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15 금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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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양대 노동지침´ 폐기…文정부 ´노동개혁´ 재시동을
노·사·정 ´통합´적 거시경제 구축 중요
대타협으로 국가 성장동력 점화 시켜야
2017년 10월 07일 (토) 이병도 시사평론가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시사평론가)

문재인정부의 노동정책 방향이 본격적으로 그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노동계 핵심 요구사항인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에 관한 지침’ 등 이른바 ‘양대 노동지침 폐기'를 전격 수용, 노사 양측에 적지않은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전국기관장 회의에서 “사회적 공감대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된 양대 노동지침을 폐기한다”고 밝혔다. 극심한 사회적 혼란을 초래했다는 게 그 이유로, 폐기된 두 지침은 그동안 사실상 노사관계의 핵심을 이루고 있었다. 골자는 고용인의 저성과자 해고를 허용하고, 임금 등 취업규칙 변경 요건을 완화하는 것이었다.

두 지침은 지난 정부가 내린 행정명령으로, 문 정부 출범후 폐기가 시간문제로 여겨졌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 폐기를 공약했고, 지난 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도 폐기를 공언했기 때문이다.

이 지침들은 기업이 쉽게 해고를 할 수 있고, 임금 등 노동조건을 후퇴시키는 데 원용됐기에,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최소한의 노동개혁'이라는 일부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쉬운 해고 만큼 노동자에게는 일방적으로 불리한 지침이라는 노동계의 심한 반발로 논란을 일으켜 온 끝에 1년 8개월 만에 시효를 다하게 된 것이다. 
 
엇갈린 평가 속 폐기 불파기성 대두 
 
양대 지침 폐기에 대한 반응과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일부 진보적 언론들은 노동적폐 청산을 위한 첫걸음으로 호평하고 있지만, 반대로 일부 보수언론들은 '노동개혁'의 사실상 후퇴로 비판하는 입장이다.

당초 이 조치는 전임 박근혜정부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철벽 수비로 근로기준법 개정이 벽에 부딪히자, 고용노동부 지침을 개정하는 고육책으로 취해졌었다. 비록 법적 구속력은 없다해도, 노사관계에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면서 그때부터 부작용이 발생했다. 2016년 초 양대 지침이 도입되자 한국노총은 노사정위원회에서 탈퇴, 노사ㆍ노정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고, 지난 5월엔 노조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바꿔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것은 무효라는 법원 판결도 나왔다.

이들 지침에 대한 '폐기론'적 시각은 지나친 사용자 편향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해 왔다.  ‘공정인사 지침’의 경우 저성과자의 해고를 가능케 함으로써 고용인의 부담은 줄일지는 몰라도 노동자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는 것이다. 또한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에 관한 지침’은 고용자가 노동자에 불리한 근로조건을 도입할 때 노조나 노동자 과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조치, 일방적으로 고용인 편을 들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여기에다, 양대 지침은 해고 요건을 엄격히 정하고 근로조건의 불리한 변경을 막는 '근로기준법'과도 상충한다는 진단까지 받은 터였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노동자를 해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정당한 이유'란 노동자가 질병·부상·구속 등으로 일할 수 없거나 회사가 긴박한 경영상의 위기로 인력을 감축해야 하는 경우 등에만 해당되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공정인사 지침’은 업무·근무성적 부진 등도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있다고 규정, 고용주에게 ‘쉬운 해고’의 길을 열어주었다는 평가다.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에 관한 지침' 역시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취업규칙 변경은 노조의 과반수 동의를 얻도록 규정돼 있었다. 그러나 전임 박 정부의 노동부는 이 지침으로 노조의 동의없이 고용인이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취업규칙 변경이 가능토록 했다. 그 때 박 정부는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성과연봉제 도입 등을 밀어붙이면서 이 취업규칙 지침을 적극 활용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로 인해 기업들의 저성과자 낙인찍기와 부당해고가 잇따라 발생하기도 했다. 일례로,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7월 저성과자로 분류된 직원 3명을 해고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 지난달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파리바게뜨에 대한 근로감독 결과 파리바게뜨 본사를 불법파견 사용사업주로 판단했다고 밝히는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 ⓒ뉴시스


