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직장' 마사회의 거침없는 '잡음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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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직장' 마사회의 거침없는 '잡음 질주'
  • 김기범 기자
  • 승인 2017.11.01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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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기범 기자) 

▲ 한국마사회가 구조적 병폐로 인한 여러 잡음 속에서 책임있는 공기업으로 거듭 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뉴시스

한때 공기업 중 대표적 ‘신의 직장’으로 손꼽히던 한국마사회(이사장 이양호)가 올해 직원 자살 사건 등이 잇따르는 상황 속에서 여러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1일 경향신문은 마사회가 용산 화상경마장 반대 집회에 ‘맞불집회’를 해온 한 보수단체를 우회 지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마사회가 2015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총 5000만원을 ‘대한민국감사국민위원회’(이하 감사위)에 기부했다고 주장했다.

감사위는 2012년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공학연)이 주축이 돼 설립한 단체로 알려졌다. 공학연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에 앞장 선 학부모단체로서, 이희범 사무총장은 감사위의 사무총장도 겸하고 있다.

마사회는 2013년 9월 서울 용산역 인근에 있던 화상경마장을 용산구 한강로 3가의 현재 자리로 이전하려다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힌 바 있다.

당시 공학연 회원 30여명은 2014년 7월 성심여중·고 학생들이 청와대에 청원엽서를 보내자 두 달 후인 2014년 9월 성심여고 앞에서 '전교조와 손잡고 학생을 망치는 성심여고 교장을 고발한다'는 확성기 집회를 열었다.

이 날은 3학년 학생들이 수능 모의고사를 보는 날이었으며, 공학연은 2016년 7월 성심여고 김율옥 교장수녀를 교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전 의원은 “마사회 직원이 감사위와 공학연이 공유한 사무실을 수차례 방문했다는 증언도 단체 관계자로부터 확보했다”고 말했다.

마사회 측은 “사회공헌 취지로 해마다 기부금 공모를 받아 수 십 개 단체에 기부를 하고 있다”며 “심사를 거쳐 지원 단체를 선정하기 때문에 특정 단체를 지목해 특혜를 주는 일은 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사회가 말없는 마주를 방치해 경마 비리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의 김현권 의원에 따르면 2016년 전체 마주 1017명 중 138(13.6%)명이 말이 없는 마주였다. 2007년부터 현재까지 비슷한 수준이다.

말 한 마리만 보유 하고 있는 마주 수도 2016년 1017명 중 210명으로, 2007년보다 3% 증가한 21%로 나타났다.

문제는 마주는 경마 관계자 중 유일하게 배팅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마사회법에 따르면 마주가 정당한 사유 없이 계속해서 6개월 이상 경주마를 소유하지 않을 경우, 등록을 취소하거나 6개월 범위 내에서 일정 기간 동안 활동 정지를 명할 수 있다.

그러나 마사회는 말을 보유하지 않은 기간이 6개월을 넘어선 마주에 대해 마주 신분을 더 연장해줘 경마 관계자들로부터 말없는 마주를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마사회는 측은 “이미 등록한 마주의 경우 일시적으로 경주마를 보유하지 않더라도, 6개월 범위 내에서 마주 신분이 유지되며, 신규 등록한 마주의 경우 최대 1년 6개월 간 경주마 보유 준비기간을 부여하고 있음에 따라 연중 경주마 없는 마주가 존재하게 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비록 말을 소유하지 않았어도 마주는 잠재고객이기 때문에, 경마 관계자로부터 경마와 관련한 정보를 얻어내기 수월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경마정보만을 얻기 위해서 말을 구입하지 않고도 최대 1년 6개월 동안 마주의 지위를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경마 그 자체 보다는 말관리비 절감과 배팅 정보 확보를 위해 마주들이 6개월간 경주마 미보유를 허용하는 현행 규정을 악용할 수도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김 의원은 “마사회는 조사권이나 수사권과 같은 보다 강력한 권한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입장을 종종 밝히고 있지만 현재 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6개월 유예 뒤 마주 등록을 취소하거나 활동을 정지할 수 있도록 한 권한을 애써 외면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기막힌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와중에도 마사회는 지난 몇 년간 매출 및 영업이익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도 매년 성과급은 올려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원들의 평균연봉도 공기업 중 가장 높았다.

지난달 27일 자유한국당 이만희 의원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마사회는 7조6000억~7조 8000억 원의 매출 상태를 유지했다. 영업이익도 2012년의 2512억 원에서 점차 하락세를 보이다 지난해엔 2041억 원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지난 5년 동안 마사회는 직원들에게 성과급 지급액을 해마다 늘려, 2012년 159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199억 원을 지급했다.

마사회의 직원 연봉도 해마다 높아지는 추세다. 평균 8490만 원이었던 2012년 연봉은 2013년의 8760만원, 지난해에는 9500만 원 수준까지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900여명의 정규직 직원들에게는 연봉에 2000만 원의 성과급이 포함돼 지급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의원 측은 마사회가 내부에 여러 문제가 있음에도 35개 시장형 및 준시장형 공기업 중 평균연봉이 1위라고 설명했다.

마사회는 이밖에 대학생 자녀 장학금과 1인당 30만원 한도의 건강검진비가 지원되며, 특정 기념일에는 50만 원 상당의 온누리 상품권도 지급한다.

그러나 고액의 연봉과 성과급임에도 마사회의 사회공헌활동 비용은 매출액 대비 0.2%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불법사설경마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불법사설경마 근절을 위한 캠페인 및 홍보는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사회는 지난  2013년부터 2017년 1월까지 불법사설경마 근절을 위한 캠페인 및 홍보 실적이 전무했고, 2017년 2월 이후에는 단 한 번의 캠페인만 진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마사회가 책임 있는 공기업으로서 역할을 다 하기 위해서라도 연이어 터지는 직원 자살이나 용산 경마장 등 내외부의 잡음을 딛고, 비정규직에게도 성과에 따른 결실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담당업무 : 에너지,물류,공기업,문화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파천황 (破天荒)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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