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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트럼프 독트린´ 新냉전 선언…시험대의 한반도
미국 - 중·러 충돌위기 고조
미 對北 군사옵션 최초공시
한미동맹과 실질대응 解法
2017년 12월 23일 09:54:22 이병도 시사평론가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시사평론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갈등기류가 심상치 않다. 중국과 러시아를 세계질서를 혼탁케하는 '수정국'으로 규정하는 한편, 초미의 관심사인 북핵문제에 가일층 높은 무력대처를 들고나온 미국의 이른바 '트럼프 독트린'이 공식 선언됐기 때문이다. 강대국간 패권경쟁은 더욱 치열해 지게 됐으며, 동북아 전반의 안보와 경제등 여러분야에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반세기 전 ‘냉전·대결 시대’로의 복귀의혹으로까지 비화될 강도다.

그간 미국과 중국 사이, 정치외교적 진보와 보수노선 사이를 오가던 한국정부의 입지는 더욱 어려워 지게 됐고, 북핵문제를 둘러싼 남북한 대립해법도 한층 더 격화될 전망이다. 과연 한국정부와 우리 국민은 한반도를 둘러싼 이같은 갈등기류로의 급변 움직임 속에서 어디를 지향해 나가야 할 것인지, 중.장기적 과제가 다시 떠오르게 됐다. 그 진상의 흐름과 대처방향을 짚어본다. 

국제 갈등기류 확산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 시간) 새로운 국가안보전략(NSS:National Security Strategy) 보고서를 직접 발표했다. 68쪽 분량의 새 NSS는 지난 11개월 동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의회와 민간 싱크탱크 등의 의견을 종합하여 확립한 대외정책의 새로운 원칙이다. 미국 안보의 지침으로 국방전략 수립의 근거가 되는 중요한 문서이기도 하다. 이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임기 중 추구할 외교안보 기조와 전략 등을 모두 담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NSS에서 중국과 러시아 두 강대국을 겨낭, ‘미국 안보와 번영을 침해하려고 시도하고, 미국의 힘과 영향력에 도전하는 수정주의 국가(revisionist powers)’로 규정했다. 그는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에 입각, 두 나라를 ‘경쟁국(competitor)’으로 지칭하면서, 미국의 이익 보호를 위해 앞으로 이들 국가에 대한 견제를 국가안보전략의 최우선순위에 둘 것임을 천명했다.  트럼프식 세계질서의 새판 짜기 구상이 베일을 벗은 셈이다. 미 언론들은 ‘아메리카 퍼스트’가 정치 슬로건을 넘어 외교정책을 인도하는 힘이 됐다며 이번 선언을 ‘트럼프 독트린(doctrine)’이라고 명명했다. 특히 '뉴욕 타임스'는 “30년 동안 초강대국들의 경쟁이 휴가 기간을 보내고, (이제) ‘휴가는 끝났다’는 걸 암시했다”고 표현했다.

기본적으로 이번 보고서는 핵심기조인 ‘미국 우선주의’에 의거, 자국 경제 안보를 강조하며 ‘라이벌 강대국’인 중국과 러시아와의 경쟁을 부각시키는 큰 흐름을 보였다. 다자주의 안보체제와 협력을 통한 국제문제 해결을 중시했던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방향을 뒤집어 버린 것이다. 오바마 전 행정부의 공존과 협력중심 기조는 이제 완전히 폐기됐으며, 힘의 논리가 다시 미국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한국 정부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보고서에서는 미 본토 및 미국민 보호, 미국의 번영 증진, 힘을 통한 평화 유지, 미국의 영향력 확대 등을 4대 핵심 이익으로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당시 내걸었던 ‘미국 우선주의’ 공약을 한층 더 구체화하면서, 강대국간 경쟁을 공식으로 표면화 시킨 것이다. 이는 향후 냉전시대를 방불케 하는 열강들 간 힘의 대결이 펼쳐질 수 있음을 예고한다. ‘미국 우선주의’를 위해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의지가 곳곳에서 언급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가 휴지기를 보낸 초강대국들의 경쟁이 다시 시작됐다고 분석한 것은 적절한 묘사다. 안보와 경제 분야에서 중국 러시아 등 라이벌 강대국과의 경쟁이 곳곳에서 적지않은 파장을 일으켜 갈 것이 분명하다.

