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23 목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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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진짜 문제 없나?
<기자수첩> 고용탑을 신설하려는 문재인 정부에게 드리는 제언
2017년 10월 18일 (수) 김기범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기범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린 제3차 일자리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뉴시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5개월이 지났다.

이 나라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다시피 얼마전 출범한 현 정부가 최우선으로 내세우고 있는 화두는 소위 ‘적폐청산’과 ‘일자리 만들기’다.

올해 들어 고색창연한 한자어에 불과한 ‘적폐’라는 이 단어가 현재 각 분야에서 오르내리지 않은 적이 없고, 특히 정치권은 여야 구분 없이 이 용어로 연일 공방 중이다.

야권이 ‘정치보복’으로 폄하하기도 하는 ‘적폐론’은 실제론 과거 정권 교체기의 새 정부마다 이전의 그 모든 것이 부정되고, 처벌의 대상이 됐던 ‘구습’ 또는 ‘악습’의 대체어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에 일자리 창출 또한 역대 정권들의 출범 시마다 늘 개혁과 함께 부르짖던 제일의 사안이다. 사실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최소한 시장경제를 지향한다는 자본주의 제국가 사이에서 일자리 창출을 통한 성장과 분배의 제창은 정권의 향방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 방식은 사기업 등의 민간 부문 못지않게, 공무원 및 공기업 등의 공공 부문에 집중돼 있다는 데에 지난 역대 정권과는 다른 차별화를 이룬다.

물론 벤처 산업을 육성해 나라의 신성장 동력을 만들려 했던 김대중 정부나 4대강 사업 등의 국가 인프라 사업을 일으켜 자원을 재분배하려 했던 이명박 정부의 기획도 폭 넓게 보면 국가 재원 조달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정책의 일환이었다.

이미 실패한 정권으로 규정된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창조경제’라는 성장론도 실제론 국가자원과 민간기업의 연계를 통해 창업자들을 육성하려는 전가의 보도에 다름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동참한 기업을 일일이 거론하며, 30대 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직접 독려하기까지 했다.

나아가 과거 압축성장기의 수출탑처럼 고용탑을 신설해 일자리 정책에 앞장서는 기업의 치적을 치하하겠다고 공표했다. 이전 정부들이 그래왔듯 기업의 혁신과 청년들의 창업 정신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지난 대선 정국에서부터 줄기차게 내세웠던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로드맵의 요체는 익히 알려진 대로 총 81만개다.

이중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인력 규모는 앞으로 5년간 20만 명으로 확정됐다.

현 정부는 공기업 등 공공부문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경제사회적 취약 계층을 보호하면서 사회 안전망을 통해 이들의 안정적 신분 상승을 이끌려는 진보 정권의 전통적 방식에서 기인한다.

이의 실현을 위해 국민의 혈세를 단 한 푼도 헛되이 쓰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는 강고하다.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지 얼마 안 되는 새 정부의 탄탄대로를 위해서라도 성공을 희망하는 국민도 적지 않다.

하지만 과거 면면이 이어져 내려온 각 정권의 경제 정책에서 허와 실을 여실히 체감했던 것처럼, 현 정부의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일자리 정책에서도 과감히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은 없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정확히는 그 문제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의미다.

우선 정부가 지난 7월 20일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추진 계획’에 의거, 공공부문 각 기관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은 현란할 정도다.

각 산하기관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전문가 협의기구’ 나 ‘정규직 전환 추진단’ 등의 즉각적이고도 현시적인 발족은 마치 전광석화와도 같다.

그러나 실상은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등의 소관 공공기관에서조차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노력이 지지부진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작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우원식 의원은 산업부·중기부를 비롯한 산하 공공기관 58곳 중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를 구성한 기관은 36%인 21곳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더불어 파견·용역 근로자의 전환 심사를 위한 '노·사 전문가협의체'를 구성한 기관은 10곳이며, 파견용역 근로자 등에게 협의기구 구성 계획을 공지한 기관도 10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정부 정책에 의거, 정규직 전환을 앞둔 기간제 근로자들의 계약기간을 의도적으로 단축해 오히려 계약 해지를 하는 사례도 역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에 의해 조사됐다.

정규직 전환 확정 전에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기간제 근로자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정부가 지난 8월 10일 각 부처에 '계약기간 만료 도래자에 대한 조치요령' 공문을 발송했지만,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의 47개 공공기관은 오히려 정부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총 215명의 기간제 근로자들을 계약해지 시켰다.

문재인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는 기대에 못 미친 채,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안정성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평가다.

현실적인 이유로 실제는 대통령과 현 정부의 정책 방향에 비례하는 공공기관의 진정성이 결여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사는 근거다.

공기업을 비롯한 공공부문만을 바라보며 준거집단으로 삼는 민간부문의 고용창출의 의지가 희석되지 않을까 염려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실질적인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임금체계와 근무조건에 대해 노사뿐만 아니라, 정규직 직원과 비정규직 직원 간 이해관계와 잠재적 갈등을 조율해야 하는 현실적인 쟁점도 있다. 특히 무기계약직의 처우 개선도 중요하지만 파견·용역직의 정규직 전환을 놓고 각 구성원 간 잡음이 야기될 수 있어 합의점을 찾는데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핵심은 같은 비정규직이라 할지라도 무기계약직과 파견·용역직 간의 근무조건이나 처우가 같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파견·용역직의 경우 업무 특성상 여러 직종들이 모여 있고 업무, 임금체계, 복지 수준이 다 달라 여러 이해관계들이 얽혀 있다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 만일 합의점을 찾는다는 이유로 시일이 무한정 소모될 경우, 이들의 정규직화는 요원한 사항이 될지도 모른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시 기존 정규직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 영역을 침해당할 수 있다는 불만도 생겨 새로운 노노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어쩌면 제일 나중의 문제점일지도 모른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비용의 문제다.

그나마 공공 부문에서 재정 상황이 낫다고 하는 금융 공기업의 입장에서도 수천 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일은 심히 버거운 사명이다. 기업은행을 예로 들더라도 정규직 전환 대상 파견·용역 근로자는 2000여 명이며, 무기계약직은 그보다 더 많은 3000여 명이다.

정부가 일률적으로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허겁지겁 맞추기만 할 뿐, 비용문제와 노노갈등을 이유로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는 명분이 별다른 실효성 없이 시일만 잡아먹는 공기업 등의 핑계가 되는 것은 우리가 익히 겪어왔던 전시행정이다.

일례로 서울시엔 산하 공공기관 11개에 2400명의 정규직 전환 대상자가 있지만, 이들의 전환을 위해 한정된 자리는 줄어든다면 정작 실업의 중심에서 공공부문에 진출하려는 수많은 청년들의 애타는 심경은 과연 누가 대변할 것인지는 마지막으로 묻고 싶다. 

그동안 우린 초기의 높은 국민 여론 지지도에 기반한 새 정권의 정의와 선의가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모든 것을 정당화하거나 금기시하며 현실적 진실은 가려온 예들을 항상 목도해 왔다.

그러한 예들은 폐단이 되고, 적체 되면서 결국 현재의 적폐라는 용어까지 천착하는 단계에 이르고 말았다.

적폐청산의 이름으로 많은 것을 이루려는 문재인 정부가 관련 사안들을 냉철하고 합리적으로 살펴봐야 할 근원적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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