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그룹 정몽원 경영 복귀를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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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그룹 정몽원 경영 복귀를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7.10.25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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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경영 실천 vs. 수상쩍은 타이밍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지난 24일 그룹 내 핵심 계열사 만도 CEO 복귀를 선언했다 ⓒ 뉴시스

정몽원 한라그룹 화장이 5년 만에 그룹 핵심 계열사인 만도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책임경영의 실천이라는 우호적 견해와 복귀 타이밍이 수상하다는 비판적 견해가 공존하는 양상이다.

지난 24일 한라그룹은 ㈜한라(舊 한라건설) 대표이사인 정 회장이 만도 대표이사를 함께 맡게 됐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발(發) 사드 보복 등 국내 자동차부품산업에 위기가 감돌면서 오너가 직접 경영일선에 나선 것이라는 게 한라그룹의 설명이다.

정 회장은 과거 2008년에도 ㈜한라가 주춤하자 경영을 맡아 정상화시킨 바 있다. 이번에도 비슷한 판단 하에 구원투수 격으로 만도에 자진 등판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만도의 영업이익은 2014년 792억1381만 원, 2015년 2656억4460만 원, 2016년 3050억541만 원으로 고공행진을 달렸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만도의 지난 1~2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156억2171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9% 줄었다. 또한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1.63% 하락했다.

사드 문제가 수면 위로 오른 이후 기세가 크게 꺾인 모양새다. 정 회장의 이번 경영 복귀에 대해 책임경영의 실천이라는 호평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라그룹 측은 "변혁기를 맞은 자동차산업에서 주도권을 찾고 그룹 미래를 위한 제2의 도약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정 회장이 나섰다"고 말했다.

▲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의 이번 경영 복귀를 두고 비판적인 지적도 제기된다. ⓒ 뉴시스

그러나 정몽원 회장의 경영 복귀와 관련해 부정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시점이 미묘하다는 이유에서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정 회장에 대한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철회키로 결정했다.

국토위의 한 관계자는 이날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종합국감 때 워낙 많은 대형 건설사 CEO들이 증인으로 출석하기 때문에 정 회장을 불러봤자 질의응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조정식 국토교통위원장(더불어민주당), 민주당 민홍철 의원 등은 한라비발디 아파트 하자 문제, 불공정거래 행위 등을 근거로 정 회장의 국감 증인 출석을 요청한 바 있다.

현재 ㈜한라는 경기 시흥 배곧신도시, 경남 김해 등 지역에서 한라비발디 아파트 부실시공과 하자 문제로 입주민들과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만도는 지난 3월 하청업체에 지불해야 하는 하도급대금을 정당한 이유 없이 감액한 사실이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8000만 원을 부과 받았다.

당시 공정위는 "만도가 부당 대금 결정·감액, 부당 위탁취소, 부당 반품 등 3대 하도급 불공정행위를 저질렀다"며 "후에 자진시정했으나 법 위반 금액과 중대성 등을 감안해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결정했다.

정 회장 입장에서는 국토위의 이번 국감 증인 채택 철회로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게 된 셈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증인 채택이 철회되자마자 그가 만도의 경영일선에 복귀한 대목은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책임경영의 실천이 경영 복귀 명분이라면 그에 앞서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한 뒤 나섰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더욱이 지난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한라그룹의 지주사 한라홀딩스와 독일계 헬라의 합자회사 만도헬라의 불법파견 논란이 터지기도 했다. 정 회장은 한라홀딩스의 최대주주고, 만도헬라의 대표이사는 정 회장의 처남 홍석화 사장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이 국감 증인 채택 철회로 어깨의 짐을 덜자마자 경영 복귀를 선언했는데, 이치에 맞지 않는 처사라고 생각된다"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면 이에 대한 응당의 조치를 한 이후에 전면에 나서야 하는 게 경영가의 도리가 아니냐"고 꼬집었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은 또 다른 이유가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의원들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정 회장은 현재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을 맡고 있다.

국회의 한 핵심 관계자는 25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정 회장뿐만 아니라 그의 처남 홍석화 사장도 환노위 증인 채택이 불발됐다"며 "평창올림픽을 위시한 한라그룹 측의 로비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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