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그래도 추석이다" 희망 품는 조선업 근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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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그래도 추석이다" 희망 품는 조선업 근로자들
  • 장대한 기자, 울산=전기룡 기자
  • 승인 2017.09.29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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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단협 결렬에도 반가운 수주 소식…"내년에는 낫겠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장대한 기자, 울산=전기룡 기자)

최장 열흘간의 추석연휴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조선업 근로자들의 마음에는 근심이 가득하다. 지난해도 어렵다, 죽겠다는 곡소리가 끊이질 않았지만 올해 역시 피부로 느끼는 경기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가족들과 즐거운 연휴를 보낸다는 생각에 들뜬 기분도 잠시뿐, 앞으로 어쩌나 하는 걱정에 가슴은 답답하기만 하다.

하지만 어둠의 긴 터널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 잇따른 수주 낭보에 내년부터는 경기가 살아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마저 새록새록 피어난다. 조선업이 구름을 벗어난 달처럼 언제쯤 환한 빛을 낼 수 있을까. <시사오늘>은 추석 명절을 앞둔 지금, 조선업 근로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내, 비어있는 도크 전경. ⓒ시사오늘

"당장 추석 명절이잖아요. 요새 구조조정이다 뭐다 해서 시끄러운데 추석 귀향비라도 받을 수 있는 게 어디인가요.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본지가 지난 28일 울산에서 만난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근로자 A씨는 추석 귀향비로 50만 원을 받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중공업에서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주는 추석 떡값(상여금)은 근속기간에 따라 적게는 20만 원, 많게는 50만 원 수준이에요. 지금 이 회사에 들어온 게 4년차인데 추석 떡값이 오르는 일은 없었던 것 같아요"라며 다소 풀이 죽은 목소리로 아쉬움을 표했다.

실제로 <시사오늘>이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직원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올 추석 귀향비로 △3개월 이상 근무자에는 20만 원 △1년 이상 30만 원 △2년 이상 40만 원 △3년 이상부터는 일괄적으로 50만 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최근 조선업황을 감안하면 이마저라도 받을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두는 모습이다. 그는 "4대 성과급(설날·추석·여름휴가·연말성과급) 가운데 연말성과급을 가장 많이 받으니까, 이번 명절만 잘 보내면 한숨 트일 것 같다"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또 다른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근로자 B씨는 추석도 추석이지만, 이보다 당장의 노사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명절을 코앞에 두고 2년치 임금협상이 결렬됐다는 소식이 지난 28일 현대중공업 사내 소식지를 통해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사측에서 추석 휴가 이후 노조 집행부 선거로 교섭이 열릴지 미지수지만 노조가 요청하면 언제든 응할 것이라고 밝힌 점은 고무적이다.

B씨는 "조선업계 가운데 현대중공업이 가장 선방했다고는 하지만, 우리 같은 경우에는 아직 2년째 임금협상을 하지 못하고 있어요. 지금 노조가 강성인데다, 지난해에는 금속노조에도 가입하고 해서 사측하고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라며 근심을 드러냈다.

이어 "그래도 추석 이후 노조 집행부가 바뀐다는 말이 있으니 그 때가 되면 상황이 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라며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다.

기대반 우려반의 상황에서도 밝은 면을 찾아보려는 노력도 확인할 수 있었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앞에서 만난 C씨는 "다행인건 이번에 운반선 10척을 수주했다는 사실이야. 덕분에 내년 하반기에는 실적이 높을 거라는 말이 있어서 사정이 조금 나아질 것 같아"라고 전했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지난 26일 폴라리스쉬핑사(POLARIS SHIPPING CO., LTD)로부터 32만5000t급 초대형 광석운반선(VLOC) 10척, 8억 달러 규모에 대한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계약으로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는 올해 누적 99척, 총 58억 달러의 수주 계약을 달성하게 됐다. 이는 전년동기(20척, 20억 달러)대비 척수 기준으로는 약 5배, 금액 기준으로는 약 3배 증가한 실적이다.

하지만 C씨 역시 아쉬움을 감추지는 못했다. 그는 "정말 아쉬운 게 있다면 추석 연휴 전에 임금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거지. 언젠가는 임금협상을 완료하겠지만, 지금 당장은 무거운 귀향길이 될 것 같아"라고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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