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강한 군사력 갖춰야 평화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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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강한 군사력 갖춰야 평화도 온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10.26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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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113)>김태영 전 국방부장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한반도가 긴장에 휩싸였다. ‘말 폭탄 대결’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은 조금도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스트롱맨’들은 한반도 위기를 자국의 이익으로 연결시키는 데 여념이 없다. ‘막 가는’ 북한과 미·중·러·일 강대국 사이에서 조급한 쪽은 당사자인 대한민국뿐이다.

위기가 다가오다 보니, 내부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북한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미·중·러·일과의 관계 설정은 어떻게 해야 할지 등 이슈마다 첨예한 대립이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답 없는’ 난제 앞에서 목소리만 높아지는 분위기다. 극으로 치닫는 갈등 속에서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김태영 전 국방부장관은 10월 24일 ‘국민대학교 북악정치포럼’을 찾아 이 문제에 대한 자신의 답을 들려줬다. 

▲ 김태영 전 국방부장관은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를 언급하며 대한민국이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다고 말했다 ⓒ 시사오늘

“중국의 사드 보복, 국론분열이 초래한 결과”

김 전 장관은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를 언급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미·중·러·일이 한반도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을 언급하며, 대한민국이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주변에는 대단한 나라들이 많은데, 이들이 최근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미국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웬만하면 다른 나라 일에 개입하지 않으려 한다. 오히려 동맹국들에게 군사력을 증강시켜 미국에 힘을 보태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도광양회(韬光养晦)를 부르짖던 중국도 이제는 ‘2050년에는 세계 제1의 강국이 되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한다. 일본도 ‘보통국가가 되겠다’면서 제대로 된 군사력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북한은 여전히 핵미사일 완성에 집착한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외부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것이다.” 

▲ 김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안보 정책에 대해서도 우려의 뜻을 숨기지 않았다 ⓒ 시사오늘

이어서 그는 정부의 애매한 대처가 혼란을 유발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며,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확고한 안보 태세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데도 국내에서는 국론분열이 일어나고 있다. 여기에는 정부의 애매한 대처도 한몫 했다. 2015년에 사드 배치가 처음 언급됐다. 그런데 2년 동안 질질 끌었다. 사드는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인들과 주한미군, 한국을 모두 보호하려는 생각으로 배치하려 한 것이다. 얼마든지 중국이 반발하지 않게 하고도 들여올 수 있었다. 그런데 2년 동안 질질 끄니까 국민들은 ‘사드는 들여오면 안 되는 물건이구나’ 이렇게 생각하게 되고, 나라가 시끄러워졌다. 사드로 나라가 시끄러우니까 미국은 ‘한국이 동맹국이 맞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한국 대통령은 미국에 가서 한미동맹이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정작 사드 문제로 갈등이 일어났으니까.

이러다 보니 중국은 이를 절호의 찬스로 여겼다. 중국은 미국이 가까이 있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에 쫓아내고 싶어 한다. 그래서 사드를 문제 삼고, 롯데를 쫓아내고, 무역에 불편을 준 것이다. 이 모두 국론분열이 초래한 결과다.”

“문 대통령, 전략적 옵션 스스로 제한하고 있어”

아울러 김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안보 정책에 대해서도 우려의 뜻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러 옵션을 스스로 포기하는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한국 땅에서 군사적 옵션은 절대 안 된다’라고 했다. 당연히 누구도 우리나라에서 전쟁이 나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평화를 바란다고 해서, 전쟁이 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저런 발언은 결국 미국 발을 묶는 것밖에 안 된다. 하나의 군사적 옵션을 막아버리니까 미국이 북한 목을 졸라서 비핵화로 갈 수 있는 길을 우리가 차단하는 셈이 됐다.

자체 핵무장과 전술핵 재배치도 반대한다고 말씀했는데, 이렇게 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옵션이 막힌다. 우리가 핵을 만들지는 못할지언정 핵으로 공격하는 것은 막아야 하는데, 막을 수 있는 옵션을 다 잘라버렸다.

그 외에도 7대 국방개혁과제 같은 것을 보면 걱정스러운 점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국방부의 문민화다. 국방부는 대통령을 모시기 위한 조직이기도 하지만, 전방에서 전투하는 군인들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직이기도 하다. 그런데 경험도 없고 전방 실상을 알지 못하는 관료들이 국방부를 이끌어가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 

▲ 김 전 장관은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베게티우스의 말을 인용, 우리가 충분한 군사적 능력을 갖춰야 완벽한 평화를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시사오늘

“강한 국방력 갖춰야 평화 얻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김 전 장관은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베게티우스의 말을 인용, 우리가 충분한 군사적 능력을 갖춰야 완벽한 평화를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쟁을 막기 위한 세 가지 필요조건도 제시했다.

“고대 로마 장국인 베게티우스는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말을 했다. 우리가 평화를 외친다고 평화가 오지는 않는다. 충분한 능력을 과시할 수 있을 때 완벽한 평화가 오는 것이다.

그러려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야 하고, 자주국방능력을 갖춰야 하고, 한미동맹 등 국제협력을 강화해나가야 한다. 이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도 생각할 수 있는 전략이다. 가령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 얻어맞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겠나. 태권도를 배워서 싸움을 잘 하거나, 의협심 있고 나를 보호해줄 수 있는 좋은 아이와 친구가 돼야한다. 똑같은 논리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철저하게 응징하거나, 저쪽이 미사일을 쏘기 전에 우리가 선제공격하거나, 방어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응징을 하려면 공격 장비가 갖춰져야 하고, 저쪽이 선제공격을 하려면 정찰감시 능력을 키워야 하고, 방어를 하려면 사드, PAC3, KAMD 같은 것들이 필요한데 아직 여러모로 부족하다.

자주국방을 위해서는 정예 군인을 만들어야 한다. 군 규모 축소와 복무기간 단축에 대비해 다수를 소수로도 이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현역병 훈련을 강화하고 부대 운영도 효율화해야 한다. 경계나 작업에 시간을 빼앗기지 않고, 훈련만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또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 국제적으로도 대북 제재나 압박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아울러 일본과의 관계도 어떻게 갈지 고민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과거에 얽매여 있어서는 안 된다. 과거사 문제를 넘어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우리가 원하는 진정한 평화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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