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정치상식] 김무성은 부친 김용주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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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정치상식] 김무성은 부친 김용주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했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11.15 13:0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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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옥, 채널A <외부자들>서 '김무성, 부친 김용주 소개로 상도동계 입문했다'고 한 발언
부친 김용주 전 의원은 1985년 1월에 세상 떠나…김무성 상도동계 입문은 그 이후, 실언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포털사이트에 검색어 몇 자만 입력하면 감당할 수 없는 텍스트가 쏟아지는 세상이다. 그러나 정보가 흘러넘치는 만큼, ‘제대로 된’ 정보가 무엇인지를 분간하기는 더더욱 어려워졌다. 이런 이유로 <시사오늘>은 잘못된 정치상식을 바로잡는 ‘정치정보 팩트체커’ 역할을 하기로 했다. <시사오늘> 팩트체크의 세 번째 주제는 ‘김무성은 아버지 덕분에 정치에 입문했는가’로 잡았다.

▲ 김용주 전 의원은 눈을 감으면서 김무성 의원에게 “정치는 우리 집안사람의 성격과 맞지 않으니 절대 하지 말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 시사오늘 그래픽=김승종

“김무성 의원은 YS와 연줄이 있었던 아버지가 손을 잡고 가 ‘우리 아들 잘 부탁한다’고 해서 상도동계 막내부터, 바닥부터 올라온 정치인이다.”

전여옥 전 의원은 지난 14일 채널A <외부자들>에 출연해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의 정계 입문 계기를 이렇게 소개했다. 정치에 몸담았던 김무성 의원 아버지가 YS(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아들을 부탁하자, YS가 김무성 의원을 상도동계로 받아들였다는 설명이다. 비단 전여옥 전 의원의 말이 아니더라도, 정치권에서는 김무성 의원이 ‘아버지 덕에’ 정치에 입문했다는 이야기가 정설(定說)로 통한다.

그러나 이는 김무성 의원 부친이 ‘전남방직’ 창업자이자 민주당 원내총무를 지낸 김용주 전 의원이라는 사실에서 비롯된 오해일 뿐이다. 정치인 아버지로부터 정치적 자산을 물려받는 2세 정치인이 많다 보니, 김무성 의원도 ‘그랬을 것이다’라는 추측에서 나온 오해이기도 하다. 실상을 살펴보면, 오히려 김용주 전 의원은 아들에게 ‘절대 정치를 하지 말라’는 유지(遺志)를 남겼다.

김용주 전 의원은 사업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1960년 제5대 참의원에 당선됐으며, 집권당이던 민주당 원내총무 자리에까지 올랐다. 하지만 그는 5·16 쿠데타로 의원직을 잃은 후 사업에 전념하다 1985년 세상을 떠났다. 이런 경험 탓인지, 김용주 전 의원은 눈을 감으면서 김무성 의원에게 “정치는 우리 집안사람의 성격과 맞지 않으니 절대 하지 말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 부친 김용주 전 의원 흉상 앞에 선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 ⓒ 뉴시스

YS도 2010년 <시사오늘>과의 생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김무성 의원은 일찍부터 정치를 하고 싶어 했지만, 부친의 반대가 너무 심해 김용주 전 의원이 세상을 떠난 후에야 상도동계로 들어왔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여기서 YS가 말하는 '일찍부터'는 1978년 10대 총선을 앞두고다. 당시 정치의 꿈을 꾸어오던 김무성은 포항에서 둘째 형이 경영하던 동해제강 공장장으로 있었다. 그해 신민당 포항 영일 지구당 개편대회가 벌어졌는데, 이때 김무성은 경선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전임 위원장은 이철승계 조규창이었다. 당권은 이철승이 잡고 있어서, 김무성은 혼자 힘으로 당선이 어렵다고 판단해 상도동계의 지원을 요구했고, 김영삼(YS)이 직접 ‘장래를 같이 도모하자’는 친서까지 보냈다.

YS가 친서를 보낸 이유는 김무성의 부친 김용주 때문이었다. 김용주는 1960년 제2공화국 때 민주당 원내총무를 맡았는데, 원내부총무가 김영삼이었다. 이때 둘은 친분을 쌓았고, '김무성을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한 YS는 친서까지 써가며 김무성 지지를 약속했다.

YS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김무성의 승리가 눈앞에 와 있었다. 그러나 YS는 박정희의 눈엣가시였다. 정보부는 경선준비과정에서 김무성이 당원에게 정종 1병을 돌린 것을 트집 잡아 압력을 가했다. 김무성은 중도에 포기했고 정계진출의 꿈이 좌절됐다. 이후 부친인 김용주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정치할 생각은 하지마라"며 말렸다.

때문에 실제로 김무성 의원이 상도동계에 발을 들인 것은 1985년이며, 본격적으로 정치를 시작한 것은 1987년 통일민주당 창당발기인으로 참여하면서부터다. 김용주 전 의원이 1985년 1월 27일에 세상을 떠났으니, ‘아버지가 손을 잡고 가 YS에게 김무성 의원을 부탁했다’는 전여옥 전 의원의 말은 시기적으로도 말이 되지 않는 셈이다. 실언에 가깝다.

FACT – 부친 김용주 전 의원은 ‘정치하지 말라’를 유지로 남길 만큼 김무성 의원의 정치권 진출을 반대했으며, 이로 인해 김무성 의원의 정계 입문이 늦어졌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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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ㅇㅇ 2019-02-16 09:15:05
아버지 말 들었어야했다.

낄낄낄 2017-11-16 15:22:43
ㄲㄲㄲ 정진호 기자님 불쌍해 ㄲㄲㄲ 인생 덧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