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목회 수사, ‘MB-박영준-김준규’ 삼각동맹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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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목회 수사, ‘MB-박영준-김준규’ 삼각동맹설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0.11.0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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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야권 ‘결사항전’, 한나라당도 입장 급선회
야권 중심으로 '왕차관 박영준' 개입설 불거져
“국민의 눈을 가리고 국회의원 입에 재갈을 물리고자 한 MB정권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 이 나라 정치가 검찰에 의해 농단되는 것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평소 합리적이고 절제된 언어를 사용해 신사라 불리던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지난 8일 오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국회 유린 MB정권 규탄 및 4대강 운하 저지 민주당 결의대회’에서 이 같은 말을 내뱉으며 MB發 사정(司正)정국의 두 번째 작품인 ‘정치권 사정수사’를 두고 현 정권과 검찰을 힐난했다.

지난 5일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김태철)가 청원경찰들의 모임인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 11명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자 그간 MB發 검풍(檢風)의 1차 타깃이었던 한화·태광·C&그룹 등 재벌 수사와 살아있는 권력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등을 단번에 집어삼켜버리며 정국을 소용돌이 속에 몰아넣었다.

그것도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가지고 있는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답변하고 있을 때, 여야 가릴 것 없이 검찰의 사정칼날이 여의도를 향해 있었다는 점에서 정치권은 사실상 패닉상태로 빠져들었다. 

이 장관은 이날 ‘검찰이 현역 국회의원 집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해도 되느냐’는 장세환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검찰이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을 감싸고돌았다.

이어 ‘사전 보고를 받았느냐’는 김창수 자유선진당 의원의 질의엔 “오후 대정부질의 바로 직전에 보고를 받았지만 구체적인 것은 보고 받지 못했다”며 “검찰이 법원의 영장을 받아 자료수집 차원에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이 검찰 차원에서 한 것이라고 해명을 했지만 검찰이 국회 회기 중에 현역 국회의원의 후원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는 점에서, 이때부터 정치권 안팎에선 청와대와 검찰 간 모종의 커넥션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민주당 강기정·유선호·조경태·최규식·최인기,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 등 6명의 야당의원뿐 아니라 한나라당 권경석·신지호·유정현·이인기·조진형 등 여권 인사를 겨냥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게다가 검찰과 경찰은 청목회 입법 로비 의혹에서 한발 비켜서있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 대해선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 중앙선관위가 정치자금법위반 혐의로 수사를 의뢰한 사건에 대해 내사 중이다.

특히 지난달 12일 선관위가 검찰에 고발 수사를 의뢰한 125건의 정치자금관련 사건 중 경찰이 현재 내사 중이라고 밝힌 사건은 민노당 3건, 진보신당 1건, 곽노현 진보교육감 1건뿐이라는 점에서 ‘청와대의 전방위수사-기획수사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먼저 범야권은 MB정권의 국회유린을 규탄하며 MB정부와의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섰고 한나라당은 청와대와 검찰에 대해 신중→강력 비판→검찰수사 협조를 보이며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지난 8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최고위원회의를 갖고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국회의원에 대한 무차별적인 압수수색을 정말 몰랐다면 이것이야 말로 검찰공화국이란 얘기라며 검찰은 재벌 떡값, 성접대 향응 등 자기 눈의 대들보부터 제거해야 한다”며 “검찰 스스로 하지 못한다면 국회와 국민이 나서서 검찰의 정권 시녀화, 재벌 하청화 등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청와대를 직접 겨냥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부산 정치파동, 5.16 쿠데타 이래 11명의 현역 국회의원 사무실이 압수수색을, 그것도 대정부질의 기간 동안에 총리가 답변하는 중 기습작전을 편 것은 국회를 유린한 사건”이라며 “이건 청와대 지시가 없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힐난했다.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월 16일 청와대에서 박영준 지경부 2차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 뉴시스

與 7∼9일 입장번복, 과연 무슨 일이?

