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의혹 투성' 이라크 사망사고…유가족, 삼성엔지니어링 형사고소
[단독]'의혹 투성' 이라크 사망사고…유가족, 삼성엔지니어링 형사고소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7.11.16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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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이라크 공사현장에 파견된 삼성엔지니어링 직원 故 차모 선임이 2014년 8월 3일 22시 24분께 사망한 사건과 관련, 유가족들이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을 형사 고소한 것으로 <시사오늘> 취재 결과 확인됐다.

16일 사법당국에 따르면 차 선임의 부친 차모 씨는 "아들의 사고사에 대한 삼성엔지니어링의 불법행위를 처분해 달라"며 소송사기,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박 사장을 고소하는 내용의 고소장을 최근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해당 고소장은 현재 서울중앙지검에서 서울동부지검으로 이송돼 서울강동경찰서에 배당된 것으로 알려졌다.

차 씨는 "삼성엔지니어링의 사용자배상책임을 회피하고, 아들의 사고를 교통사고로 꾸미기 위해 핵심 증거 공개를 꺼리고 있다. 증거 조작 의혹도 있다"며 "이제라도 삼성엔지니어링은 내부 보고서를 공개해 달라는 유가족의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엔지니어링의 한 관계자는 "유가족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또 안타깝지만 이미 사법당국에서 여러 증거자료와 정황증거들을 토대로 우리 쪽의 손을 들어줬다"며 "법적 절차를 충실히 따를 것"이라고 해명했다.

민사소송서 패소한 유가족, 왜 다시 나섰나

▲ 2014년 8월 이라크 공사현장에 파견돼 현지에서 사망한 삼성엔지니어링 직원 차모 선임의 부친 차모 씨가 1200여 일 넘게 삼성엔지니어링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시사오늘

사법당국에서 자신들의 손을 들어줬다는 삼성엔지니어링의 말은 사실이다.

유가족들은 차 선임의 사망이 교통사고가 아닌 타살에 따른 것이라며 삼성엔지니어링이 사건을 은폐하고 있다고 삼성엔지니어링 측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과 2심 재판부는 원고 패소의 판결을 내렸고, 지난 5월에는 대법원이 원고의 신청을 기각했다.

당시 삼성엔지니어링은 "유가족들이 회사에 가입돼 있는 보험을 통해 거액의 보험금과 장례지원비(13억7000만 원)를 받았다"며 "그럼에도 추가 합의금(18억 원)을 요구하며 제기한 소송이 부당하다는 걸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 같은 대법원 판결로 차 선임의 사망사고에 대한 삼성엔지니어링의 사용자배상책임이 사실상 소각됐다. 이에 유가족 측에 약 2억 원의 보험금을 지급한 삼성화재는 구상권을 청구, 유가족에게 보험금을 다시 돌려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차 선임의 유가족들은 왜 이미 민사소송에서 패소한 사안을 형사소송으로 끌고 가고 있는 것일까. 유가족 입장에서 삼성엔지니어링 측이 사용자배상책임을 회피하고, 사건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가질 만한 자료들이 있기 때문이다.

현지 경호업체의 수상쩍은 보고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이라크 지역은 외국인이 이동할 때 현지에 등록된 경호업체가 반드시 동행해야 한다. 삼성엔지니어링도 2013년 7월 이라크 현지 경호업체인 NBS(Night Bird Security)와 경호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에 따르면 NBS는 삼성엔지니어링 임직원들의 이동 요구에 24시간 무조건 응해야 하고, 해당 임직원과 경호요원들에 대한 기록을 삼성엔지니어링 측에 일일보고서, 주말보고서, 월말보고서 등 형태로 보고해야 한다.

