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23 목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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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가계부채 종합대책-'복합처방' 안 보인다
투기 잡되 경기급랭·실수요자 피해 없도록
취약계층·자영업자 민생경제 정확한 보완을
2017년 10월 28일 (토) 이병도 시사평론가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시사평론가)

문재인 정부가 최근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계부채가 주요 선진국보다 높고, 소비·성장의 제약요인이 될 수 있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그 정책배경을 설명했다.  정책은 실사구시(實事求是)적 설정이 관건이다. '민생경제'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가계부채 대책’도 여기에 사활(死活)이 걸려 있다. 향후 그 진행과정과 결과들이 국민 생활경제에 과연 어떤 파급 효과를 일으켜 나가게 될 지, 지대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문 대통령은 가처분소득 대비 179%까지 치솟은 가계부채 비율을 150%까지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1400조원에 이르는 ‘가계 빚 폭탄’에 선제적으로 대응, 가계와 금융의 동반 부실을 막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는 효과를 겨냥한 것이다. 가계빚이 2년 연속 두 자릿수의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데다, 그 규모가 지난 8월 말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95.6%인 1406조원 규모나 되었고, 연말에는 145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가계부채는 지난 두달 동안만 해도 7월 9조5000억원, 8월 8조8000억원씩 각각 계속 크게 증가, 경제성장률과 비교해도 과도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더욱이 그 가계부채 가운데 절반 정도가 상환이 불투명한 것으로 분석됐고, 100조원 가량은 이미 부실화된 것으로 드러나 정부가 가계빚 옥죄기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집계방식(자금순환통계 기준)으로 계산한 한국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현재 179%로 회원국 평균(135%)보다 월등히 높아 그 증가 속도가 위협적이다.

이번 대책은 올 상반기 현재 10.2%에 이른 전체 가계부채 증가율의 연간 억제 목표를 7%대 초반으로 설정했다. 이는 지난 2005~2014년 연평균 증가율인 8.2% 보다 0.5~1%포인트 낮고, 지난해 증가율보다는 무려 3%포인트나 떨어져, 연간 증가액이 지금보다 30조원 가까이 줄어들게 했다. 정부의 이 대책 배경엔 가계빚 증가율을 적정 수준 이내로 낮춰야 한다는 절박함과 당위성에 기인한 것으로 이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한국 가계빚은 2007~2014년에 연평균 60조원씩 늘었으나, 2015~2016년에는 연평균 129조원씩 증가했다. 저금리 시대에 박근혜 정부가 ‘빚내서 집 사라’는 식으로 부동산 규제를 마구 풀면서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탓이 크다.

이 조치로 앞으로는 자기자본 없이 부동산 구입이 힘들어지고, 전세를 끼고 집을 사서 시세차익을 올리는 갭투자도 어려워지게 됐다. 다주택자의 돈줄을 사실상 틀어막겠다는 것이다. 이번 대책 타켓을 다주택자와 다중채무자로 명확히 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다만, 시장경제 전반의 충격을 어떻게 최소화하며 보완해 나갈 지, 그 대책 또한 주요한 고려 사항이 돼야 할 것이다.

신(新)DTI . DSR . RTI - 경제뇌관 노려

 이번에 발표된 가계부채 대책의 구체적 정책내용을 보면, 먼저 신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정할 때 기존 주택대출 원금까지 반영하는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을 도입했다. 정부는 가계부채의 주범이 부동산 투기 목적의 대출이라고 봤고, 그래서 도입한 것이 주택대출을 줄이는 신DTI인 것이다. 즉, 신DTI란, 주택담보대출 2건 이상일 경우 현행 - 신규 주담대 원리금 + 기존 주담대 '이자' 향후 - 주담대 2건 '원리금 모두' 를 총부채로 반영하는 방식이다.

적용 사례를 보면, 기존 주택담보대출 1억원이 있는 연봉 5,000만원인 사람이 서울 내 6억원 아파트 담보대출을 받는 경우, 기존 현 DTI 적용에서는 대출액이 2억 5,000만원이 되지만 신DTI 적용시 9,500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가계 대출 가능액 산정의 기준을 크게 강화한 신(新)DTI는 내년부터 시행된다.

이와함께, 신용대출과 미래 소득까지 고려한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도 실시키로 했다. 이 방안은 기존 주택담보대출에 신용대출과 한도대출까지 합치는 것으로, 기존 대출자의 신규대출을 억제하기 위한 추가 제재정책이다. 신DTI보다 까다로운 기준의 DSR 적용 시기는 내년 하반기부터다. 신DTI와 DSR에 추가적으로, 임대수익이 이자비용보다 적을 경우 대출을 제한하는 RTI(임대업 이자상환비율)도 시행, 임대사업자의 대출도 규제키로 했다. 한마디로,  이들 제도의 도입으로 대출총량을 크게 줄여 보겠다는 것이다.

