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을 편안하게 하는 노동운동을 펼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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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을 편안하게 하는 노동운동을 펼치겠다”
  • 차완용 기자
  • 승인 2009.07.27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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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동운동의 새로운 시대를 열다
전국지방공기업노동조합연맹 김재도 위원장 인터뷰

“이제는 과거의 방식에서 탈피해 변화에 적응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새로운 방식의 노동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전국지방공기업노동조합연맹(이하 전공노련) 제3대 김재도 위원장은 이같이 말하며 “투쟁으로 정부정책을 바꾸기 보다는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먼저 변화하고 새로운 활로를 찾는 노동운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전공노련은 공기업노조를 구심체로 기존 한국·민주노총과는 성격이 다른 새로운 노동단체 성격의 노동운동을 전개해 사측과 정부는 물론 국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사실 이해관계가 제각각인 공기업노조를 한 울타리 안에 묶는다는 것이 말처럼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전공노련 김 위원장은 발전노조 파업의 결말에서 보듯, 민주노총의 물리적 대응방식이 해결능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바탕으로 지금까지의 강성 노동운동에 대한 자기반성을 출발점으로 삼고 새로운 제3의 노동운동으로 제각각인 공기업노조를 이끌고 있다.

이러한 전공노련을 이끌고 있는 김재도 노조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지난 7월 22일 그가 근무하고 있는 SH공사 노조 사무실을 찾았다. 새로운 노동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그의 노조사무실의 인상은 한마디로 ‘파격’이었다.

노조사무실이라는 안내가 없었다면 회사 관리직 사무실에 들어선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노조 간부들이 단체로 입는 투쟁의 상징물인 ‘빨간 조끼’는 사무실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더욱이 기존에 생각해 왔던 노조위원장의 인상과는 확연히 다른 온화하고 부드러운 인상의 김재도 위원장이 반갑게 맞이했다.

이러한 그에게서 우리나라의 앞으로의 노동운동에 대한 현안과 그가 가지고 있는 해법 그리고 추구하고 있는 노동운동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전국지방공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전국지방공기업노동조합연맹에 대해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전국노련은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서 투자하고 출자한 지방공기업노동조합으로 구성된 단체이며 2005년 6월에 창립했습니다.”
 
-그동안 공기업 노조가 세간의 이목으로부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공기업 노조의 노동운동이 주목 받고 있지 못하는 이유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주변 환경이 많은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노동운동은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고 노동운동의 주인인 노동자조차도 자신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단체임에도 스스로 노동조합에 무관심하고 외면함으로서 노조 가입률이 감소하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변화를 주도하는 새로운 방식의 노동운동 필요

-최근 공기업노조는 전공노련을 필두로 새로운 노동운동의 활로를 찾기 위한 소통의 창구를 마련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노조의 향후 정책과 방향, 과제에 대하여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의 노동운동은 망망대해에서 난파한 배처럼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이를 지지하는 국민이 있어야 하고 이에 참여하는 노동자가 많이 늘어야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과거의 이념투쟁, 선전선동, 간부중심의 노동운동 방식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과거의 방식에서 탈피해 변화에 적응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새로운 방식의 노동운동을 하자는 것이며, 대립과 갈등의 소모적인 운동이 아닌 대화와 타협의 노동운동, 이념과 간부중심의 노동운동이 아닌 실용과 조합원 중심의 노동운동, 국민들을 불편하고 불안하게 하는 노동운동이 아닌 국민들과 함께하고 국민들을 편안하게 하는 노동운동을 하자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노동운동의 새로운 방향입니다.”
 
-최근 인천지하철노동조합 등 공공부문 소속 노조가 민주노총을 잇따라 탈퇴함으로써 한국노총도 민주노총도 아닌 '제 3의 노총'이 노동운동의 대안세력으로 등장할 지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이 생각하는 제3의 노총에 대한 견해는.
“개인적으로 나는 서울특별시 SH공사노동조합 위원장입니다. 제가 사무국장을 할 때 우리SH노조도 민주노총에 소속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조합원들의 요구와 기대를 민주노총에서는 해결해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2005년 5월에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 만장일치로 민주노총을 탈퇴를 했고 6월에 전공노련을 설립하였습니다.

사실 전공노련 설립목적은 제3노총을 만들기 위한 교두보는 아닙니다. 전공노련 사업장들은 국민들과 가장 밀접하게 관계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택지개발, 주택건설, 공공시설물, 환경시설, 교통, 관광, 경륜 등 국민들의 삶과 직결된 일들이죠.

조합원들의 노동환경이 위험하고 근로조건이 열악함에도 우리 목소리에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해마다 행정안전부에서는 예산편성지침, 경영평가 등을 통해 노동자를 통제하고 지자체에서는 이를 근거로 노동자들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저하시켜 왔습니다.