한나라당은 지난 7일 전까지만 해도 검찰의 청목회 입법 로비 의혹 수사와 관련, “국회의원이 후원금 10만 원 받는 것까지 범죄시하면 안 된다.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겠다”며 다소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여권은 7일부터 검찰의 압수수색 방법을 비판하며 정부와 청와대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실제 지난 6일 배은희 한나라당 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청목회 압수수색과 관련, “민주당이 국회의원 압수수색에 대해 ‘검은 손’ 운운하며 또 다시 소설 수준의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검찰에 의한 대대적인 국회의원 사무실 압수수색은 이례적인 일인 만큼 한나라당은 신중하고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은 청와대의 편을 들며 야권의 공세를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다 7일 열린 당·정·청 9인 회동 이후 한나라당의 입장은 급선회되기 시작했다. 이날 한나라당은 검찰의 청목회 수사뿐 아니라 당이 청와대에 사실상 일임했던 한미 FTA 재협상 등 정책현안의 결정을 두고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당시 동석했던 임채민 국무총리 실장이 “한나라당이 청목회 수사 등에 대해 청와대에 강한 유감을 표시하는 등 전반적인 당·정·청 회동의 분위기가 무거웠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후 8일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작심한 듯 검찰을 직접 겨냥하며, “검찰이 G20 정상회의와 예산국회를 앞둔 시점에서 국회의원 사무실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같은 수사 방법을 선택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검찰의 수사 방법은 신중하지 못했다”고 강한 불만을 터트렸다.

과연 7일 이전 한나라당과 청와대 라인에선 무슨 일이 있었을까.

당·정·청 9인 회동이 있었던 지난 7일 이전 청와대 내부에서 안상수 대표를 비롯해 한나라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기 시작됐다.

당·정·청 회동 전인 지난 4일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여당 대표가 검찰을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며 안 대표를 맹비난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검찰이 국회의원 11명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일제히 부인하지만 청와대와 김준규 검찰총장 간 모종의 시나리오가 있었음을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청와대 내부에서 감세안 철회를 주장한 친이계 의원들과 당 지도부를 향한 일종의 내부 단속용으로 청목회 사건을 집어 들었다는 주장도 흘러나오고 있다.

국회의원 11명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전 한나라당 내부에선 MB노믹스의 핵심인 감세안을 두고 정두언 최고위원이 공개적으로 철회를 주장하자 강만수 청와대 경제특보가 이를 저지했고 다시 친이계 소장파 의원들이 감세안 철회 연판장을 돌리며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웠다. 

또 청목회 수사 초기 안 대표가 “후원금 10만 원 받는 것까지 범죄시하면 안 된다”고 검찰에 으름장을 놓는 등 청와대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청목회 사정수사가 친이계 내부단속 및 정치권 사정을 통한 정국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포석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MB의 의도는 대기업 사정수사→정치권 사정수사→친이계 내부단속, 국정 주도권 장악→정권재창출이라는 일련의 수순을 위한 다중포석일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청와대로선 청목회 사건으로 당·정·청 갈등이 고조될 수 있지만 한나라당이 청와대에 끌려다는 모습이 장기화되면 당 내부의 청와대 비판이 급속도로 꺼진다는 점에서 친이계의 단속은 물론, 정국 주도권이 여전히 청와대에 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카드라는 분석이다. 


▲ 이명박 정권 규탄 및 4대강 대운하 예산저지 민주당 결의대회가 열린 지난 8일 오전 국회본청 앞계단에서 정세균, 이인영 최고위원을 비롯한 의원들이 손학규 대표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 뉴시스

왕(王)차관 박영준, 개입설 내막은?
검찰수사에 대해 강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한나라당은 9일 도로 비판이 누그러지기 시작한 정황이 포착됐다.
 
검찰이 이날 청목회 입법 로비 의혹에 대한 혐의가 있는 국회의원들의 회계담당자 등 보좌진에 대한 소환조사를 본격화하자 야권은 크게 반발한 반면,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법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소환에 응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

이 같은 한나라당의 반응은 8일 김준규 검찰총장의 청목회 수사와 관련해 원칙대로 간다는 입장을 밝힌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청와대 내부 의견을 수용하기 시작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어차피 한나라당으로선 당·정·청 관계가 수직적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비판동력이 지속되기 힘들었다.

청와대-검찰 간 모종의 커넥션이 의심되는 정황은 더 있다. 검찰의 청목회 수사는 이미 수개월 전부터 내사 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왜 대정부 질의 마지막 날에, 그것도 김윤옥 여사 몸통 발언 이후 대포폰 논란이 정점에 달했을 때 압수수색이라는 무리수를 뒀을까 하는 점이다.

