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우등생' 효성그룹의 수난사…언제 끝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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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우등생' 효성그룹의 수난사…언제 끝날까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7.11.21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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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정부 방침에 따라 성공적으로 수행한 구조조정…정권 바뀌니 '분식회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유경표 기자)

▲ 서울 마포구 효성그룹 사옥 ⓒ뉴시스

대한민국이 IMF 외환위기를 겪은 지 올해로 20년이 지났지만, 효성그룹은 아직까지 그날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효성은 당시 김대중 정부의 방침에 따라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뤄냈지만, 지난 2014년부터 검찰이 이를 ‘분식회계’로 판단하면서부터 곤혹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97년과 1998년 한국에 몰아쳤던 IMF 광풍은 기라성 같았던 수많은 기업들을 연쇄 도산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1997년 12월에는 서울에서만 하루 평균 45개 기업이 부도를 냈고, 다음해인 1998년 초에 들어서는 하루 100여개, 월 3000개 이상이 부도를 내고 쓰러져갔다.

최근 기업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발표한 ‘1998년 초와 올해 국내 30대 그룹 현황 비교‘ 자료에 따르면 대우, 쌍용 등 국내 30대 그룹 중 무려 11곳이 IMF 이후 해체수순을 밟은 것으로 조사됐다.

해체는 면했지만 30대 순위 밖으로 밀려난 한라, 한솔 등과 같은 그룹도 8곳에 달했다. 두산, 효성을 포함한 나머지 11곳은 순위 변동은 있으나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30위 안에 남았다.

이 중 효성은 선제적이고 강력한 기업 구조조정을 통해 IMF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당시 효성은 글로벌 경영컨설팅 회사 매킨지의 컨설팅을 받아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화섬, 중공업, 물산분야의 핵심 4개사(효성물산, 효성중공업, 효성생활산업, 효성 T&C)를 ㈜효성으로 통합시킨데 이어 IMF 당시 수익성이 좋은 유망 사업이긴 했지만 비핵심 사업분야였던 효성바스프와 한국엔지니어링플라스틱, 효성ABB 등의 계열사를 모두 해외 기업들에게 매각했다. 효성원넘버, 동광화성 등 부진업체 등은 과감히 청산했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에 걸친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 효율화를 추진한 결과, 영업이익은 10.2%로 증가했고, 인당영업이익도 65% 늘었다. 부채비율도 1997년 465%에서 2000년 174%로 개선됐다. 위기를 극복한 효성은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등 남다른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 1위 상품을 다수 보유한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학계에서도 효성의 구조조정은 성공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경영학회 회장과 연세대학교 상경대학 경영학 석좌교수를 역임한 이학종 박사는 자신의 저서 ‘경영혁신과 조직개발’에서 효성의 구조조정을 내용이나 과정 면에서 경영학의 이론 체계와 적절히 맞아 떨어지지는 경영혁신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소개한 바 있다.

또한 IMF 외환위기 이전에 다른 기업보다 한발 앞서 조석래 회장의 주도 아래 구조조정을 추진해 위기에 대비한 점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렸다.

▲ 조석래 전 효성그룹 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2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정부 방침 따랐을 뿐인데…" 일관되고 명확한 정부 원칙 바로세워져야 

그러나 외환위기 당시 정부의 지시를 충실히 따랐던 효성은 2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과거 효성그룹이 효성물산을 파산시키지 말라는 김대중 정부의 요청에 따라 우량계열사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부실을 떠안았지만, 2014년부터 검찰이 이를 ‘분식회계’로 판단해 기소한 것.

이헌재 당시 금감위원장이 “1999년 말까지 부채비율을 200% 이내로 낮추지 못하는 대기업은 ‘부실기업’으로 간주해 각종 불이익을 받게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으면서, 각 기업들은 눈물을 머금고 핵심 사업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효성 역시, 처음 물산을 법정관리에 편입시키려 했지만, 정부의 반대로 효성물산과 통합시키는 방법을 택해 거액의 부실을 떠안아야만 했다.

이 일로 인해, 효성가(家)는 IMF를 극복한지 20년이 지난 현재까지 사정당국의 표적이 돼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 방침에 따라 진행했던 사안이, 수년 새 '불법'으로 규정되고 매도당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조석래 전 효성그룹 회장은 2014년 분식회계와 탈세,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2016년 1심에서 징역 3년에 벌금 1365억원을 선고 받았다. 올해로 82세로 고령인 조 전 회장은 노쇠한 몸을 이끌고 지난달부터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경영 사정상 불가피 했던 점을 감안하지 않고, 오늘날의 잣대로 재판을 받도록 하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일관되고 명확한 원칙이 지켜져야 혼선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재계, 반도체, 경제단체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원칙이 곧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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