최근 각종 언론에서 공기업은 신이 내린 직장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공기업은 정부투자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지방공기업은 억울하게 도매금으로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습니다. 지방공기업 중 우리 SH공사는 주택공사, 토지공사가 하는 업무와 거의 똑같은 일을 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 공기업에 비하며, 임금이나 복지는 70~80% 수준밖에 되지 않습니다.
 
여건이 다소 낳은 지방공기업이 이 정도인데 시설분야 공기업은 정말 공기업이라고 말하기 창피할 정도로 여건이 아주 열악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는 연맹이 필요했던 것이며 또한, 국민들의 생활편의를 도모해야 하는 공기업이 오히려 국민을 불편하게 하는 노동운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한 사유로 전공노련이 출범하게 됐으며 저는 출범시 SH공사의 사무국장으로 일익을 담당했었습니다."
 
노동자들이 기댈수 있는 노총이 없다

- 김 위원장은 제3노총 설립을 통해 그동안 강경했던 노조의 노선이나, 전투적이던 협상 방법의 전략이 달라질 것으로 보는지.
“사실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이 제대로 조합원들로부터 신뢰받고 조합원의 권익을 위한 노동운동을 한다면, 제3노총이니 새로운 노동운동이라는 얘기는 나오지 않겠죠. 그런데 지금 처해진 현실에서 보면 노동자들이 어느 노총에도 기댈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최근 쌍용차 사태, 노조 전임자 임금 미지급, 복수노조 등 어느 하나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이 전적으로 양노총의 책임만은 물론 아니며, 오히려 이명박 정부이후 노동자들에 대한 과도한 탄압, 언론을 통한 공기업의 일방적 매도, 서민위주가 아닌 부자들을 위한 세금 감면, 비정규직 양산, 언론악법 등 많은 분야에서 갈등을 부추기고 소통이 아닌 일방통행식의 정부 정책이 더 큰 책임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부를 일방적으로 비난하고 정부와 맞서 투쟁한다고 해결될 일은 별로 없을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투쟁으로 정부정책을 바꾸기 보다는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먼저 변화하고 새로운 활로를 찾는 노동운동이 필요한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사기업 노동조합 보다는 노동조합 조직률이 높은 공공부분 노동조합이 앞장서 새로운 노동운동과 사회변화를 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위원장이 노동운동을 시작하게 된 배경과 앞으로 이루고자 하는 노동운동의 방향이 있다면.
“내가 SH공사노동조합에 첫발을 들여놓은 것이 2000년 1월이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노동조합에 대한 시각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사실 노동조합을 하기 몇 년전에 인사 부서에서도 일했습니다. 당시에 노동조합은 항상 불편한 존재였죠. 그런데 제가 노동조합의 일을 하면서 노동조합에 대한 생각이 많이 변했습니다.

노동조합도 공사업무 못지않게 해야 할 일도 많고 조합원의 다양한 요구, 이해관계 조정 등 만만한 일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저는 SH공사노조 제6대, 제7대, 제8대 사무국장을 지냈고 2008년 2월에 SH공사 제10대 노조위원장에 당선돼 조합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 위원장 선거시 나의 캐치플렌즈는 노조위원장이 아닌 복지위원장이였습니다.

왜냐하면, 조합원들이 필요로 하는 노동운동, 조합원을 위한 노동조합 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었고 그래서 조합원들의 눈높이에 정책방향을 맞췄던 것입니다. 당선 후에 강한 노조, 복지 노조, 헌신하는 노조를 제10대 노동조합의 목표로 정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1년간은 공사의 일방적 현장추진단 발령에 대한 취소투쟁, 조합원 복지 향상을 위한 임단협에 전력을 다했습니다.
 
올해부터는 공기업의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 봤습니다. 우리공사가 시민을 위해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고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음에도 항상 언론에서는 공사가 잘한 부분은 작게 잘못한 부분만 크게 보도했습니다. 이에 우리 전공노련은 이러한 공기업의 부정적 이미지를 벗고 진정으로 시민을 위하고 시민과 함께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앞으로 지속적인 사회 공헌활동을 진행 할 것입니다.”
 
- 노사정 대화와 노조의 사회공헌에 대한 의지가 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회공헌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을 말씀해 주시고 이로 인한 노조의 역할은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올해 서울시에 진행하고 있는 해비타트(집고치기 주기)사업은 사실 우리 SH공사 노조에서 낸 아이디어였습니다. 집 고쳐주기 사업은 노사가 함께 독거노인, 장애인, 소년소녀가장 등 사회 취약계층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배도 해주고, 장판도 깔아주고 집도 고쳐주는 사업입니다.
 