'노동개혁 실종' 비판론
 
그렇지만, 이번 '폐기결정'에 대한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는 '노동개혁'의 시곗바늘을 오히려 거꾸로 돌린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비판론자들 입장에선, 노동계의 핵심 요구는 수용된 반면 사용자 쪽 대응 수단은 감안된 게 없다는 점을 큰 문제로 지적한다. 업무고과에서 4년 연속 하위 10% 평가를 받은 근로자를 내보내는 것까지 부당해고가 될 정도로, 현행 사법부조차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해고는 거의 인정하지 않는 풍토와 연결, 이번 조치가 기업경쟁력을 더욱 떨어뜨릴 것이란 주장이다. 특히, 최근들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파견법 강화 적용 등 친노동 정책들이 숨가쁠 정도로 이어져 왔기에, 문재인 정부 들어 노사관계의 무게추가 노동계로 가파르게 기울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조치로 인한 노동 기득권의 과보호는, 오히려 최악의 청년 실업 상황에서 더욱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비판론을 대두케 하고 있다. 해고가 어려워지면 채용도 어려워져, 신규 고용시장을 악순환에 빠지게 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비판론자들의 논리다. 이들은 이 조치의 불가피성과 관련, 뒤떨어진 노사관계에 묶여 국가경쟁력이 나날이 떨어지는 우려스런 현실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반박한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폐기'를 '노동개혁의 후퇴'란 평가와 연결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당시 전임 정부의 '노동개혁'을 비롯한 4대 구조개혁을 높이 평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렸던 사실도 상기시키고 있다.

현 문재인정부는 그 방향과 정확히 거꾸로 가고 있기에 비판적인 지적이 공공연히 나오는 실정인 것이다. 그 후유증으로 이미 신용평가사들은 새 정부의 노동개혁 없는 일자리 정책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으며, 그로 인한 노동 경직성이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주요인 중 하나로 꼽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기존 양대 지침이 설령 법적 구속력이나 분쟁 여지 등 문제점을 안고 있었던 것이 사실일지라도, 새 정부가 이를 적폐로 몰아붙여 폐기한 것은 험난한 노동개혁 과정을 고려할 때 성급하고 무책임하다는 비판적 시각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현재 한국 노동계는 단협 시정명령 폐기와 근로시간 단축 같은 노동관행 전반을 뜯어 고치라며 오히려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그러므로 정부의 이번 폐기조치는 노동개혁의 대안도 마련치 못한 상태에서 협상 카드만 양보해버린 형국으로, 노동계 입지만 키워놓았다는 비판을 제기케 하고있다. 한마디로, 이번 양대 지침 폐기는 노동계 요구에 편승, 노동개혁에 역행하는 조치가 분명하다는 반론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현재, 세계경제포럼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고용·해고 관행이나 노사협력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고 있다. 그것은 기득권 노조의 힘에 밀려 노동시장 유연화와 노동 양극화 해소 등 노동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탓이 크다. 이같은 분석은 노동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현재 심각한 일자리 문제는 해결하기가 더욱 힘들게 될 것이며, 국가사회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직업이 등장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경제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란 우려와도 연관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노동계 주장에만 귀 기울일 게 아니라, 국가경쟁력 신장을 위해 노동개혁을 서둘러 추진해야 할 것이다.
 
독일.일본 성공사례 교훈
 
그렇다면, 외국의 사례는 어떠했는가? 독일과 일본 경제가 부활하는 데 노동시장의 성공적인 개혁이 주효했다는 분석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적지 않다. 갈수록 약화되는 성장동력을 회복하려면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뚜렷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양국의 공통점은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마음대로 고용ㆍ해고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키웠다는 사실이다. 그럼으로써 기업들이 오랜 종신고용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했다는 점을 전문가들은 높이 평가하고 있다. 특히, 독일의 경우 2000년대 들어서까지 경제성장이 정체된 상태였지만, '손쉬운 고용과 해고'로 집약되는 노동시장 개혁을 중점 추진, 경제가 활력을 되찾게 됐다.

90년대만 해도 주당 35시간 근로로 경쟁력이 약화됐던 독일은 2003년 좌파인 슈뢰더 총리가 시작해 우파인 메르켈 총리가 완성한 이른바 '하르츠 개혁'으로 환골탈태 했던 것이다. 채용이 쉽도록 파견근로, 계약직, 해고 등의 규제를 줄였고, 경기침체 때 근로시간을 줄여 해고를 최소화한 기업에는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인센티브를 실시하기도 했다.