만약 NBS에서 삼성엔지니어링 임직원의 이동 시 적법한 경호요원을 붙여주지 않은 상황에서 테러, 교통사고 등 사고가 발생했다면, 삼성엔지니어링의 사용자배상책임이 발생하게 된다. 반대로 NBS의 경호가 이뤄졌다면 삼성엔지니어링은 사용자배상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앞서 삼성엔지니어링과 유가족 간 민사소송에서는 차 선임에 대한 NBS의 경호가 제대로 가동됐다고 판단한 사법당국이 삼성엔지니어링에 사용자배상책임이 없다고 판시한 것이다.

▲ 사건 당시 삼성엔지니어링과 경호계약을 맺은 이라크 현지 경호업체 NBS가 작성한 '삼성엔지니어링 차량 사고 관련 내부 조사 보고서' 중 일부. 빨간색으로 표시된 문단에 "본 사고는 SECL(삼성엔지니어링)직원이 바드라(삼성엔지니어링 현지 캠프)에서 바그다드까지 NBS 직원이 아닌 팀과 함께 이동하다가 발생한 것입니다. 이 팀의 일원들은 NBS를 대표하여 활동하고 있지 않았으며, 저희 NBS는 저희 내부 조사에서 이루어진 진술을 제외하고는 이들의 진술을 인정하지 않는 바 입니다"라고 적혀있다 ⓒ 시사오늘

하지만 <시사오늘>이 입수한 NBS의 사건 경위서에는 차 선임의 사망 당시 충분한 경호가 없었다고 볼 여지가 있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2014년 12월 4일 NBS에 의해 작성된 '삼성엔지니어링 차량 사고 관련 내부 조사 보고서'에는 "본 사고는 삼성엔지니어링 직원이 바드라에서 바그다드까지 NBS 직원이 아닌 팀과 함께 이동하다가 발생한 것"이라며 "이 팀의 일원들은 NBS를 대표해 활동하고 있지 않다"고 명시돼 있다.

'NBS 직원이 아닌 팀', 'NBS를 대표해 활동하고 있지 않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실제로 사고 당시 차 선임이 이용한 차량은 NBS가 아닌 이라크 광산부 소유인 것으로 확인됐다. 차량을 운전한 이라크 현지인 역시 경호요원이 아닌 광산부 소속이었다.

이 같은 NBS 내부 보고서가 사실이라면, 이는 유가족이 삼성엔지니어링에 사용자배상책임을 주장할 수 있는 핵심적인 근거가 된다.

아울러, 삼성엔지니어링이 NBS 측에 경호미비 또는 경호계약 위반 등으로 책임을 묻지 않고 있는 부분도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만약 NBS의 경호 하에 벌어진 사고라면 삼성엔지니어링에서 소송 등을 제기하기 충분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다만, NBS는 유가족들이 제기한 타살 의혹에 대해서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NBS는 해당 보고서에서 "사고 차량의 오른쪽 뒷바퀴 타이어가 터지면서 차량이 균형을 잃고 전복돼 차 선임이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라며 "본 사고가 적대적 행위에 의한 것이라고 믿을 만한 정황은 없다"고 밝혔다.

또한 NBS가 내부 보고서에 'NBS 직원이 아닌 팀', 'NBS를 대표해 활동하고 있지 않다'는 내용을 담은 것에 대해 다른 분석도 나온다.

앞서 삼성엔지니어링과 유가족 간 공방을 벌인 민사소송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NBS가 자신들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이 같은 보고서를 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ENG "배차 관련 NBS와 주고받은 이메일 있어"
이메일·차모 선임 메모 살펴보니…또 다른 의혹 증폭

이에 대해 삼성엔지니어링 측은 차 선임의 사망사고가 있기에 앞서 현지 경호업체인 NBS와 경호차량 배차 문제에 대해 주고받은 이메일 자료가 있다며 반박했다. NBS 직원이 아닌 임시팀이든, 아니든 NBS에서 지정한 경호요원이 차 선임과 동행한 만큼 자신들에게 사용자배상책임이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시사오늘>이 확인한 해당 이메일에는 사고가 있었던 2014년 8월 3일 17시 19분 삼성엔지니어링 측 경호 담당 매니저가 NBS 측에 경호차량 배차를 요청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또한 이 같은 삼성엔지니어링 측 요청에 같은 날 21시 14분 NBS가 방탄차량(사고차량)과 호위차량 등 총 2대의 경호차량 배차와 임시 경호팀 팀원 배정 등 내용이 담긴 답장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만약 이 같은 이메일 자료가 사실일 경우, 이는 유가족이 주장하는 사용자배상책임을 삼성엔지니어링이 면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여지가 있다.