결국, 10.24 대책은 390만 다중채무자의 추가 대출을 옥죄는 게 핵심이다. 지난 ‘8ㆍ2 부동산 대책’에서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등에서 40%로 일괄 하향된 DTI와 기존 담보인정비율(LTV) 등 보다도 조건이 크게 강화돼 다주택자의 추가 대출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게 됐다.

   
▲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를 하루 앞둔 23일 오후 부동산 매물 전단들이 붙어 있는 서울 송파구의 부동산중계업소. ⓒ뉴시스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 최대 뇌관이다. 이명박 정부 때까지 150% 선을 넘나들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2015년 169%, 2017년 179%까지 솟구쳤다. 빚 부담에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성장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이 시작된 셈이다. 벌어서 빚 갚기 바쁜 판이니 쓸 돈이 줄어들고, 미래에 대한 우려를 더욱 가중시켜 돈 쓸 엄두를 어렵게 만든다.

국내총생산의 95%까지 비대해진 가계부채를 방치하는 것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핵폭탄을 껴안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할 때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는 178.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35%를 크게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본격적인 금리상승기에 접어들면서 한국의 가계부채 폭발 시점이 더 빨라졌다고 할 수 있다. 시장의 금리변동 추세나 대외적인 여건을 볼 때, 당분간 금리 상승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인상 행진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데다 한국 채권시장도 벌써부터 금리인상을 예상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금리인상이 가계의 빚 상환 능력을 더욱 떨어뜨리게 한다는 사실에 있다. 이와 관련, 한국금융연구원은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해질 경우 곧바로 은행시스템의 위기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경고의 보고서도 내놓았다. 현 시점에서 가계부채를 연착륙시키는 일은 그만큼 중대한 국가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폭풍전야 부동산시장…현장 明暗

 가계부채의 70% 이상은 주택담보대출로 그 핵심은 부동산 대책에 있다. 이번 가계대출 종합대책에는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이 포함돼 있는 셈이다. 초저금리에 기대 빚을 내 집을 사 돈 버는 시대를 막내리게 하려는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지난 박근혜 정부의 ‘빚 내서 집 사라’ 정책은 경기부양의 긍정적 효과보다 공연히 집값을 올리고, 가계부채를 폭발시킨 부작용이 더 컸다. 박 정부 이래 가계부채 급증세는 주택 구매 수요 증가와 밀접히 관련돼 있다. 그 때의 부동산 대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기만적 부동산 부양책에 불과했다. 가계부채 대책도 겉으로 가계빚을 경계하는 시늉만 했을 뿐,  ‘일단 돈을 풀고 보자’는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로 인해 한국의 전체 가계부채는 2015년부터 올해까지 연속 3년 간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오면서 GDP 대비 비중도 OECD 평균 70%를 훨씬 넘는 96%에 이르고야 말았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두 차례의 부동산 대책에 이어 이번 가계부채 대책이 나온 데다, 최근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도 임박, 한동안 저금리·유동성으로 상승세를 탔던 한국의 부동산 시장에는 이제 적신호가 켜지게 됐다. 실제 이달 들어서만 해도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5%대로 올라섰다.

이에 우려되는 사항은 이번 조치들로 예상되는 '실물경제 현장'에서의 다양한 파장들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경기 급랭, 신용불량자 양산 등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주택시장 급랭은 건설경기 침체, 내수 위축이라는 악순환도 부를 가능성이 높다. 그런 면에서, 그나마 정부가 경기 위축을 우려, 신DTI 적용을 전국으로 확대하지 않고 수도권에 국한하기로 한 것은 현명한 판단이다. 경기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일련의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최대 규제대상은 민간 주택임대업 활성화 조치 등에 편승해 대출로 ‘갭투자’에 나선 다주택 임대업자나 아파트 집단대출이다. 해당 주택담보대출에 따른 가계부채야말로 부동산 투기까지 조장한 주범이었기에, 이번에 다주택자 집단대출 규제가 크게 강화된 요인이 됐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정부의 기존 정책만 믿고 대출받아 집을 산 선의의 수요자들이 달라진 정책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하는 보완책도 중요하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이자부담은 2조3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이자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집을 내놔도 안 팔리고 집값은 떨어지는 상황에 직면할 위험성이 다분하다. 새 정책으로 연간 가계대출 증가액을 30조원이나 줄인다면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개연성이 그만큼 큰 것이다. 

