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23 목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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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정규직 전환에 대한 공기업의 진정성, 믿을만 한가?
정부정책에 역행하는 공기업의 비정규직 처우
뿌리깊은 공기업의 무사안일부터 도려내야
2017년 10월 26일 (목) 김기범 기자 sisa0n@sisa0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기범 기자)

   
▲ 숱한 현실적 난관들이 예상되는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 전환정책 성공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각 공기업들의 진정성이 담보돼야 한다.(사진은 부산 문현동에 위치한 기술보증기금 본사 전경) ⓒ 뉴시스

이미 예정된 대로 공공부문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20만5000 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정부는 지난 25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태스크포스(TF)회의'를 열고 예고한대로 각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에 대한 연차별 전환계획 등을 확정했다.

정부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국공립 교육기관 등 835개 공공부문 기관에서 앞으로 2년 이상 연중 9개월 이상 일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력을 추려, 비정규직 31만 6000명 가운데 64.9%에 해당하는 20만 5000여명을 단계적으로 정규직 전환키로 했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때부터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따라 이미 지난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는데, 25일 공개된 것은 그 구체적 실천방안이다.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의 41%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의 급여 수준은 대기업의 63%에 불과하며 그 격차는 계속 커지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급여 차이만큼이나 사회 계층구조가 비정상적인 것이다.

정부가 공공부문부터 서둘러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는 것도 그만큼 대한민국 전반에 걸쳐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며 모든 정파를 초월해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계층 간의 갈등과 이격을 조정해야 할 때인 것은 분명하다.

이의 해결을 위해 일단 힘이 닿는 공공부문만 손을 대지만 차후에 민간 부문의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뜻은 국민 부담때문에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은 우선 보장하고, 처우개선은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으로 이어졌다.

지극히 현실적인 인식이다.

그러나 이는 달리 본다면, 그만큼 정부 또한 각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그렇게 쉽게 풀어지는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당장 재원 부담은 차치하고라도 비정규직의 처우를 둘러싼 노노갈등이나, 이번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된 근로자들의 불만과 처우개선도 넘어야 할 산이다.

노동계에선 이미 몇몇 부문의 정규직화 제외와 처우개선 유예가 반쪽짜리 전환에 불과하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번 정규직 전환계획을 놓고 만족스러운 처우개선은 없는 '무기계약직 양산'이라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무기계약직은 법률상 정규직으로 분류됐지만, 임금과 복리후생 측면에서 많은 차별과 불이익을 당해 ‘무늬만 정규직’으로 불린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각 공공부문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대한 진정성이다.

현재 진행 중인 국감에서 보듯 공공부문을 대표하는 대한민국의 각 공기업들은 방만경영과 혈세낭비, 그리고 채용비리 등으로 국민에게 추악한 민낯을 연일 드러내고 있다.

현 정부가 최우선의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적폐청산’의 일차적 대상이 공기업이라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장기간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공기업 부문은 취업준비생들 사이에 신의 직장이라 불리며 크고 작은 수익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막대한 재정 손실을 낳기도 했으며, 직원 복리후생을 명목으로로 적지 않은 공적 자금을 낭비하기도 했다.

그러한 공기업들의 적폐적 행태는 단순히 지난 몇 년 동안 누적돼 온 것이 아니다. 유통기한이 5년에 한정된 현 정부의 정책에 공기업들이 과연 얼마나 진정 어리게 부합할지 궁금한 이유다.

일례로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기술보증기금은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직원 1인당 복리후생비가 2.5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이번 국감에서 밝혀졌다.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이 이번 국감에서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제출받은 ‘임직원 복리후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인당 복리후생비는 정규직 388만원, 무기계약직 284만원, 비정규직 156만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1인당 복리후생비는 약 2.5배 차이를 보였다.

2015년 대비 2016년 1인당 복리후생비 감소 현황을 살펴봐도 정규직보다 무기계약직, 비정규직 감소폭이 최대 3.4배나 높았다. 2015년 기술보증기금 정규직의 연간 1인당 복리후생비가 399만 9000원에서 2016년에는 388만1000원으로 11만 8000원 감소하는 동안, 무기계약직의 연간 1인당 복리후생비는 2015년의 310만원에서 2016년에는 284만원으로 26만원 감소했다. 당연히 가장 하부 계층(?)인 비정규직은 2015년 196만원에서 2016년 156만원으로 40만원 줄어들었다.

기술보증기금이 제공하고 있는 복리후생제도 항목별 혜택에서도 비정규직은 큰 차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은 학자금 대출이나 주택자금 대출 등에서 차이가 없었지만, 비정규직은 자녀 학자금 대출, 주택구입자금 대출, 하계휴양소 대여, 장애인 자녀 특수교육보조비 등에서 전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는 복리후생의 진정한 개념에 대해 각 공기업이 아직 후진적인 인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여타 공기업은 물론 앞으로 현 정부가 유심히 보고 있는 민간부문도 비정규직을 사각지대로 가벼이 보고 있다는 증명이다.

앞으로 공기업의 정규직 전환 정책은 숱한 현실적 난관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현 정부는 확실히 인지해야 한다. 그러한 현실적 문제의 해결은 바로 근시안적인 복지부동과 무사안일한 자기보신의 생태에 찌든 대한민국 공기업 문화의 전반적인 개혁에 달려 있다.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공기업의 정부에 대한 진정성이 시험대에 오른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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