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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적폐청산, 전광석화(電光石火)로 마무리 해야”
〈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117)〉더불어민주당 문희상 의원
2017년 11월 27일 (월)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21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 연단에 선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의원은 자신을 ‘이하늬 외삼촌’으로 소개했다 ⓒ 시사오늘

“이하늬 외삼촌 문희상입니다.”

21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 연단에 선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의원은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기실, 대중에게는 ‘이하늬 외삼촌’으로 더 잘 알려졌을 터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에서 정무수석을, 노무현 정부에서 비서실장을 지낸 ‘6선 의원’이 누군가의 외삼촌으로 알려지는 것이 반가울 리 없다. 그럼에도 문 의원은 배우 이하늬 이름부터 꺼내놓으며 “이하늬가 날 닮아서 아주 예쁘다”는 농담까지 했다.

인상 깊은 소개말의 심층(深層)이 궁금하던 찰나에, 문 의원은 ‘정치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리고 1시간가량 계속된 그의 강연에서, ‘나’보다 ‘조카’를 앞에 두는 노(老) 정치인의 여유가 어디서 비롯됐는지를 포착할 수 있었다.

“편견에 갇히는 게 제일 두렵다”

‘달변가(達辯家)’로 소문난 문 의원답게, 강의의 문은 유머러스한 ‘셀프 디스(self dis)’로 열었다. 그러나 뒤이어 나온 편견(偏見)에 대한 이야기는, 문 의원이 어떻게 차기 국회의장으로 거론될 정도로 명망 높은 정치인이 됐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저는 요즘 두 가지가 두렵습니다. 먼저 치매에 걸릴까 봐 두렵습니다. 어릴 때 재미있게 봤던 영화 주인공 이름이 생각이 안 납니다. 하도 겁이 나서 병원에 가서 물어봤어요. 치매 테스트하는 것 없냐고. 그랬더니 의사가 그럽디다. ‘치매 걱정하는 사람 중에 치매인 사람 없어요. 치매에 걸리면 자신이 치매라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그저 행복합니다’라고. 그때부터 기분이 좋아졌어요. 나는 치매가 아니구나. 또 설사 치매에 걸리더라도 나는 행복하겠구나. 걱정을 덜었습니다(웃음). 

   
▲ 문 의원은 편견 속에 갇히는 것이 가장 두렵다고 말했다 ⓒ 시사오늘

또 하나 두려운 것이 있습니다. 바로 편견입니다. 하나의 사상과 이념에 얽매여서 갇혀버리면 어떻게 하나, 그런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이것 아니면 저것 하나를 골라서 다른 쪽은 공격하는 사람이 될까봐 무섭습니다. 편견에 빠져서 다른 한 쪽을 비난하는 데 시간을 보내면 그것처럼 무섭고 슬픈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편견을 경계(警戒)해야 한다는 말로 입을 연 그는, 몇 가지 일화를 통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갈고 닦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어느 섬에 사는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해는 어디서 뜨냐고. 그러니까 그 사람은 ‘우리 집 뒷동산에서 뜬다’고 대답합니다. 본 게 그것밖에 없으니까 그런 대답을 하는 겁니다. 그 사람이 어느 순간 해는 그대로 있고 지구가 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합시다. 그러면 그 사람은 편견에서 벗어나는 겁니다. 어떤 일을 정확히 판단하려면, 내가 제대로 사물을 보고 있는지를 계속 생각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이 탈무드에 나오는 랍비에게 물었습니다. 기도하면서 담배를 펴도 되냐고. 랍비가 대답했죠. ‘기도라는 성스러운 작업을 하면서 어떻게 담배를 핍니까.’ 그러자 그 사람은 이렇게 물었습니다. ‘그럼 담배피면서 기도해도 됩니까.’ 랍비가 대답했습니다. ‘기도는 언제 어디서나 해야 하는 것입니다.’ 같은 상황이죠. 그런데 보는 관점에 따라서 대답이 180도 달라진 겁니다. 내가 주체의식을 갖고 정확히 판단할 줄 알아야 편견 없는 사람이 됩니다. 세모난 창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모든 것이 세모로 보이고, 네모난 창으로 바라보면 다 네모로 보입니다. 그러나 만물은 세모, 네모가 아니죠. 그건 인식의 틀일 뿐입니다. 깨어 있는 자만이 나라도, 역사도 제대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 편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 문화 바꿔야”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을 설명한 문 의원은 우리 사회가 이분법적 편견에 물들어 있다며, 그러한 문화를 갖게 된 이유를 추적했다.

