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원내대표 경선] 친박 vs 비박 구도…이주영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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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원내대표 경선] 친박 vs 비박 구도…이주영 ‘주목’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11.29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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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많은 친박, 흐름 잡은 비박…이주영으로 절충?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이쯤 되면 ‘숙적(宿敵)’이다. 내달 12일로 예정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은 친박(親朴)과 비박(非朴)의 리턴 매치(Return match)가 될 전망이다. 친박과 비박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취임한 이래 원내대표 경선에서만 7차례나 맞붙었다.

그러나 숙적치고는 전적(戰績)이 일방적이다. 2012년 이후 열린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은 7전 전승(全勝)을 거뒀다. 심지어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에 휩싸여 있던 지난해 12월에도 친박으로 분류됐던 정우택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된 바 있다. 제20대 총선을 통해 비박이 대거 친박으로 ‘물갈이’된 효과다. 

▲ 내달 경선에서도 친박 후보가 승리를 가져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뉴시스

압도적 다수 친박…‘이번에도’

이러다 보니 내달 경선에서도 친박 후보가 승리를 가져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 12월 김태흠 의원은 친박 수가 70~80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이탈한 의원들을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60명을 상회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국당 의석수가 116석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전체 의원의 50% 이상이 친박이라는 의미다. 산술적으로만 봐도, ‘친박이 미는’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계산이다.

친박의 ‘위기감’ 역시 친박 후보의 승리 확률을 높이고 있다. 홍준표 대표가 독주(獨走) 체제를 갖춰가고 있는 상황에서, 원내대표 자리까지 내줄 경우 친박의 입지는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비박 후보가 원내대표에 오를 경우 최경환·서청원 의원 제명을 위한 의원총회가 소집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친박 입장에서는 이번 원내대표 경선이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라는 의미다.

이에 대해 친홍(親洪)으로 분류되는 한국당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지난 23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홍 대표가 친박당 색깔을 지우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지만, 친박 의원 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며 “친박이 벼랑 끝까지 몰렸는데, 이번 기회에 자신들이 아직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하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위기에 몰린 친박이 원내대표 경선을 통해 ‘견제 세력’으로서의 힘을 과시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 이번에는 비박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 ⓒ 뉴시스

洪·金 힘 합친 비박…‘이번만은’

반면 이번에는 비박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 우선 친박 진영의 리더 격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이 전면에 나설 수 없다는 점이 부담이다.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상태에서, 서·최 의원이라는 구심점(求心點)마저 역할을 하지 못하면 친박의 결속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초·재선 의원 그룹에서 변화의 기운이 감지된다는 점도 변수다. 한국당 초·재선 의원들은 지난 1일 비공개 회동에서 서·최 의원에 대한 탈당과 홍 대표 사퇴를 놓고 심도 있는 논의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하나로 입장이 모이지는 않았지만, 이들이 당초 친박으로 분류되는 인사(人士)들이었다는 점에서 친박이 과거만큼 결집하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예측이 나온다.

실제로 범(凡)친박으로 분류되는 한 초선 의원은 “친박 의원 수가 여전히 많지만, 이번에는 ‘몰아주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며 “당이 백척간두(百尺竿頭)에 놓인 만큼, 이번에는 계파보다 당의 미래를 고민하는 의원들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치러지는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계파를 초월한 선택이 필요하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 친박 대 비박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이주영 의원을 ‘대안(代案)’으로 보는 흐름도 존재한다 ⓒ 뉴시스

깊어지는 갈등…주목받는 이주영

친박 대 비박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이주영 의원을 ‘대안(代案)’으로 보는 흐름도 존재한다. 원내대표 경선 후의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 강성(强性) 친박·비박 후보 대신 제3지대에 놓인 이 의원을 당선시켜 내홍(內訌)을 수습하게 하자는 시나리오다.

의원들 사이에서도 ‘점잖다’는 평을 받는 이 의원은 박근혜 정권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음에도 친박 색채가 옅은 인물이다. 친박으로 꼽히면서도 국민들에게 거부감이 적다는 점에서 친박이 꺼내들 수 있는 ‘최고의 카드’ 중 하나다. 아직 제20대 국회 임기가 절반도 지나지 않은 만큼, 당분과 친박과 오월동주(吳越同舟)를 해야 하는 비박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카드’라는 평가다.

29일 〈시사오늘〉과 만난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친박과 비박 갈등이 커지면 커질수록 원내대표는 중도 성향의 화합형 인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주영 의원은 당내에서도 평가가 좋고, 원내대표 경선에서만 3번이나 떨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뽑아줘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친박과 비박 갈등 속에서, 이 의원이 파고들 ‘빈틈’도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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