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터 나경원, 왜 원내대표 경선에 나서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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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터 나경원, 왜 원내대표 경선에 나서지 않았을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12.08 15: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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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선거에 나섰던 나경원, 원내대표 경선 포기…서울시장 위한 포석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여의도에는 여전히 나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 참여를 포기한 ‘진짜 이유’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 시사오늘 그래픽=김승종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는 참여하지 않겠다. 선거는 계파 싸움이 아닌 통합으로 가야하고, 당의 미래를 위한 진지한 고민의 장이 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미 중립지대에서 열심히 하는 분들이 당을 이끌어갈 수 있게, 통합을 할 수 있게 제가 다른 역할로 당 재건에 도움을 주려 한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은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주영·조경태·신상진 의원 등 이른바 ‘중립의원 모임’을 가진 뒤 원내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표면적인 불출마 이유는 ‘홍준표 사당화’와 ‘친박 부활’을 막기 위한 통합 작업의 일환이다. 그러나 여의도에는 여전히 나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 참여를 포기한 ‘진짜 이유’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은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주영·조경태·신상진 의원 등 이른바 ‘중립의원 모임’을 가진 뒤 원내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 뉴시스

 ‘선거의 여왕’ 나경원

이런 의문에는 일리가 있다. 2004년 한나라당(現 자유한국당) 비례대표 11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나 의원은 2008년 서울 중구에서 재선(再選)된 후 당내 경선 참여를 통해 존재감을 키워온 까닭이다.

첫 도전은 2010년 지방선거였다. 나 의원은 6·2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출마, 원희룡 후보와 단일화를 이룬 뒤 현역이었던 오세훈 시장과 승부를 벌였다. 결과는 68.4% 대 24.9%로 오 시장의 낙승(樂勝)이었지만, 나 의원 역시 참신한 이미지와 비전을 보여주며 선전(善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로부터 한 달 뒤에는 7·14 전당대회에 나섰다. ‘앙숙(怏宿)’인 안상수 후보와 홍준표 후보의 ‘양강 체제’ 탓에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자력으로 최고위원 타이틀을 따내는 데 성공하면서 ‘유력 정치인’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이듬해인 2011년에도 그는 4·27 재·보궐선거 참패로 ‘안상수 체제’가 무너진 후 열린 7·4 전당대회에 출마,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에 이은 3위를 차지하는 기염(氣焰)을 토한다.

몸값을 끌어올린 그는 오세훈 시장이 ‘무상급식 투표 무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서울시장 자리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나 의원은 박원순 후보와 맞붙은 이 선거에서 정치적 치명상을 입었다. 선거에서 패했을 뿐만 아니라, 1억 피부과 논란·일본 자위대 창립 행사 참여 논란·장애인 아동 목욕 논란 등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2010년부터 2011년까지 2년 동안 4차례나 선거에 나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던 그는, 서울시장 선거 패배 후 2012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정치적 휴식기를 가졌다. 2012년 총선은 ‘선거의 여왕’이라고 불릴 만큼 거의 모든 선거에 모습을 드러냈던 나 의원이 나서지 않은 몇 안 되는 케이스였다. 그만큼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은 그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공백은 길지 않았다. 2014년 7월 30일. 나 의원은 정몽준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로 공석이 된 서울 동작구을에 출마, 노회찬 후보를 꺾고 여의도로 귀환(歸還)했다. 국회로 돌아온 후에는 2016년에만 두 차례 더 원내대표 경선에 나서 ‘선거의 여왕’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한다. 비록 5월 3일 경선에서는 정진석 의원에게, 12월 16일 경선에서는 정우택 의원에게 패했지만, 선거를 통해 ‘체급(體級)’을 불리는 나 의원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묻어난 사례였다. 

▲ 일각에서는 나 의원의 원내대표 불출마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도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 뉴시스

12일 경선 불출마…서울시장 노린 포석?

‘승산이 적은 선거’에 나서기를 꺼리는 몇몇 의원들과 달리, 나 의원은 일단 전장(戰場)에 나서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중량감을 더해왔다. 2010년 이후 6년 동안 총선(재·보선 포함)에 두 번, 지방선거에 두 번(경선·본선 포함), 당대표 경선에 두 번, 원내대표 경선에 두 번 총 8번 선거를 치른 정치인은 나 의원이 유일하다시피 하다.

이런 의미에서 나 의원이 오는 12일 원내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해에만 두 차례 도전장을 던졌을 정도로 나 의원은 원내대표 자리에 욕심을 드러내 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선거가 친박(친 박근혜)과 친홍(친 홍준표), 무(無) 계파의 3자 구도로 치러질 공산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 의원도 충분히 승부를 걸어볼 만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원내대표 불출마를 선언하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나 의원이 내년 지방선거, 구체적으로는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원내대표로 당선될 시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나서기는 부담이 있는 만큼, 이번에는 한 발짝 물러나 ‘중립파’를 돕는 쪽을 택했다는 시나리오다. 물론 이 경우 서울시장 경선에서 중립파들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다는 메리트도 있다.

7일 <시사오늘>과 만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원내대표에 당선되면 현실적으로 다음 지방선거에는 못 나간다고 봐야 한다. 지방선거가 6월이니까 (지방선거에) 나간다면 임기를 1/4도 못 마친다는 결론인데, 이것은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고 평했다. 또 “모르긴 몰라도 이번에 원내대표 후보 자리를 양보하면서 ‘다음에 도와 달라’는 정도의 딜(Deal)은 있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시기적으로 애매한 원내대표 경선을 건너뛰면서,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우군(友軍)도 확보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나 의원은 왜 원내대표가 아닌 서울시장을 노릴까. ‘당선 가능성’이 가장 먼저 언급된다. 당내 세(勢)는 크지 않지만,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나 의원 입장에서는 원내대표보다 오히려 서울시장이 더 ‘쉬운 싸움’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나 의원은 당내 경선에서 고전(苦戰)하는 일이 많았다. 당심(黨心)이 중요한 당대표·원내대표 선거에서 번번이 고배(苦杯)를 마셨고, 2010년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도 패한 바 있다. 다른 후보들의 사퇴로 경선이 치러지지 않은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가 유일한 당내 경선 승리인 셈이다.

반면 대중적 인기는 높은 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나경원 의원은 대중적 인지도나 인기에 비해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의 인기가 높은 편은 아니다”라며 “경선보다 본선 경쟁력이 더 높은 대표적인 정치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홍문종·김성태 의원 등이 ‘유력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원내대표보다는 마땅한 인물이 없는 서울시장 후보 자리에 무혈입성(無血入城), 본선에서 대중적 인지도로 승부 보는 쪽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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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은아니다 2017-12-09 08:20:35
나경원은 자질이 부족하고 서울시장 되고 고집적으로 나간다 게다가 여성전용칸 도입하겠다고 입장 피력한 박원숭이랑 똑같고 서울시를 이끌기엔 힘이 부족하다 시장보단 구청장을 해봐야 가능성이 있지 시장을 황교안한테 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