또한, 실업급여 지급기간을 32개월에서 12~13개월로 축소, 다른 복지급여와 중복해서 받지 못하게 함으로써 스스로 일하게끔 만들었다.  일본의 경우도 이같은 노동개혁에 기업들이 투자 확대로 화답했으며, 경제를 성장시키고 일자리를 늘리는 선순환을 촉발했다.

독일은 고용 유연성을 강화한 노동개혁으로 ‘유럽의 병자’에서 강자로 탈바꿈했다.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한 일본도 고용 유연화에 초점을 둠으로써 일자리 호황을 누리게 만들었다. 반면, 한국은  OECD로부터 “노동개혁 없이는 한국 경제에 희망이 없다”는 고언을 들을 만큼 현재 노동개혁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독일과 일본 양국의 경험은 한국에는 더할 나위없이 좋은 본보기가 된다. 노조의 권한을 지나치게 강화하고 해고를 엄격히 제한하는 등 근로자를 과잉 보호하는 노동정책은 결국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려 경제를 침체시키고 실업자만 양산한다는 사실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근로자 권익을 보호하는 진정한 길은 기본적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데 있을 것이다. 이것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노동개혁이 이뤄질 때만이 가능하다.

고용이 경직되면 국내외 투자도 가로막힌다. 저성과자 한 명 마음대로 해고하지 못해 기업들이 해외로 발길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해외기업들의 한국에 대한 투자의욕도 그만큼 감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글로벌 자유경제체제시대를 맞아 자본과 인력의 이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IT 등 지식기반경제가 사회를 이끌게 됨에 따라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대가 화두(話頭)가 된지 오래지만 아직 한국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로 보인다. 이같은 시대흐름은 생산성과 노동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동개혁을 하지 않는 한, 한국이 글로벌 경제시대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헤쳐나가기 쉽지 않으리란 전망을 낳게 한다.

   
▲ 지난달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민주노총이 주최한 '간접고용 철폐! 노조할 권리 쟁취! 간접고용 노동자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실업난 극복 - 경제활력 회복에 '합심'을
 
문제는 지금부터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이후 노동계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내년 최저임금을 16.4%나 올렸다. 성과연봉제에 이어 이제는 양대 지침까지 원점으로 돌렸다. 노사정위원장에는 재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민주노총 금속연맹 위원장 출신 인사를 임명했다. 국회 환경노동위 위원장을 지낸 김영주 장관도 친노동계 성향으로 분류된다.

허나, 정작 고용 현실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최악의 실업난이라는 현실개선이 시급한 과제인데도 상황은 그렇고, 가시적인 결과는 불투명하다.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결국 기업인데, 기업이 마음껏 투자할 여건을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다른 무엇보다 노동계의 화답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진정한 노동개혁을 실행에 옮겨야 청년 고용절벽을 해소하고, 기업 경쟁력도 개선할 수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노동계 역시 과감히 기득권을 버리고 사회적 대타협과 생산성 향상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가급적 조속히 노사정위원회에 복귀,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해소할 방법을 함께 찾도록 해야 한다. 경제성장의 엔진을 다시 돌리고 기업경쟁력을 일으킬수 있는 방안을 강구토록 해야 할 것이다. 이왕 지난 정부때의 행정지침을 폐기했다면, 그런 편법을 구상했던 지난 정부와 다르게 노사정의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관련법 개정까지 이뤄지도록 힘을 합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대타협을 이뤄낸 독일·스웨덴 등의 경우엔 노동계가 사실상 전체 노동자를 대표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산업별 격차 등 노·노 문제를 자체 조정한 뒤 협상에 임했다. 이와 달리 한국 노동자 단체는 기득권 노조를 대표할 뿐이기에 대타협을 이루기엔 구조적 결함이 있는 셈이다.

모든 사회구성 조직이 그렇듯이 노조 활동에도 시국에 대한 거시적 고려와 국가적 책임이 따라야 한다. 아시아에서 사업하기가 가장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는 싱가포르의 경우, 노사협조 부문이 1위를 차지한다는 사실은 노사문제가 사업환경평가에 얼마나 절대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결국, 노사평화는 외국인들과 국내기업들의 투자유인책이 됨은 물론,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새롭고도 화급히 정립해야 할 국가현안이 아닐 수 없다. 노사정의 긴밀한 협력하에 '사회통합적' 구조조정 및 고용창출.고용안정을 유도할 거시경제의 방향을 함께 세워나가는 일이, 현 시점에서 매우 중요한 국가적 과제로 보인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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