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한반도 안보 '적신호'와 解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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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한반도 안보 '적신호'와 解法
  • 이병도 주필
  • 승인 2017.09.30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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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재발방지 - 한·미·일 철저공조 중요
北 ´오판´ 변수, 대북정책 오차없는 조정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한반도를 둘러싼 국내외 갈등기류가 심각하다. 북.미 관계가 '초강경 대치'의 악화일로로 치닫으면서, 국내 안보상황에 '적신호'가 켜졌다. 한국전쟁 이후 최고의 '위기국면'으로 까지 비교될 정도다. 온 세계의 시선이 한반도로 쏠리고 있으며, 국민들 사이에는 전쟁에 대한 불안감도 상당하다. 북한의 끝없는 도발전략과 '핵무기' 드라이브에 국제사회가 정면 대응하기 시작했고, 미국의 군사.외교적 대북압박도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북미관계는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태다. 치열한 '말 폭탄'싸움에 이어 이제는 실제 구체적인 '군사행동 대응'으로 옮겨지기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총회 ‘북한 완전 파괴’ 연설에 이어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개인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불망나니’, ‘깡패’ 등으로 호칭하면서 그 연설을 ‘선전포고’로 규정, "모든 것을 걸고 망발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받아낼 것"이라고 반발했다. 추가 도발행동 가능성을 강력 시사한 것이다. 북한 최고지도자 명의의 이같은 성명은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도 없던 초유의 일이다. 실제로 대형 도발이 이어진다면 어떤 심각한 사태로 비화할 지 가늠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나선 리용호 북한 외무상도 트럼프를 향해 ‘과대망상의 정신이상자’, ‘악의 대통령’이라는 극언을 퍼부었다고 한다.  때문에 이번 72차 유엔 총회는 역대 최악의 유엔 총회로 기록될 것 같다. 유엔의 설립 목적은 ‘전쟁 방지, 평화 유지, 국제협력 촉진’이지만, 이번에 미국과 북한은 평화의 전당인 유엔 총회장을 군사 위협과 전쟁 공포가 가득한 무대로 변모시켜 버렸다.  유엔 총회를 통해 한반도 긴장완화는 커녕 긴장이 극도로 높아지고 만 것이다. 북미관계의 악화 사태가 어느 정도인지를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 '말폭탄'에 이은 제 2막, 즉 양측의 실제 무력시위가 어디까지 번지느냐에 달려있다. 오판이나 우발적 사건으로 인해 군사적 충돌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북한이 만약, 앞으로 현재 추정되고 있는 핵 ICBM 발사 등 추가 도발에 나서면, 곧 있게 될 대규모 한·미 연합군사연습과 맞물려, 북·미 간 ‘강대강’ 대치가 한계점까지 도달, 동북아 안보정세를 최악의 위기 국면으로 몰아넣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美, 초강경 對北 군사 외교 경제 압박

북한을 향한 미국의 무력시위는 이미 사실상 본격화됐다. 1953년 정전 협정 이후 처음으로 미국은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랜서 전략폭격기 2대와 F-15C 전투기 수 대를 한밤중에 북방한계선(NLL) 북쪽의 동해 상 국제공역에 투입, 비행시위를 벌였다. 미국의 전략폭격기와 전투기가 편대를 이뤄 이렇게 깊숙이 북한 쪽으로 들어간 것 역시 이번이 최초다.
 
미국의 의도는 확실하다. 북한이 최근의 잇딴 무력실험처럼 계속 도발할 경우 실제 군사적 대응을 구사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다. 북한의 잇딴 도발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연설에서 '북한 완전파괴' 경고를 발언한 지 나흘만에 나온 군사조치다. 올해 10월10일 북한의 노동당 창건일을 전후해 추가 도발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취해진 사전 조치로도 풀이된다.
 
뿐만 아니다. 사실상 북한의 '목줄'을 죄는 미국의 경제.외교적 압박도 국제적 합의하에 적극적인 서막을 열고있다.  미국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북한과 거래하는 외국 금융기관과 기업·개인을 제재하는 초고강도 대북제재안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에서의 '북한파괴' 연설후 이틀만에 이같은 내용의 행정명령에 공식 서명했다. 이 조치는 군사옵션 외에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카드로, 중국과 러시아 등에 미국을 선택하든지 북한 정권과 거래하든지 양자택일을 하라는 최후통첩 성격이라 볼 수 있다. 이제, 세계 각국은 중국외에도 이번 미국의 조치로 미국과 거래할 지, 북한과 거래할 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게 됐다.
 