또 통상적인 검찰의 압수수색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을 때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다. 하지만 청목회 로비 의혹의 경우 의원들이 받은 돈은 모두 영수증이 발급되고 선관위에 신고가 돼 증거인멸의 우려가 지극히 낮다는  점에서 검찰의 영장청구와 법원의 영장발부엔 여전히 석연치 않은 구석이 존재하고 있다. 

그럼 누가 청와대와 검찰 간 커넥션의 고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야권을 중심으로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의 배후로 지목된 박영준 지식경제부 2차관이 개입됐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 8일 국회 예산심의를 위한 법제사법위원회의에서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청목회 수사를 하고 있는 서울 북부지검장 이모 지검장이 박영준 2차관과 경북 칠곡 동향”이라며 “이 지검장은 대구 오성 고등학교 14회 졸업생이고 박영준 차관은 13회다. 이런 사실을 보면 국민들이 무슨 생각을 하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는 청와대가 대포폰 의혹으로 불거진 김윤옥 여사의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회장의 연임 로비 의혹을 덮기 위한 ‘물타기 수사’이자 ‘청와대發 사정수사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이귀남 법무부장관은 “제가 보고받기로 국면 전환용이라는 점은 전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같은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농협중앙회와 대기업 카드사가 각각 국회 농암수산식품위원회와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후원금 명목으로 로비를 했다는 정황을 포착, 곧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져 MB의 정치권 옥죄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 지난 8일 오전 국회 한나라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등 당직자들이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 뉴시스

MB發 2차 사정, 명분은?
지난 8·15 경축사에서 공정한 사회와 개헌 등을 각각 3년차 국정철학과 국정과제를 제시했던 MB는 이후 개헌안 각론을 놓고 여야 간 이전투구 현상으로 개헌 동력이 떨어지자 즉시 ‘추상적인 국정철학’을 ‘구체적인 국정과제’로 전환하는, 대기업 사정 수사를 꺼내든 바 있다. 검찰의 청목회 수사는 두 번째 선택한 사정수사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젠 사정 정국의 ‘명분이 무엇일까’라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청와대는 부인하지만 MB發 사정수사가 대포폰 등으로 수세에 몰린 MB가 선택한 국면카드라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는 상황에서 검찰수사에 명분이 없다면 자칫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와 정치권을 광풍으로 몰아넣고 있는 이른바 ‘검풍(檢風)’은 지난해 12월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0년도 법·질서 분야 업무보고’에서 토착-교육-권력비리 등을 강조한 3대 비리척결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다.

MB는 이미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G20 정상회의와 한미 FTA 등을 통한 ‘균형 있는 국제질서’와 ‘중도실용 노선’, 그리고 개헌·선거구제개편·지방행정체제 개편 등 ‘정치의 선진화’를 강조했다.

이어 지난 2월 25일 당시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를 비롯해 당직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도 “이제 남은 과제는 선거법을 개혁하고 행정구역을 개편한다든지, 또 제한적이지만 헌법에 손대는 과제가 있다”며 정치선진화를 재론했고 올해 8.15 경축사에도 같은 의지를 피력했다.

MB가 지난해부터 꺼내든 국정과제 중 G20 정상회의는 정부의 대대적인 홍보 속에 치러질 예정이고 한미 FTA는 자동차 분야의 양보라는 굴욕적인 협상을 통해 재협상 타결을 앞두고 있다. 그야말로 이젠 정치 선진화만이 남은 셈이다.

청와대와 친이계 내부에서 ‘검찰의 정치인 사정수사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70%에 달하고 있다’, ‘혹은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MB發 사정 이후 선거구제 개편 등 정치선진화 문제가 수면 위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개혁의 전제조건이자 필요조건이 바로 비리척결이라는 점에서 MB는 재벌과 정치권 사정 수사 이후 정치개혁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높다는 유추가 가능한 셈이다. 

MB와 검찰이 청목회에 이어 농협, 재벌 카드사의 정치인 후원금 등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수사를 통해 한국정치 부패의 온상으로 지목됐던 고질적인 후원금 문제를 건들 경우 국민적 여론추이가 야권으로만 급속히 쏠릴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과연 MB의 전방위적 사정수사가 국면전환을 통한 레임덕 차단을 안겨주는 ‘꽃놀이패’가 될지, 아니면 ‘죽은 권력 잡기’라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지 국민들의 이목이 청와대와 검찰, 여의도 정치권으로 쏠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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