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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中企근로자
근로시간 단축되면 실질임금 하락해…대책 마련해야
2017년 10월 11일 (수)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근로시간 단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최장 68시간으로 돼있는 1주 근로 가능 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논의 중이다. 여당은 물론 야당도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방향에는 공감한 만큼, 머지않아 ‘주 52시간 근로’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경영계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근로시간이 갑자기 단축될 경우, 인력추가고용·휴일근로수당 가산지급 등으로 인한 비용 부담을 버텨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낮은 기본급을 연장근로수당으로 보충하고 있는 중소기업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최장 68시간까지 가능한 1주 근로 가능 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논의 중이다 ⓒ 뉴시스

근로시간 단축은 피할 수 없는 대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논의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1주 근로 가능 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은 1주 최대 40시간을 기본으로 하고, 노사 합의 시 1주 12시간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하지만 지난 2000년 정부는 1주 12시간에 휴일근로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행정해석을 내렸다. 이로 인해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최대 주 68시간(52시간 + 토요일 8시간 + 일요일 8시간) 근로가 이뤄지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주 52시간 근로시간 준수’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근로시간을 단축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기업의 인력 고용까지 유도하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의도다. 야당 역시 시기와 대상 등에 대해서는 정부여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도, ‘1주 근로시간 52시간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당위(當爲)에는 공감한다.

지난 8월 환노위는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기업을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50~299인, 5~49인 등 3개 그룹으로 나눠 유예기간을 차등하고 단계별로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정치권에서는 이르면 내년부터, 늦어도 문 대통령 임기 내에는 근로시간 단축이 현실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영계,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 현실 모르는 것”

반면 경영계는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에 반대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의 추가 비용 부담액을 12조3000억 원가량으로 추산했다. 추가고용에 필요한 직·간접비용과 휴일근로수당 중복가산비용 등이 포함된 액수지만, 결코 부담이 적다고 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경영계는 중소기업이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을 버텨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경연 연구에 따르면, 근로시간 추가 비용 가운데 70%는 근로자 300인 미만 중소 사업장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대기업보다는 재정여건이 녹록지 않은 중소기업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의미다.

10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김동연 경제부총리 초청 중소기업인 간담회에서 박순황 금형조합이사장은 “작년 하반기 기준으로 중소기업 부족인원은 28만 명, 부족률은 2.8%로 대기업의 2.8배에 이르며, 채용공고를 내고도 충원하지 못한 인원이 9만 명에 달하고 있다”며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입법은 인력부족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치명적”이라고 했다. 열악한 중소기업의 환경을 고려하면, 근로시간 단축은 자칫 ‘집토끼도 놓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경영계는 중소기업이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을 버텨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 중소기업중앙회

中企근로자, “마냥 반갑지만은 않아”

주목할 부분은, 중소기업 근로자들 역시 근로시간 단축을 마냥 반기지만은 않는다는 점이다. 1주당 총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실질임금 하락을 피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지난 4월 고용노동부는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제한되면 월평균 임금은 38만8000원 감소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그나마 대기업의 경우에는 기본임금수준이 높고 노동조합이 잘 조직돼 있어, 급격한 임금하락 없이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러나 노조 교섭력이 약한 중소기업은 근로시간 단축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즉, 연장근로수당이 생활수준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오히려 근로시간 단축이 삶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11일 〈시사오늘〉과 만난 한 IT업계 종사자는 “등대(야근으로 밤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는 회사를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니 뭐니 하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야근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우리 업종은 낮은 기본급을 야근수당(연장근로수당)으로 보충하는데,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타격이 작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인천로얄호텔에서 열린 ‘고용노동 현안 해결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오인상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인천본부 의장 또한 “남동공단 사업장 근로자만 하더라도 최저임금 수준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근로시간 단축을 환영하지만, 임금 하락 부분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근로시간 단축-최저임금 인상 연동해야 vs 中企 부담 커

노동계가 근로시간 단축을 최저임금 인상과 연동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근로시간 단축 탓에 줄어든 실질임금을 최저임금 인상으로 보충해줘야 삶의 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인상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인천본부 의장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은 연계돼야 한다”며 “남동공단 종사자들의 기본급은 평균 150만 원도 채 안 되고, 여기에 상여금 400~500% 정도를 합쳐도 연봉 3천만 원이 안 된다. 임금 보전 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최저임금 인상 없이 근로시간 단축이 이뤄지면 대기업의 60%에 불과한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이 더 하락할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이 결합될 시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 고민이다. 현재 우리나라 중소기업 중 상당수가 성장 동력을 찾아내기 어려운 한계기업으로 분류되고 있어, 급격한 인건비 인상은 기업 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지 않다. 근로시간 단축 정책에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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