이번 조치는 미국 독자의 초강경 압박책으로, 북한 금융망 봉쇄 차원에서 북한과 금융ㆍ무역 거래를 한 제3국 금융기관에 대해 미국 내 금융시스템 접근을 금지하고, 북한에 들렀던 선박이나 비행기는 180일 동안 미국에 입항ㆍ입국할 수 없도록 금지한다는 것 등이 골자다. 북한의 항구ㆍ공항ㆍ육로 통과소와 연관된 개인ㆍ기업에 대해서도 제재한다. 사실상 북한을 육로ㆍ해상ㆍ공중에서 모두 봉쇄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중국 자세와 대북제재 국제기류 확산

역시 관건은 중국의 자세다. 주목되는 것은 중국이 이번 미국의 제재방향에 동참하는 분위기라는 점이다. 미국이 군사 행동까지 포함한 대북 압박을 강화하면서, 중국도 전향적 자세로 돌아서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와관련,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제재안 발표 직전, 북한과의 신규 거래를 중단하도록 일선 은행에 통보했다는 보도다.  이와함께 6차 핵실험에 대한 안보리 결의 2375호를 토대로 대북 석유수출을 제한하고 북한산 섬유류의 수입도 전면 금지시켰다. 특히, 유엔 결의 이행 차원이라고는 하나 중국이 그동안 한사코 거부해 왔던 석유류에 대한 대북 제재조치를 처음 발동한 것은 대북관계의 큰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은 더 이상 위험한 길로 가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시진핑 국가주석도 최근의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미국 행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중국의 움직임은 그동안 미국 제재안에 미온적이었던 태도와는 분명 다른 모습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조치에 대해 “시진핑 주석에게 감사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진 점은 이를 충분히 시사한다. 
 
그렇다면, 북한에 대한 오랜 지원국인 중국의 이같은 변화는 무엇때문에 가능해진 것인가. 그것은 중국이 미국의 실제 대북 군사공격 가능성 등이 심상치 않은 단계로 가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 구체적 근거를 보면, 중국은 지난 1961년 북한정권과 체결한 북·중 우호협력 상호원조조약에 따라 미국의 대북 선제 타격 등이 현실화될 경우 군사적 개입이 불가피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는 일은 중국으로서도 절박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북한의 생명줄에 버금가는 원유 공급 중단으로 북한의 극심한 반발를 초래할 수도 있지만, 이를 두려워해서는 안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 중국은 지난 2003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의 6자회담 거부 이유로 북한에 대해 짧은 기간이지만 압력 차원에서 대북 송유관을 차단했던 적이 있었고, 잠시나마 그 효과를 본 것도 사실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동안 미온적이었던 중국의 대북 제재 의지를 명확하게 전달하면서, 동시에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국제사회로 나오도록 설득해야 하는 것도 중국이 가야할 방향으로 볼 수 있다.

국제 외교가에서 중국과 북한이 70~80일 안에 북핵 문제에 큰 진전을 가져올 수 있는 담판을 짓거나, 고위급 대화 채널을 가동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도 이때문일 것이다. 북한은 핵실험에 나선 2006년 이후, 다섯 차례나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했으나, 이를 비웃듯 핵과 미사일 도발을 반복했다. 중국 또한 매번 미적지근한 태도로 일관하며 대북제재에 미온적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좀 달라 진 건 확실하다.
 
국제기류도 전체적으로 상당히 달라지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의 대북제재와는 별도로 새 대북제재 결의 2371호를 15개 이사국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북한 석탄·철·철광석·납·납광석과 수산물의 수출이 전면 금지되며 북한 노동자의 신규 해외 송출도 차단하는 것이 골자다. 북한 조선무역은행 등 4개 단체와 개인 9명은 자산동결·여행금지 대상에 올랐다. 북한 연간 수출액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0억달러의 자금 차단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달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를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하고, 탄도미사일 발사 중단과 핵프로그램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를 촉구했다.
 
