지고 있다. 이 분과 친해지게 된 것은 잠자리 날개가 바위를 스쳐서 그 바위가 하얀 가루가 되는 인연이 나한테 있었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 음반 HARMONIES DU SOIR - VIRTUOSE CELLOROMANTIK(저녁의 선율) ⓒ김선호 음악칼럼니스

강 교수는 '불교닷컴'이라는 웹페이지에 칼럼을 쓰고 있다. 여느 과학자들과는 다른 방대한 지식과 식견, 그리고 종교적 깊이에 그저 입이 딱 벌어질 뿐이다. 필자는 강교수의 열렬한 팬이다. 사실 종교단체의 웹 페이지에 칼럼으로 그냥 실어놓고 말기에는 너무나도 아깝고 소중한 글들이라서 필자는 꼭 책으로 엮어 내고 또 영문으로 번역해서 영어권에서도 출판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그 글들 가운데에는 명문이 여러 군데 있지만 특히 아름답고 심오한 글이 있어서 여기 짧게나마 한 부분 옮겨본다.

"지평선 너머에는 지평선이 없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지평선이 있을 뿐이다. 아무리 아(我)를 넘어선 아(我)를 찾으려 해도, 또 다른 아(我)일 뿐이다. 미개한 유심론(참나론 眞我論 atman론)은 유물론이다. 오히려 진화한 유물론이 유심론이다. 인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통찰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인류과학·문명의 역사는 무수한 과거의 미개한 유심론(唯心論)들과 유신론(有神論)들의 공동묘지이다."

강 교수의 글에 나오는 바로 이 ‘공동묘지’를 만드는데 기여한 사람 중에 (근세 인류 역사에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과학자로는 보통 세 명을 꼽는다.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이*와 만유인력을 발견한 뉴턴, 그리고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 1809.2.12 ~ 1882.4.19)*이다.

   
▲ 창조설을 전면적으로 뒤짚은 연구 결과를 발표한 천재과학자 케플러(왼)와 1945년 영국 태생의 첼리스트 Jacqueline Du Pre,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스

그러나 필자는 찰스 다윈과 다른 한명을 꼽고 싶다. 바로 케플러(Johannes Kepler, 1571.12.27 ~ 1630.11.15)* 이다. 그 이유는 당시 세상을 지배했던 창조설, 즉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는 신의 뜻에 의하여 창조되고 지배된다는 신중심주의 학설을 전면적으로 뒤집는 엄청난 연구 결과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느님이 창조한 지구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간다는 사상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를 포함한 6개의 행성이 돌아간다’는 케플러의 제1법칙을 주장했으니 사실 목을 내놓고 논리를 편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케플러는 신교도들의 엄청난 박해 때문에 1600년에는 프라하로 망명하기도 했다. 이 두 가지 업적은 새로운 진리의 시대를 열어 인류의 역사와 문명에 커다란 발전을 가져온 것이 아닐 수 없다. 특히나 케플러는 곤궁한 생활과 눌변으로 강단에서조차 별 인기가 없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같은 궁핍 속에서 평생을 하늘 연구에 바치고 그가 마지막으로 숨을 거두기 전 자신의 묘비에 이렇게 써 달라고 유언한다.

“어제는 하늘을 재더니

오늘 나는 어둠을 재고 있다.

나는 하늘로 뜻을 펼쳤지만

육신은 땅에 남는구나 !“ *

이 가슴이 뭉클한 묘비명은, 말 그대로 묘비명이기도 하지만 한 구절의 아름답고 처절한 현인의 시(詩)이라고 생각한다. 묘비명도 참으로 여러 가지이지만, “내 우물쭈물하다가 이럴 줄 알았다”라고 묘비명을 남긴 영국의 독설가 버나드 쇼의 묘비명 같은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묘비명이다. 이 현인이 귀천한지는 벌써 385년이 지났지만 필자는 그에게 꼭 보내고 싶은 음악이 하나 있어서 골랐다.

오펜바흐(Jacques Offenbach, 1819년 6월 20일 ~ 1880년 10월 5일)의 ‘자크린느의 눈물’.

이곡은 19세기의 작곡가 Offenbach의 첼로 연주곡이었다. 실제로 작곡은 해놓았는데 발표되지 않았던 것을 후세의 첼리스트 Werner Thomas가 찾아 낸 후 '쟈클린의 눈물(Les lames du Jacqueline)‘이란 제목으로 발표하며 비운의 첼리스트 쟈클린 드푸레(Jacqueline Du Pre)에게 헌정하였다 한다. 견강부회일지는 모르나 비운의 천문학자와 비운의 첼리스트가 왠지 아주 작은 동질성이 있는 것 같다고 필자는 느꼈다.

