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건설부문, 선방은 했는데…그룹 일감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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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건설부문, 선방은 했는데…그룹 일감 어쩌나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7.10.26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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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의존도 높아…文정권 내 매출공백 가능성↑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올해 3분기 양호한 실적을 거두며 선방에 성공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앞으로가 문제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룹 일감 감소로 인한 매출 공백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5일 삼성물산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17년 3분기(잠정) 매출 3조1260억 원, 영업이익 1050억 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0%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1.4% 감소했고, 지난 2분기와 비교하면 각각 1.2%, 31.4% 줄었다.

업계에서는 무난한 성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해외공사 원가율이 상승했음에도 지난해 2분기부터 영업이익 안정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매출은 시장기대치를 상회했고 영업이익은 기대했던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일부 해외 토목프로젝트 원가율 상승 선반영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부진했으나 추가 반영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오는 4분기에는 건설부문이 수익성을 회복에 삼성물산의 전체 영업이익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삼성물산(대표이사 최치훈) 건설부문이 매출 공백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 삼성물산 CI

그러나 일각에서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최근 분기별 영업이익과 그룹 일감을 통한 매출 규모가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음을 근거로 들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주목할 부분은 삼성물산의 대규모집단현황공시 '계열회사 간 주요 상품ㆍ용역거래 내역'이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생명 등 그룹 계열사로부터 2015년 4분기 7375억3600만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2016년 1분기에는 4819억2900만 원에 그쳤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15년 4분기와 2016년 1분기 각각 영업손실 1380억 원, 4150억 원을 기록했다. 그룹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로 얻은 매출 감소폭과 영업손실 확대폭이 비슷한 수준이다.

이후 흑자전환에 성공한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영업이익은 2016년 2분기 1180억 원, 3분기 1530억 원, 4분기 1780억 원으로 견고한 흐름을 이어갔다. 같은 기간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16년 2분기 6360억5300만 원, 3분기 6888억2300만 원, 4분기 1조123억8200만 원 규모의 매출을 그룹 계열사로부터 거뒀다.

올해 들어서도 이 같은 기조는 계속 유지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그룹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매출은 2017년 1분기 6306억2300만 원으로 뚝 떨어졌는데, 당시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영업이익도 910억 원으로 급감했다. 또한 지난 2분기 내부거래 매출이 9839억8800만 원으로 다시 확대되자, 영업이익 1530억 원을 기록해 1000억 원대를 회복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그룹 일감 의존도가 높은 실정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이 같은 그룹 일감을 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에 있다.

그룹 총수이자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치소에 수감된 이후 그룹 계열사 간 긴밀한 공조가 예전 같지 않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필두로 한 문재인 정권의 재벌개혁 압박도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중심에 있는 기업이다. 삼성 측이 당분간 지주사 전환은 없다고 일축하긴 했지만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는 만큼, 자칫 일감 몰아주기 이슈에 휘말리면 전사적 곤란을 겪을 여지가 상당해 보인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하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 중 하나다. 해당 법에서는 오너가 일가 지분이 상장사 30%, 비상장사 20%인 계열사 중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 원 이상이거나 비중이 12% 이상이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한다.

현재 삼성 오너 일가는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총 31.17%로 이재용 부회장 17.08%, 이건희 회장 2.84%,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각각 5.47%, 故 이병철 창업주 넷째 딸 덕희씨의 장녀 이유정 씨(0.31%) 등이다. 관계당국의 감시망이 촘촘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룹 내부 사정도 삼성물산 건설부문에 녹록지 않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어 그에 따른 건설 수주를 낙관하기 어렵고, 회사 안팎 투자자금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미래성장동력으로 쏠릴 공산이 크다.

실제로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전체 수주잔고는 2015년 40조870억 원에서 2016년 31조6260억 원으로 20% 이상 줄었다. 올해 3분기 기준 수주잔고도 28조4910억 원으로 지난 상반기보다 약 6700억 원 가량 느는 데에 그쳤다.

향후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매출 공백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6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올해에는 무난하게 선방할 것 같지만 문제는 2018년이다. 금리 인상과 정부의 부동산·금융 대책 등으로 국내 건설업계에 불황이 닥칠 공산이 크다"며 "특히 삼성물산은 이번 정권 내 일감 몰아주기 이슈에 따른 매출 공백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는 "무분별한 구조조정보다는 있는 자원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제일모직과의 합병 과정에서 힘을 잃은 건설부문 정상화에 매진해 사업 다각화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아무리 탈이 많더라도 건설부문이 삼성물산을 먹여 살리고 있는 게 사실 아니냐"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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