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덩어리 대한항공, KAI 인수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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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덩어리 대한항공, KAI 인수 안돼"
  • 박세욱 기자
  • 승인 2009.07.13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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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KAI 인수와 관련,
‘결사 반대’에 나선 박한배 KAI 노조위원장의 격정토로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은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다. 하지만 KAI의 연역을 따라가 보면 놀라울 정도다. KAI는 1990년대 정부의 ‘항공산업 육성정책’에 따라 국내 항공산업의 역량을 결집해 만든 국내 유일의 완제기 제작회사다. 

독자적으로 KT-1 기본훈련기와 T-50 고등훈련기 등을 개발해 세계 12번째 초음속 항공기 개발 능력을 가지고 있고, KHP 개발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 KHP 개발사업은 한국형 헬기 개발 사업으로 전쟁에 쓰여 지는‘전투형 헬기’를 우리기술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한, 차세대 민항기인 B787, A350사업의 국제공동개발에 참여하는 한편, KT-1, T-50 등 국산 완제기의 수출을 추진해 2006년에는 터키에 KT-1(55대)을 수출했다.

KAI는 설립 이후 세계경제 침체로 인해 국내외 물량감소, 수익악화, 차입금 증가 등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놀 공장 매각, 인력 구조조정, 임금동결 등을 통해 경상이익이 2007년 42억원, 2008년 191원을 기록했고 점점 증가추세에 있다.
 
한마디로 ‘알짜’회사로 급성장한 것. KAI의 지분은 산업은행이 30.54%, 현대자동차, 삼성테크윈, 두산인프라코어가 각각 20.54%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활성화를 위해 지식경제부가 민영화하기로 결정했다. 때문에 산업은행 주도로  KAI의 지분 매각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당연히 알짜회사인 KAI를 인수하기 위해 각 기업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항공사를 보유하고 있는 대한항공이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12일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은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회의에 참석해 “(KAI 지분 매입과 관련 대주주인) 산업은행에서 아직 공식 인수제안서를 받지는 않았지만 따로 만날 의사가 있다”고 발언했다. 이는 KAI의 인수 의사 표시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KAI 노조는 ‘대한항공의 인수 절대 반대’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왜 노조는 대한한공의 KAI 인수에 대해 부정적일까? 이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박한배 KAI 노조위원장과의 인터뷰를 시도했고, 지난 2일 박 위원장을 만날 수 있었다.
 
“대한항공의 기술, KAI에 비해 일천하다”

-최근 노조 측은 대한항공의 KAI 인수에 대해 ‘절대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입니까. 
“지난 2월 T-50의 UAE 수출이 좌절되자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KAI 지분 인수의사를 언론에 공표하게 됐습니다. 우리는 대한항공의 운항사업과 항공 제조 사업을 수행해온 과정과 결과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만일 대한항공이 KAI 경영권을 인수하면 우리나라의 항공 산업은 퇴보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우리 노조는 우리나라의 항공 산업을 지키기 위해 대한항공이 KAI 경영권을 인수해서는 안된다고 정부 관계자분들과 국민들께 호소 및 주장하는 것이고, 대한항공은 자기들이 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억지주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인수 불가 이유에 대해 요목 조목 설명했다.
“첫째, 대한항공의 제조업 기술과 항공기수출 마케팅 경험은 KAI에 비해 일천합니다. 대한항공은 F-5, 500MD 헬기 등을 조립 생산한 게 전부이며 그 마저도 연구개발 능력이 미흡한 단순조립에 치중해 국산화율 20%라는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KAI의 T-50과 KT-1 개발과는 그 수준부터가 다릅니다.

둘째, 대한항공의 열악한 재무구조는 항공제조분야에 투자를 사실상 어렵게 할 것입니다. 더욱이 대한항공은 UAE 정부가 요청한 Etihad(에티하드) 항공의 인천취항에 극렬히 반대했으며, 결국 KAI의 T-50 UAE 수출에 제동을 걸었던 바, 향후에도 자사의 운송부문과 이해충돌 시 완제기 수출에 부정적일 것입니다.