보다 큰 틀에서 보면,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대책은 더 큰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 부동산 규제는 올해만 벌써 세 번째다. 이미 청약조정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대출규제가 강화된 가운데 신DTI와 DSR까지 도입되면 대출을 통해 부동산을 사는 것은 더 어려워진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5%대까지 오른 상태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되고 내년 4월 양도세 중과까지 시행되면, 주택시장은 급랭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따라서 규제 일변도보다는 공급 확대를 병행하는 게 보다 근본적 대책이 돼야 한다. 돈줄을 죄어 일시적으로 억누른다 해도, 부동산 공급 확대방안이나 부동산 보유 세제 개편 등이 병행되지 않으면, 부동산 관련 가계부채 위험은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다. 이번 대책이 시늉에 그치지 않으려면 서울 강남 등에 집중된 수요를 분산시킬 대체 부동산 공급 및 부동산 보유세 강화 등에 대한 전략적 검토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위험가구' 대책 미흡

 이번 대책 파장의 중심에는 '금리인상'이 있다. 저금리 시대가 끝나고 금리가 오르면 가장 타격을 받는 대상은 한계선에 있는 취약계층이다. 현재 경제적으로 어려운 서민들은 낮은 신용도로 인해 고금리에 노출돼 있다. 따라서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 이들의 부담이 가장 커지고 가계부채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현재 대출금 상환이 어려운 위험 가구만 126만가구에 달한다. 2년 전보다 16만가구가 늘어났다는 소식이다. 미국발(發) 금리 인상 여파로 조만간 한국도 금리를 올리면 이자 상환 부담이 늘어나는 서민들을 중심으로 민생경제에 미치는 충격파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금융의 문턱이 높아 어려움을 겪는 서민과 자영업자들을 위한 대책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강화된 신DTI가 소득을 기반으로 한 규제책이어서 정책 목표와는 달리 소득이 낮거나 소득 증빙이 어려운 취약계층, 자영업자, 노령층이 이번 대책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물론, 그 보완책으로 고위험가구(취약차주)에 대한 맞춤형 지원방안도 포함됐다. 연체 전 채무조정 유도, 고금리 이자 부담 완화, 소액 장기연체채권 탕감, 자영업자용 ‘해내리 대출’ 등이 그것이다. 저신용자 대책에는 생계비 절감과 소득안정화 방안까지 담았고, 이와 함께 제2금융권을 이용하는 서민을 위해 은행권의 ‘안심전환대출’과 같은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5000억원 규모로 운용하겠다고 밝히긴 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원리금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이들에게 장기고정분할상환 상품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또한, 정부가 자영업자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상품(해내리 대출)은 새로운 대책이 아니다. 서민을 위한 정책금융 규모를 확대해 이들이 저금리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수없이 지적되어 왔음에도 개선되지 않는 금융기관들의 과도한 예대마진도 규제해야 한다. 따라서 금융 시스템 전체가 불안에 빠지지 않도록 '취약 차주'의 가계부채 관리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할 때다. 

게다가 가계대출 부도 위험이 높은 곳은 자영업자다. 이번 대책에선 자영업자 부채 관리부분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자영업자는 지난 6월 말 160만명이 521조원의 빚을 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반년 만에 40조원 이상 증가했다. 1인당 3억원이 넘는 액수다. 자영업은 지난 10년 동안 살아남는 업소가 5곳 중 1곳뿐일 정도로 생존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내수경기 침체 속에 금리까지 오르면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늘면서 가계부채 뇌관에 큰 타격이 될 우려가 있다. 정부는 자영업자 대출의 실상을 면밀히 파악, 조속한 대책을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실물경제 안정 - 선순환 구조 정착을

 실물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는 간단히 해결될 수 없다. 오늘의 김동연 부총리도 "말처럼 가계부채 문제는 다양한 원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단기간 혹은 단번에 해결할 수 없다."고 인정했다. 근본적으로 부채 상환 능력이 제고돼야 풀 수 있다. 소득이 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미 가계부채는 처분가능소득의 1.5배를 넘어섰다. 금융·부동산·소득 등이 복합적으로 연결돼 있어 단편적 접근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외환위기 때는 기업은 부실했어도 가계는 견실했다. 그 때는 정부가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해 기업 부실 문제를 해결했지만, 가계 부채 문제는 그런 식으로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원인이 복합적이다. 기업 부채보다 더 큰 위험성과 폭발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그것은 지난 정권들에서도 수없는 가계부채 대책에도 불구, 해결은 고사하고 되레 양적·질적으로 심각해진 이유다.  

'민생'과 관련된 각종 경제정책은 앞으로 수십년을 내다보는 장기 비전과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가계부채'의 경우도 정권에 따라 널뛸 것이 아니라 금리와 주택 수급 등 구조적인 문제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의 진정한 신뢰를 받을 수 있고, 정책의 효용성도 제대로 발휘된다. 현재 가계부채 문제의 경우 급속한 증가 속에 국민의 체감불황만 높아가고 있다. 정부는 경제사정을 국민들에게 솔직히 밝히고, 장바구니 물가 안정 등의 대책을 선제적으로 펼쳐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가계 빚을 줄이려면 정부가 지도력을 발휘, 투자-일자리 창출-소득-소비 증가라는 경제의 선순환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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