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포털사이트에 검색어 몇 자만 입력하면 감당할 수 없는 텍스트가 쏟아지는 세상이다. 그러나 정보가 흘러넘치는 만큼, ‘제대로 된’ 정보가 무엇인지를 분간하기는 더더욱 어려워졌다. 이런 이유로 〈시사오늘〉은 잘못된 정치상식을 바로잡는 ‘정치정보 팩트체커’ 역할을 하기로 했다. 〈시사오늘〉 팩트체크의 첫 번째 주제는 ‘YS는 감옥에 간 적이 없는가’로 잡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YS)은 과소평가(過小評價)가 심한 지도자다. 외환위기를 막지 못한 탓에, 평생을 바쳐 대한민국 민주화를 이룩한 영웅적 서사마저 저평가 받는 경우가 흔하다. YS를 낮춰 보는 사람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DJ)은 사형선고까지 받으면서 고초를 겪었지만, YS는 감옥에도 한 번 갔다 오지 않았다’며 비판하기도 한다.
실제로 YS는 민주화 동지들에게서조차 감옥에 간 적이 없다는 이유로 공격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복진풍 전 환경관리공단 이사장은 지난 2010년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민주화 투쟁을 하면 YS와 DJ를 떠올린다. 하지만 DJ는 사형선고를 받는 등 많은 고초를 겪은 것으로 알고 있는 반면, YS는 형무소 한 번 갔다 오지 않았다고 알고 있다. 그것 때문에 민주화 동지들에게 많은 공격을 받은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YS는 감옥에 다녀온 적이 있다. 그 시기는 오히려 DJ보다도 앞섰다. YS는 1963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정권을 민간에 이양하겠다는 ‘혁명공약’을 번복하고 군정 연장을 선언하자, 윤보선 전 대통령·박순천 전 민주당 총재·유진산 전 신민당 총재 등과 함께 이른바 ‘백조그릴 위장약혼식 사건’을 계획했다.
당시 이들은 정보기관의 눈을 피하기 위해 약혼식이 열리는 것처럼 속여 백조그릴에 모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1963년 3월 22일 〈동아일보〉는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현행된 칠십일 명 중에는 서범석, 김영삼, 서정귀, 김윤식, 황인원, 윤형남, 유청, 유옥우, 김수선, 허석 씨 등이 끼어 있다”고 썼다.
〈경향신문〉은 1992년 8월 7일자 신문에서 백조그릴 사건을 소개하며 “민정당을 비롯한 야권 및 재야세력은 당시 종로1가 백조그릴에서 결혼식을 가장해 집결, 군정연장 반대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에 앞장선 김영삼은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미 대사관 앞을 거쳐 서울시청 광장까지 진출했으나, 시경기동대에 체포돼 종로경찰서로 연행됐다”고 전했다.
복진풍 전 환경관리공단 이사장도 2010년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YS의 형무소 동기생이다”라며 “YS도 경찰에 의해 사지가 들려 경찰 트럭에 실어졌는데, 내가 김영삼 발을 잡고 ‘니들 김영삼이 누군지 알아. 뭐 하는 짓이야’라고 저항했다가 나도 덩달아 같이 경찰트럭에 실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과거 언론 보도나 원로 정치인들의 증언만 보더라도, YS가 감옥에 간 적이 없다는 이야기는 낭설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시사오늘> 취재결과,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에서 YS의 형무소 수감 기록 등을 찾을 수 있었다.
FACT – YS는 1963년 ‘백조그릴’ 사건으로 옥살이를 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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