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오늘]"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적법" 판결…이재용 2심 '호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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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오늘]"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적법" 판결…이재용 2심 '호재'될까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7.10.24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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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에서 이재용에 불리했던 '삼성물산 합병' 쟁점, 2심에선?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유경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등을 놓고 특검과 변호인단이 물러설 수 없는 ‘2라운드’에 돌입한 가운데, 경영권 승계 의혹에 관한 주요 쟁점 중 하나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적법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이 부회장 측 주장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삼성측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 작업이나 이에 따른 묵시적 청탁 등은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특검이 ‘청와대-보건복지부-국민연금공단-삼성’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입증할 만 한 구체적인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기도 했다.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부장판사 함종식)는 일성신약 등 옛 삼성물산 주주 5명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무효를 주장하며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합병이 포괄적 승계 작업의 일환이었다 해도, 경영권 승계가 유일한 목적은 아니었다”며 "지배구조개편은 경영안정화에도 기여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정인의 기업 지배력 강화는 법적으로 금지된 것이 아닌 이상 지배력 강화를 위한 합병이라는 사정만으로 그 목적이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서울 삼성 서초사옥에서 직원들이 드나드는 모습 ⓒ 뉴시스

삼성물산 합병, 같은 쟁점·다른 판단…이 부회장의 운명 걸린 2심 재판은?

이 같은 재판부의 판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에 대한 포괄적 경영승계 작업의 일환이었다 해도 이를 유일한 목적이라 볼 수 없다”고 한 점에선 이 부회장의 1심 재판과 동일하다.

그러나 눈 여겨 볼만한 대목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산출된 합병 비율에 대한 부분이다.

재판부는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령에 의해 산정됐고 기준이 된 주가가 시세조종이나 부정거래행위에 의해 형성됐다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합병비율이 옛 삼성물산과 그 주주들에게 불리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삼성물산의 실적을 낮추는 등의 방법으로 주가를 조작해 이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제일모직에 유리한 비율을 이끌어낸 것이라는 특검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나아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당시 주가를 반영해 자본시장법에 따라 산출된 것”이라는 삼성측 변호인단의 주장과 부합한다는 점에서, 향후 이 부회장 2심 재판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 부회장의 2심은 ‘형사 재판’이고, 이번 옛 삼성물산 주주들이 낸 소송은 ‘민사 재판’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민사재판 판결이라 해도 향후 형사재판 판결에 영향을 준다는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기업의 합병이 경영권 승계만을 위한 것이라 입증하긴 매우 어렵다”며 “이는 가치판단의 문제로, 상당히 애매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의 2심 재판과 핵심쟁점을 공유하는 다른 재판에서 명백한 판단이 나온 만큼, 이부회장측 변호인들이 이번 판결을 인용해 적극적으로 방어논리를 펼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월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 공여 등 혐의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삼성측 변호인단, 견고한 방어논리 구축에 '호재' 될 것으로 보여

한편, 지난 8월 1심 선고 재판에서 이 부회장은 특검이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판단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해 거듭 ‘오해’라고 강조하면서 “이 오해와 불신이 풀리지 않는다면, 저는 앞으로 삼성 대표하는 경영인이 될 수 없다. 이 오해만은 꼭 풀어달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1심 선고 공판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이 경영권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지난 8월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1심 선고 공판에서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가 단순화되고 제일모직의 강제금융지주 전환 문제 해결됐다”며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배력이 강화됐다는 점에서 경영권 승계 작업과의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1심 선고 이후, 법조계 일각에선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라는 반응이 나오면서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등을 둘러싼 논란이 더욱 가열돼는 양상이다.

미국 유력매체 포브스도 이 부회장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된 것에 대해 “법치(Rule of law)의 승리가 아닌 정치적인 연출”이라며 이례적으로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포브스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시험대에 오른 체제:한국 정치개혁에는 연출이 아니라 증거가 필요하다'는 제하의 기고문을 통해 "만일 정치적이지 않았다면 이 부회장은 무죄를 선고받았을 것"이라며  "이번 재판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구체적 대가를 위해 지원을 제공했다는 구체적 증거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담당업무 : 재계, 반도체, 경제단체를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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