이외에도 우리공사에서는 예닮원 봉사, 장수사진 찍어주기, 시프트아카데미, 사랑의 합동결혼식 등 15개 이상의 사회공헌사업을 하고 있고 하반기에는 이를 확대해서 청년일자리창출기금 기부, 신빈곤층 일자리 창출, 캐어봉사단 등 30개이상의 다양한 사회공헌사업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또한, 서울시투자기관노동조합협의회에서도 지난 2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서울시공기업노사정 화합, 평화 및 사회공헌선언을 통해 7월중 서울시 6개공사 노사가 함께 하는 노인, 저소득층 의료지원, 집수리, 저소득층 자녀 역사탐방 등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전국지방공기업노동조합연맹 차원에서의 사회공헌사업도 8월중 시행을 목표로 행정안전부와 실무적으로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공헌사업이 1회성이 아닌 지속적 관심으로 국민과 함께하고 국민을 위한 노동운동, 노동자가 신나고 즐거운 노동운동을 펼쳐나갈 생각입니다.”
 
정부는 일방적 지시가 아닌 노동자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 이러한 노동운동을 전개함에 있어 정부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부분이 있다면.
“정부에 바라는 것은, 빠른 시일 내에 경제위기를 극복하여 국민들이 먹을 걱정, 살집 걱정, 자녀학비 걱정 등 걱정거리가 없어지고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 경제위기를 극복한다는 핑계로 노동자를 거리로 내몰고, 공기업노조를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서 잘 조정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일방적 지시가 아닌 노동자들도 참여시키고 노동자들의 목소리도 경청하여 반영하는 정부로 정부정책도 변해야 한다고 봅니다. 직장을 잃고 거리에 내좇기는 노동자들과 가족들은 어디에도 하소연 할 데가 없습니다. 이 정부 밖에는 없지 않습니까? 너무나 억울하고 힘들어서 하소연 한번 하겠다고 하는데 서울광장을 폐쇄하여 집회하지 못하게 하는 일은 최소한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노사 관계에 있어서, 바람직한 관계의 새로운 노력에 대한 해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나는 6년여간 노동조합 집행부에서 사무국장, 위원장을 하면서 노동조합이 사용자를 귀찮게하는 존재도 아니요, 그렇다고 사용자가 하는 일에 사사건건 반대하고 투쟁하는 것이 노조의 역할도 아니라고 봅니다. 상투적인 얘기 같지만 공사가 있어야 노동조합이 있고 직원이 있어야 조합원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공사가 100%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때 공사가 70%를 하고 부족한 30%를 노동조합이 채워준다는 생각으로 그동안 노동조합을 운영해 왔습니다. 때로는 갈등과 대립으로 어려움도 있었지만 대화와 타협으로서 지난 20년간 비교적 모범적이고 원만한 노사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습니다.”
 
- 김 위원장이 생각하는 노조의 패러다임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면.(노조 방향의 다양성에 대한 의견)
“노조위원장 선거 당시 ‘나는 노조위원장이 아니다. 조합원들과 함께 하는 복지위원장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조합원과 함께하는 노동운동,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노동운동을 위해 노동조합 설립목적인 조합원의 근로조건 개선 및 복지 증진에 최선을 다하기 위한 내 자신에 대한 채찍질 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나는 노동조합을 운영하면서 강한노조, 복지노조, 마지막으로 헌신하는 노조로 만들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나름대로 강한노조 투쟁도 해봤고, 조합원들 복지를 위해서 여러 가지 근로조건도 개선했습니다, 이제는 사회봉사를 우리 전공노련의 핵심 노동운동으로 삼고 중점적으로 운영해 나갈 계획입니다. 노동자의 삶과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전공노련 조합원 동지들과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민노총 탈퇴 노동조합과 연대해 새로운 노동운동에 힘 보탤것
 
- 노조의 향후 일정과 의견이 있다면.
“우리 연맹은 오는 8월에 행안부와 경제위기극복을 위한 노사화합 및 평화선언과 관련해 사회공헌사업을 개최함으로써 전국적으로 사회공헌사업들을 확대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노동운동을 했을 때 자연스럽게 뜻을 같이하는 노동단체들이 새로운 노총을 설립하는데 교도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민주노총을 탈퇴한 노동조합들과 새로운 노동운동을 하고자하는 노동조합이 있다면, 언제든지 연대해서 사회개혁과 발전에 밑거름이 되고 신선한 바람으로 노동운동의 변화를 주도하는데 주저하지 않고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도록 할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공사업무를 하기 위해서 들어왔는데 어쩌다 보니까 노동조합을 6~7년 가까이 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도 공사업무 못지않게 더 힘들고, 어렵고, 또 사용자한테 혼자서는 얘기하지 못하는 부분들, 노동조합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은 해결해 나갈 수 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노동조합원의 가입률이 많이 낮은 상태입니다. 조합원들이 힘을 모아 뒤에서 밀어주고 앞에서 당겨줄 때 앞으로의 노동운동이 밝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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