셋째, 대한항공의 항공기 정비, 제조분야는 매년 적자를 기록하는 부실 덩어리로 현재 착실하게 흑자 기반을 조성하며 성장하고 있는 KAI를 대한항공이 인수한다면 부실기업이 우량기업을 인수하는 꼴로서 부실의 확산을 초래할 것입니다. 국가 중요전략사업의 부실이 심화된다면 그 부담은 일개 기업에 그치지 않고, 결국 정부와 국민이 떠안게 될 것입니다.”

-이번 인수와 관련해 KAI 사측과 노조간의 입장차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측과 노조간의 입장차는 거의 없습니다. 현재 임원을 제외한 비조합원도 비상투쟁위원회에 들어와서 같이 투쟁하고 있습니다. 동참한 비조합원들 중에는 사용자측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최소 400명은 넘습니다. 이것이 사측과 노조간 입장차가 거의 없다는 반증인 것입니다.”
 
 


 
결국 박 위원장의 말대로라면 알짜회사로 키운 임직원 모두가 ‘대한항공의 KAI 인수’를 반대하는 것이다.

“부실덩어리 대한항공이 인수하면 결국 국민 부담될 것”
 
-대한항공은 이외에도 여러 차례 KAI 인수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03년과 2006년에도 저가로 KAI 인수를 시도하다 우리노조의 반발로 실패한 적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또 시도하는 이유는 헐값에 KAI의 노하우와 시설을 인수함은 물론  KAI를 인수함에 따라 항공기생산 독점업체가 되므로 국내 군용기 제작 사업을 독점 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KAI 노조가 인수반대를 주장하면서 보도한 내용에 대해, 대한항공은 “KAI 노조가 보도한 내용들은 잘못됐다”며 이의를 표명했습니다.
“우리 노조에서 보도하고 발표한 내용들 중에 잘못된 부분은 없습니다. 우리는 이미 알려진 사실들과 우리가 입수한 정보를 기초로 작성한 것이기 때문에 원 자료가 잘못되었다면 모를까 우리 없는 사실을 조작한 것은 없습니다.”
 
 


 
노조측은 지난 4월 ‘호소문’과 ‘탄원서’를 통해 대한항공 “KAI는 900명의 개발인력을 육성해 확보하고 있으나 대한항공은 90여명의 개발인력을 보유하고 있어 항공기술기반 구축 여력이 없다. 또한 KAI는 2008년에 흑자가 191억원이고 부채비율이 132%인 건실한 기업인데 비해 대한항공은 같은해 적자가 1조 9천억원이고 부채비율이 462%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사실이 아니다. 노조 측의 일방적 주장이다”고 해명한 바 있다.

-앞으로 박 위원장님과 ‘비투위’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국가 항공 산업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대한항공이 KAI 지분인수 의사를 포기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입니다. 투쟁의 방법은 상황과 효과 등을 고려해 적절하게 조절해서 해 나갈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우리 모두는 항공 산업을 이 만큼 성장시키기 위해 바친 땀과 두 명의 유능한 엔지니어가 순직하는 슬픔마저 딛고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재벌기업 대한항공이 근시안적 사고방식으로 개발과 투자를 소홀히 해 단기적 돈 벌이에 급급한 때에도 저희 KAI는 국익을 위하여 우수한 항공 엔지니어 900여명을 보유하고 개발과 투자에 전력을 다하는 힘든 선택을 해나간 기업입니다.
 
이제 열악한 환경에서 힘들게 키운 이들 고급 인력들의 유실은 국가적 낭비이며, 항공기술력의 퇴보입니다. 우리가 쌓아놓은 국내 항공 산업의 찬란한 금자탑은 대한항공의 오만한 정치적 행보와 몇 푼의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 탑의 맨 꼭대기에는 무수한 시행착오 끝에 얻어낸 변하지 않는 절대적 가치가 있음을 여러분도 잘 아실 겁니다.
 
더욱이 대한항공은 그 가치를 정통으로 승계할 수 있는 기업이 아님을 언론에 보도된 객관적인 자료들이 천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노조는 결코 대한항공에게 KAI라는 영예로운 일터와 항공우주산업의 미래를 맡길 수 없습니다.”

시사오늘은 박한배 노조위원장의 인터뷰 내용 중 ‘일방적 주장’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대한항공 측에 이와 관련해 서면질의서를 보냈다.
대한항공 측은 이에 대해 “현재 인수진행사항은 없다. 다만 좋은 조건의 제시를 받으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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