▲ 차모 선임이 사망 직전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자필 메모. 이라크 석유부장관과의 비자 관련 미팅에 대해 '8월 3일 오전 9시 비자 관련 회의 모든 준비 완료, 금일 오전 9시 출발'라고 쓰여 있다 ⓒ 시사오늘

하지만 해당 이메일과 차 선임이 사망 직전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자필 메모를 자세히 살펴보면 유가족 입장에서 또 다른 의혹을 제기할 만한 대목이 존재한다.

삼성엔지니어링 측이 제시한 차 선임의 사망사고 경과보고서에 따르면 차 선임과 김모 삼성엔지니어링 소장, 최모 삼성엔지니어링 수석은 이라크 석유부장관과 현장 노동자 비자 건을 논의하기 위해 2014년 8월 3일 8시 50분 바드라에서 바그다드로 출발했다. 이라크 석유부장관과의 일정은 2014년 8월 4일 오전에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삼성엔지니어링의 경호차량 배차 요청에 NBS가 보낸 답장(2014년 8월 3일 21시 14분)에는 '2대의 차량이 내일 석유부장관과의 행사를 위해 출발할 것입니다(2 vehicles go in to the MoO tomorrow)'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차 선임이 탑승한 차량이 이미 바드다드로 떠난지 24분이 흘러서 이 같이 회신한 것이다.

또한 <시사오늘>이 입수한 차 선임의 자필메모에는 '8월 3일 오전 9시 비자 관련 회의 모든 준비 완료, 금일 오전 9시 출발'이라고 쓰여 있다. 아울러, 당초 2014년 8월 2일 오후 바그다드로 출발 예정이었으나, 준비 부족으로 2014년 8월 3일 오전 9시에 출발하게 됐다는 내용도 메모에 담겨있었다.

삼성엔지니어링과 NBS 간 주고받은 이메일의 시간, 그리고 8월 3일 22시 24분께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차 선임이 같은 날 오전 9시에 출발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필메모, 유가족 입장에서는 의혹이 증폭될 수밖에 없는 자료들이다.

유가족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
삼성ENG "법원에 모든 증거자료 제출해 승소했다"

이를 두고, 유가족들은 만약 삼성엔지니어링에 정말 사용자배상책임이 없고, 차 선임의 사망원인이 교통사고라는 게 사실이라면 삼성엔지니어링이 모든 관련 자료들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가족들이 형사소송에 나선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차 선임의 부친 차모 씨는 "현지 경호업체 NBS의 내규를 살펴보면 사고 당시 NBS가 삼성엔지니어링 측에 일일보고서, 주말보고서, 월말보고서 등 여러 형태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며 "그것들을 공개해 달라고 계속 요청했는데 삼성엔지니어링 측이 이를 꺼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삼성엔지니어링과 NBS가 경호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삼성그룹 계열사인 에스원이 컨소시엄에 포함됐다. 에스원은 이라크에 파견된 삼성엔지니어링 임직원들의 출입을 관리한 것으로 안다"며 "차 선임의 출입 기록을 에스원을 통해 확인하면 되는데 그것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삼성엔지니어링이 사건을 은폐·조작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삼성엔지니어링의 한 관계자는 "이미 민사소송 당시 모든 증거자료들을 법원에 제출했고, 1~3심을 모두 승소했다"며 "유가족들이 안타깝긴 하지만 어떠한 은폐도, 증거조작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재계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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