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진짜 ‘친박시대’는 끝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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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진짜 ‘친박시대’는 끝났을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12.20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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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협위원장 박탈에도 조직적 반발 없어…‘친박 소멸’ 분석 나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홍문표 사무총장과 이용구 당무감사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당무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 뉴시스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 홍문표 사무총장과 이용구 당무감사위원장이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먼저 단상에 오른 홍 사무총장은 “이른 아침부터 언론인들을 오시게 해서 죄송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이번 당무감사가 실시될 수밖에 없었던 당위성과 취지를 설명하고, 이 위원장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폭탄’은 이 위원장이 던졌다. 당무감사 기준을 발표하던 그는, 말미에 교체 대상자의 구체적인 숫자를 나열했다. 이 위원장이 발표한 교체 대상자는 원내 85명 중 4명, 원외 129명 중 58명. 그리고 현역 4명은 서청원(경기 화성시갑)·유기준(부산 서구·동구)·배덕광(부산 해운대구을)·엄용수(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으로 밝혀졌다. 모두 친박(親朴)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파장은 컸다. 몇몇 기자들이 모인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는 ‘친박 청산’이라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예상대로’라는 말도 심심찮게 나왔다. 이번 당무감사 결과를 종합하면, ‘예상대로 친박 청산’이었던 셈이다. 교체 대상자로 지목된 한 당협위원장 측 관계자 역시 18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당무감사가 정적(政敵) 죽이기로 활용되는 악습(惡習)이 또 한 번 반복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친박의 대응은 잔잔했다. 서청원 의원은 “고얀 짓이다. 못된 것만 배웠다”고 홍준표 대표를 겨냥했지만 그 이상의 행동은 없었다. 유기준 의원 역시 “당 대표의 폭주를 견제해 온 저와 같은 인사를 희생양 삼아 마음에 안 드는 인사들을 몰아내려는 당내 정치보복이 시작됐다”고 비판하는 데 그쳤다. 

▲ 당무감사 결과 교체 대상자로 지목된 당협위원장들 ⓒ 자유한국당

자연히 정치권에서는 ‘친박의 시대가 끝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2일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 직후 기자와 만난 한 정치전문가는 “친박이 오랫동안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국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리더가 있었고, 그를 따라 친박을 자처하는 사람도 많았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지금은 두 가지가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속됐고, 서청원·최경환 의원은 당에서 쫓겨날 지경”이라면서 “그나마 국민들의 지지가 있으면 남은 사람들끼리 뭉쳐서 리더가 핍박받는다는 프레임이라도 짤 수 있을 텐데, 국민들이 친박을 싫어하니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두고 봐라. 이제 친박을 살리자고 하는 사람들은 완전히 낙인찍힌 골수 친박들 뿐일 것”이라며 “초·재선들처럼 존재감 없던 의원들은 자연스럽게 친박에서 빠져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런 관측은 당무감사 결과가 나온 17일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서양호 두문정치전력연구소 소장은 18일 YTN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서 “앞으로 친박 의원들이 크게 저항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친박이 구심력을 잃고 원심력으로 뿔뿔이 흩어지고 있고, 지방선거와 총선에 출마할 사람들이 친박이라고 하는 오명이 결코 선거에 유리하지 않기 때문에 친박이 조직적으로 저항하기에는 쉽지 않은 국면”이라고 봤다.

실제로 당협위원장 자리에서 밀려난 인사들이 지속적으로 홍 대표를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지만, 산발성이 짙다. 위기를 맞을 때마다 응집력을 발휘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던 과거 친박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20일 <시사오늘>과 만난 한국당 관계자도 “친박 모임 자체가 사라진 것으로 안다”며 “홍 대표가 얼마나 치밀한 분인데, 친박이 힘을 모아서 반발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었던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10년 넘게 한국 정치의 ‘거대 세력’으로 자리매김했던 친박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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