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예산안 협상 통해 무엇을 얻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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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예산안 협상 통해 무엇을 얻었나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12.04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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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퍼주기’ 프레임 형성…보수 결집 나서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3당 원내대표는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협상을 갖고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합의했다 ⓒ 뉴시스

2018년도 예산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섰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3당 원내대표는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협상을 갖고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합의했다. 이로써 국회는 2014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최초의 ‘늑장 처리’ 오명(汚名)을 이틀 만에 벗게 됐다.

그러나 야당을 향한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기만 하다. 임기 초반의, 그것도 대통령 지지율이 70%를 상회하는 상황에서 예산안이 법정 시한을 넘겼다는 사실은 ‘발목 잡기’로 간주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4일 ‘YTN’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야당이 지나친 예산 싸움을 벌이면 역풍이 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다수 여론은 야당의 ‘반대를 위한 반대’를 질타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한국당이 ‘손해 본 싸움’은 아니라는 데 의견을 일치시킨다. 이유는 단순하다. 한국당의 목표는 ‘보수 결집’이기 때문이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23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 상태로 가면 지방선거는 100% 진다. 무슨 수를 써서든 내년 6월 전까지 보수를 결집해야 한다. 단순히 바른정당과의 통합뿐만 아니라, 등 돌린 지지자들을 다시 찾아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가 말한 ‘무슨 수’ 안에 이번 2018년도 예산안 협상도 포함된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기본적으로 보수는 경제적으로 자유주의, 안보적으로 대북 강경책을 선호한다. 상당수의 보수 유권자들은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 이유로 ‘퍼주기’를 꼽는다. 경제적으로는 ‘세금 퍼주기’, 안보적으로는 ‘북한 퍼주기’다. 이런 측면에서, 정치 전문가들은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 지원 예산 편성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을 한국당의 전략으로 본다. 공무원·최저임금 이슈를 기준으로 정부여당과 야당을 ‘퍼주기 찬성 vs. 반대’ 프레임으로 갈라놓음으로써, 보수 유권자들을 되돌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전희경 대변인은 3일 “제1야당인 한국당은 예산안이 법정시한 내에 처리되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면서도 “문재인 정부의 ‘무차별적 퍼주기 예산’을 저지하고, 나라 곳간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전날인 2일 자유한국당 의원총회가 열린 국회 본관 246호에는 ‘퍼주기 예산 반드시 막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걸렸다. ‘퍼주기 프레임’으로 보수 결집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여론조사에서도 이런 흐름이 감지된다. 지난달 18일 〈SBS〉가 공개한 결과를 보면, 2018년도 예산안이 ‘민생 예산’이냐 ‘퍼주기 예산’이냐라는 물음에 응답자의 55.1%가 민생 예산, 31.4%가 퍼주기 예산이라고 답했다. 민생 예산이라는 응답자가 더 많았지만, 퍼주기 예산이라고 답한 사람이 31.4%에 달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 통계에 대해 “기본적으로 문재인 정부에 반대하는 보수적인 유권자가 최소 30%는 된다는 뜻”이라며 “한국당의 목표가 지방선거 전까지 보수를 결집하는 것이라면, ‘퍼주기 예산’ 프레임은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말했다. ‘다수’에게서 비판을 받더라도, ‘보수층’에게 어필하는 한국당의 판단이 힘을 발휘했다는 의미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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