이 곡의 이름이 된 Jacqueline Du Pre라는 첼리스트는 1945년 영국 태생으로 옥스포드의 상류가정에서 좋은 음악교육을 받고, 어릴 때부터 세계적으로 각광 받으며 전도가 촉망되는 여류 첼로주자로 성장하였다. 그리고 그녀의 나이 22세 때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이던 다니엘 바렌보임(Daniel Barenboim)과 결혼했다. 그러나 결혼 5년 후 '다발성경화증'이라는 희귀한 병에 걸려 몸의 근육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이로 인해 결국 남편 다니엘 바렌보임에게 외면당하고, 세상에서도 점차 잊혀져갔다. 외로운 병실에 누워서 홀로 지난날 자신의 연주를 듣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던 그녀는 1987년, 42세로 요절하게 된다. 그녀는 사망 직전, 자신의 전기를 쓰던 작가에게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남겨달라고 했다 한다.

"음악을 들을 때마다 온몸이 찢겨 나가는 기분이에요. 눈물조각처럼..."

보통 국민들이 이 곡을 하루 종일 듣는 경우가 극히 어쩌다가 있는데, 대통령이나 영부인 사망 때와 같은 국상(國喪)이나 국민장(國民葬)이 있는 경우 방송국에서 하루 종일 틀어 놓는다. 슬프고 애절한 곡이기 때문에 이 곡을 방송하는데, 가만히 들어보면 참으로 가슴을 울리는 아름다운 곡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74년 8월15일 육영수여사가 사망한 날을 비롯하여 국민장을 치르던 며칠간과 ,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망한 날과 국상을 치르던 며칠간 이 곡이 각종 방송사에서 지겨울 정도로 방송되었다. 너무나도 슬프고 아름다운 곡이기는 하지만 연주 시간 약 15분 언저리인 곡을 하루 종일 반복해서 며칠 동안 들으면, 듣는 이에게는 ‘아름답지만 무지하게 지겨운 곡’이 되기도 한다.

 

* 갈릴레이도 1915년 로마 교황청에서 심문을 받고 그의 지동설을 철회한다. 이와 관련, 1616년 2월 26일 로마 교황청 추기경위원회 의사록 일부를 첨부한다.

‘존엄하신 벨라르미노 추기경은 갈릴레이에게 전술된 견해는 오류이며 그와 같은 견해를 포기하는 것이 좋다고 경고했다. 그 직후 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지시하고 명령했다. 갈릴레이는 전술한 바와 같이, 태양이 세계의 중심이고 돌지 않으며 지구는 돌고 있다는 견해를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 그는 지금부터 말과 글을 포함하여 어떤 방식으로든 그 견해를 지속적으로 주장하거나 가르치거나 옹호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추기경위원회의 제재가 가해질 것이다. 갈릴레이는 이러한 지시에 따르고 순종할 것을 약속했다.’

 

* 찰스 다윈의 저서 '종의 기원' 마지막 문장

   
▲ 진화론 발표 당시 찰스 다윈을 조롱하는 가십 삽화들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원래 극소수 또는 하나의 형상에 몇 가지 능력과 함께 숨결이 불어 넣어졌고, 그 뒤 이 행성이 정해진 중력 법칙에 따라 계속 도는 동안에, 처음에 그토록 단순했던 것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경이로운 무수한 형상들로 진화해 왔고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는 이런 생명관에는 장엄함이 있다.”

 

* '케플러의 법칙'에는 세 가지가 있다.

 제1법칙 :타원 궤도의 법칙으로서 모든 행성은 태양을 한 초점으로 하는 타원 궤도를 그리면서 운동한다. 타원이란 두 초점으로부터의 거리의 합이 같은 점들의 자취이다.

제2법칙 :지구는 태양에 가까워질수록 회전속도가 빨라지고 상대적으로 멀어지면 회전속도가 느려진다. 또한 지구가 타원 궤도를 돌 때 매 순간 훑고 지나가는 넓이는 항상 일정하다. 이것을 면적속도 일정의 법칙이라고 한다. 태양에서 멀리 떨어진 곳을 지날 때는 태양의 중력에 대한 위치 에너지가 크므로 운동 에너지가 작아야 하고 속도가 줄어든다. 반면에 태양과 가까운 곳을 지날 때는 위치 에너지가 작아지므로 운동 에너지가 커져서 속도가 증가한다. 이와 같은 현상이 기하학적으로는 ‘면적 속도가 일정하다.’라는 것으로 나타난다. 1609년 저서 ‘신(新)천문학(Astronomia nova)’.

제3법칙 : 행성이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의 제곱은 행성궤도 반경의 세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이 케플러의 제3법칙인데, 여기에 원운동의 일반적인 성질을 결합시키면 만유인력의 법칙이 유도된다. 따라서 케플러의 제3법칙 속에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이 도출되는 것이다. 1619년 행성의 태양으로부터의 거리와 그 주기의 관계를 밝힌 제3법칙을 논문 ‘세계의 조화(Harmonice mundi)’에서 이를 밝혔지만 이러한 각 법칙들은 뉴턴의 출현 이전에는 인정받지 못하였다.

 

 
 

김선호 / 現 시사오늘 음악 저널리스트

- 한국외국어대학교 문학사
-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문학석사
- 월드뮤직 에세이<지구촌 음악과 놀다> 2015
- 2번째 시집 <여행가방> 2016
- 시인으로 활동하며, 음악과 오디오관련 월간지에서 10여 년 간 칼럼을 써왔고 CBS라디오에서 해설을 진행해 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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