이 유엔 결의에 따라 남미와 중동, 유럽에서 연쇄적으로 북한 대사를 추방하고, 대북 경제교역을 단절하거나 축소하는 국가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북미 대결국면이 첨예화하는데 비례해 국제공조를 통한 대북 압박도 전방위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한마디로, 국제적 대북 압박 공조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지난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롯데 팰리스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청와대 제공

북한 대응도발 ... 고립속 지속 유력

그렇지만, 향후 한반도 정세는 이같은 국제적 대북압박 기류의 확산에도 불구, 북한이 과연 구체적으로 어떤 자세를 취하게 될지가 역시 핵심이다. 중국과 러시아마저 미흡하게나마 대북 제재의 큰 흐름에 동참한 상황에서조차 김정은 세력이 핵과 미사일을 끌어안은 채 고립무원의 행보를 지속하게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국제사회 일각의 관측이긴 하지만, 핵을 포기했던 리비아의 무아마르 알 카다피가 처참한 최후를 맞이한 것을 지켜봤던 북한이, 경제 지원과 체제 보장이라는 중국의 약속을 믿고 순순히 핵 포기 수순에 나설 지는 어느 누구도 장담못 할 일이다. 김정일 정권기에도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한 지 하루만에 미사일 발사 시험 재개를 시사하는 등 연일 대외적으로 압박의 강도와 속도를 높혔다.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바라는 국제사회를 실망시키고 스스로 고립을 심화시키는 악수(惡手)가 아닐 수 없었다. 

이번 경우도 북한의 대응 도발이 더 거칠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정은이 사상 초유의 개인 성명을 통해 ‘미국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도발’을 공언한 것과 관련,  북은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고강도 도발에 나설 게 분명하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이미 태평양에서의 수소폭탄 실험을 시사한 바도 있다.
 
사실, 핵 완성을 목전에 두고 있는 북으로서는 벌써부터 지상 또는 해상에서의 핵실험을 계획해 왔을 가능성이 높다. 화성 14형이라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과 지하 수소탄 실험까지 마친 만큼, 이제 세계만방이 지켜보는 가운데 실제로 핵탄두를 ICBM에 실어 터뜨리는 핵실험을 성공시킴으로써 누구도 부정 못할 핵보유국의 지위를 얻어내려 할 공산이 크다는 진단이다. 북한이 미국을 타격할 핵미사일만 완성하면, 지금의 판세를 일거에 뒤집을 수 있다는 엄청난 착각에 빠져 있을 개연성이 높다는 얘기다.

北 오랜 타성, 파멸 재촉 가능성 

그 '오판의 타성'은 북한 정권들이 과거부터 보여준 오랜 행로에서도 증빙된다. 핵문제에 대한 북한의 태도가 세계적 관심사가 된 것은 오래전 부터다. 북한의 핵개발 문제를 둘러싼 국제적 압력은 지난 1991년 남북한이 동시가입한 유엔총회 주변에서 최고조에 달했었다. 당시 뉴욕에서 열렸던 노태우 대통령과 조지·부시 미대통령간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초점이 되었던것도 바로 이 문제였다. 즉, 한미 양국 정상은 북한의 핵개발이 세계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 북한의 핵안전협정 서명비준 및 핵재처리 농축을 통한 핵무기 개발 포기, 국제핵사찰 수용때까지 양국을 포함, 모든 나라가 외교적 노력을 다하기로 합의했던 것이다.
 
그때도 북한의 연형묵총리는 유엔총회 연설에서 국제사회에 많은 실망만 안겨준 채 고립을 자초했다. 당시 북한의 핵사찰 수락문제에 대해 연총리는 미군의 남한핵무기 철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종전의 주장만 되풀이했다. 북한의 핵사찰 수락은 조건없이 이행해야 될 국제적 의무였고, 주한미군 핵철수문제는 의무를 이행한 다음 남북한이 협의해서 처리할 사항이었음에도 연 총리의 주장은 그렇게 나왔던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면 한반도 핵문제에 대해서도 남북한간에 협의를 추진할 용의가 있음을 밝힌 당시 노태우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이 있었지만, 북의 태도는 그렇게 나타났다.
 
이에 앞서, 당시 부시 미 대통령의 일방적인 전술핵무기 폐기선언으로 핵사찰 거부명분을 상실했음에도, 북한은 기존입장을 고집했다. 핵무기 개발을 강행하겠다는 의지였다. 이런 자세는 그때도 파탄직전에 이른 경제난과 날로 심화되고 있는 군사력의 질적 저하를 핵무기 개발로 보완하려는 북한정권의 잘못된 오판으로 비쳤다.
 
1993년 한·미안보협의회의 공동성명도 북한핵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북한의 핵위협이 해소되지 않는한, 팀스피리트훈련은 필수적이라는 두나라 국방장관의 합의는 유엔총회의 압도적 대북 핵결의안과 맞먹는 강도를 지녔다. 북한이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94년 한·미군사연습은 한마디로 북한의 태도에 달렸다는 뜻이 함축되어 있었다. 북한이 군사·외교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핵무기에 대한 전면적사찰이 피할수 없는 대세라는 점을 분명히 했던 것이다.
 