“막스 베버라는 학자는 정치인이 가져야 할 덕목 중 하나로 균형감각을 꼽았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우리나라는 이분법에 익숙합니다. 과거에는 충신이냐 역적이냐로 편을 갈랐습니다. 이분법적 사고의 편견이 저절로 뿌리내리게 돼있었어요. 해방 정국에서는 좌우가 극단적 생각을 하면서 죽기 아니면 살기로 싸웠습니다. 그러다가 군사 문화가 들어오면서 20년 동안 자리를 잡았죠. 군사 문화에는 라이벌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적 아니면 동지입니다. 적이면 섬멸의 대상이자 타도의 대상이 됐죠. 이런 문화가 정착되면서 우리 정치가 이분법 구조에 막혀버리게 됐습니다. 이러니까 토론하고 소통하고 논리를 교환하면서 민주주의를 뿌리내릴 시간이 없게 된 겁니다.” 

   
▲ 문 의원은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을 설명한 문 의원은 우리 사회가 이분법적 편견에 물들어 있다며, 그러한 문화를 갖게 된 이유를 추적했다 ⓒ 시사오늘

이어 그는 문재인 정부와 여야 모두에게 냉정한 충고의 말을 남기며 강의의 문을 닫았다.

“지금도 이분법적 구도의 연장선상에 없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지금도 적폐를 청산해야 하느냐 아니냐로 반분돼 있습니다. 물론 적폐청산은 반드시 해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를 청산하라고 국민이 세운 정부입니다. ‘이것이 나라냐’라는 의문에, ‘이것이 나라다’라고 보여줄 책무가 있습니다.

다만 적폐청산은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마무리해야 합니다. 적폐를 청산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국민이 피로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렇게까지 하는 게 맞나’ 생각하는 국민이 많아지면 또 국민이 양분됩니다. 얼른 적폐청산을 마무리하고, 이분법적인 문화를 청산해야 미래로 나아갈 동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정부뿐만 아닙니다.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뜻입니다. ‘논어’ 안연 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씀입니다. 잘된 정치는 각자 맡은 바 역할에 충실한 것이라고 저는 해석합니다. 청청여여야야언언(靑靑與與野野言言). 청와대는 청와대다워야 하고, 여당은 여당다워야 하고, 야당은 야당다워야 하고 언론은 언론다워야 합니다.

야당은 야당다워야 합니다. 야당의 제1책무는 비판과 견제에 있습니다. 이를 소홀히 하면 정부여당의 2중대로 의심받게 되고, 결국 존재감을 잃게 돼 국민의 신뢰가 무너집니다. 비판과 견제를 받지 않는 권력은 무소불위가 됩니다. 그러면 그 권력은 반드시 붕괴합니다. 그것이 동서고금 역사의 변함없는 진리입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더 이상 해선 안 됩니다. 발목잡기, 트집잡기, 딴죽걸기는 이제 그만두고, 잘한 것은 과감히 칭찬하고 적극 밀어줘야 합니다. 잘못된 것은 철저히 감시하고 비판해야 합니다. 그러한 야당이 야당다운 야당입니다.

여당은 여당다워야 합니다. 국회는 삼권분립의 한 축으로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의무가 있고 여당은 국회의 첫 번째 구성요소입니다. 따라서 국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청와대를 비판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야 국회가 통법부로 전락하지 않고 청와대의 시녀나 거수기가 되지 않습니다. 여당은 국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심의와 결정에 관해 떳떳하고 당당하게 책임져야 합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자유한국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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