북한은 당시에도 이같은 한·미안보협의회의에 반발, 전쟁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따라서, 이제는 핵의무 이행이 모든 문제해결의 시발점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측은 분명히 인식해야만 하게 됐다. 더욱이, 이번에는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까지를 포함한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 로 내는 경고를 무시하고 도발을 계속할 경우, 고립 심화와 제재 압박 강화는 물론 결국 북한 스스로의 파멸을 재촉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북한의 현재위상은 두가지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 하나는 국제적 고립이요,다른 하나는 경제적 위기다. 국제적 고립 못지 않게 심각한 문제는 경제위기다.  사실상 오래 전부터 경제위기 상황은 시작됐다. 독일 통일로 동독이 소멸되는 바람에 통일된 독일과 북한과의 관계가 단절, 기술협조의 길이 막혀 버렸다. 그리고 동유럽제국이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도 북한은 그곳의 모든 거래상대를 잃고 말았다. 한때, 김일성이 오죽 다급했으면 일본과의 관계정상화를 6개월 안에 매듭짓도록 서둘렀겠는가. 오직 경제적 도움을 받아보겠다는 몸부림에 다름아니었다. 북한은 현재 국제환경의 새로운 물결과 그들에게 가해지고 있는 엄청난 압력을 감당하기가 점점 더 어렵게 돼 가고만 있다. 도도한 역사의 흐름에 거역하면 거역할수록, 그들의 고통은 그 만큼 더욱 계속 커져만 갈 것이다.

한국, 안보태세 강화 국력결집을 

그렇다면, 우리 한국의 자세는 어떠해야 할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 연설에서 평화적인 북핵 해결을 강조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강조한 평화론이 공허한 이유다. 도리어 무력감이 느껴질 정도다. 이제, 한국 정부는 예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들과 이를 사전에 차단할 다각도의 시나리오를 펼쳐 놓고, 최상의 대응책을 구사해 나가야만 할 것이다. ‘한반도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하고 상황이 극단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안정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유엔 사무총장의 주문도 깊이 고려돼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한국 정부도 분명한 대북 압박 메시지를 보내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남북협력기금 증액과 대북지원 결정은 참으로 우려스럽다. 정부는 내년도 남북협력기금에 올해보다 1,000억원 늘어난 2,470억원을 배정하고 북한 취약층을 위해 8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한 바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사상 초유 초강경 대응조치’ 운운하는 마당에 한국 정부가 이런 결정을 했으니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뉴욕에서 개최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미일 정상들이 한국에 신중한 대북지원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것도 이때문일 것이다.
 
지금의 북핵 정국에서 가장 긴요하고 절실한 것은 한치의 빈틈 없는 한미일 공조 태세다. 현재로서는 그것만이 우발적 충동이나 오판에 의한 전쟁을 막을 수 있는 길이다. 미국의 역할에 유달리 기대를 거는 까닭은 유일 초강대국으로서 지닌 세계 여론 동원력과 전후 한반도 상황 전개에 깊숙히 작용해온 영향력 때문이다. 한미는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중국이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더욱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북의 모든 가능한 도발과 오판, 체제붕괴등의 사태에 대비한 한국 국내 국력의 결집도 안전보장책의 중요한 부문이다. 이제부터 초강도 압박으로 북을 누르고, 다각도의 대화 모색으로 북을 흔들며, 누구도 원치 않는 무력 충돌을 다자간 협력으로 예방하는 지혜와 전략이 절실한 때다.
 
6· 25 같은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남북이 적대감을 버리고 화해분위기를 조성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아직은 요원한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오늘날 세계가 이념적인 분쟁과 갈등의 역사에서 획기적인 전기를 맞고있는 것처럼, 한반도의 남북한도 변해야만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갈 수 있다. 이런 과도기적 상황일수록 한국은 북한의 '오판 가능성'에 대비, 안보태세를 더욱 철저히 해야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들이 안보 위기 '상설협의체 구성'을 핵심으로 한 초당적 대응 공동발표문을 채택한 것은 고무적 조치다. 투철한 안보의식과 방어태세의 과시만이 북한의 오판과 도발을 예방하는 길임을 6·25의 쓰라린 전철은 거듭 일깨워주고 있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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