심화될 미·중 대결

한국으로선 미.중 주요2개국(G2) 간의 갈등 농도 변화추이가 핵심적인 관심사일 수 밖에 없다. 중국이 세계 질서를 흔드는 ‘수정주의 국가’라고 규정한 이번 미국의 선언은 중국을 적극 견제함으로써 경제·안보 분야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관철해 나가겠다는 뜻이 강하게 담겨있다. 중국을 글로벌 위협에 공동 대응하는 파트너로 표현했던 오바마 전 행정부의 2015년 안보전략과 비교하면, 2배나 많은 31차례나 중국을 적대적으로 언급, 러시아와 함께 미국에 대한 첫 번째 위협국으로 분류했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임을 새롭게 공언하고 나선 셈이다.

우리로선 북핵 위기에, 열강의 충돌 위기까지 한꺼번에 몰려올 판이다. 미국과 중국, 이른바 주요 2개국(G2)은 현재 외교안보·경제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맞서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사드 배치’ 갈등에서 보았듯,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 갈등은 한국을 훨씬 힘들게 만들 수밖에 없는 최대 변수다.

미국은 그간 중국이 자유화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낙관론에 기초, 비교적 대중 협력 정책기조를 견지해왔다. 하지만, 이번 선언에서는  "중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지위를 대체하고, 자신들의 이익에 맞게 지역질서 재편을 추구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이제 다시 열강들의 경쟁이 돌아왔다”고 시각을 완전히 바꿔 버렸다. 아시아에서 미-중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 주었으며, 중국에 대한 견제 의욕으로 가득 차 있다. 특히 경제현안들과 관련한 질타도 그 어느때 보다 강했다. 중국의 자세를 겨냥, “위반, 속임수, 경제적 침공에 더는 눈감지 않겠다”며 원색적 용어로 무역 불균형 문제도 강력 비판했다. 이는 경제 분야에서도 앞으로 미국의 對中 견제가 본격화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핵심인 국방경쟁과 관련해서도 이번에는 “무적의 힘이 가장 확실한 방어수단”이라고 강조, 방위비 증강 등을 통해 중국을 군사적으로 압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한마디로, 미국의 힘에 도전하는 중국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따라서 향후 양국 간 갈등은 깊어질 게 분명하다. 이번 '트럼프 독트린'은 '미중(美中) 新냉전'을 알리는 선전포고 성격이 짙다. 물론, 중국은 이날 즉각 반발, 주미 중국대사관 성명을 통해 “미중이 대립하면 모두 패배할 것”이라고 역시 강한 강도로 미국을 질책했다. 또,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냉전적 사고와 제로섬 게임 같은 구시대적인 관점을 버리지 않으면 스스로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경고까지 하고 나섰다. 중국이 그 즈음에 전략폭격기를 동원, 한국·일본의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입하는 전술행위를 보인것도 이같은 반발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對중국 강경선언은 최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제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이른바 ‘중국몽’을 내세우며 서방과의 체제경쟁에 나설 뜻을 밝힌 것에 영향을 받은 측면도 있는 것으로 진단된다. 그런 점에서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방문에서 ‘작은 나라지만 중국몽을 함께 할 것’이라고 약속한 점은 향후 대북(對北)·대중(對中) 정책을 둘러싼 한·미간 외교갈등을 예상케 하는 부문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미·중간 패권경쟁이 격돌할 장소는 역시 동북아시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 대해 미국은 이미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상호 국제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 변화를 이끌겠다는 분명한 의사표시들이다. 미국이 이번에 중국에 대해 자신들의 이익에 맞게 지역질서를 재편하려 한다고 비난하고 나선 것도 그런 이유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이번 선언은 '말' 뿐이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그가 보여준 그간의 정치스타일로 검증된다. 국제사회의 합의를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깨뜨린 것은 한두번이 아니다. 이미 파리 기후변화협정을 파기한 데 이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규정, 지구촌의 화약고인 중동에 기름을 부어버린 상태다. '독트린'이 발표된 그날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예루살렘 이스라엘 수도 결정의 백지화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이에 거부권을 행사해 다시 무산시켜 버린것도 미국의 트럼프 정부다.

   
▲ 지난 13일 오전(현지시각) 필리핀 마닐라 필리핀문화센터에서 열린 제31회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개막식에 참석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왼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對北 압박 격화 예고  

한국과 국제사회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북핵 해법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보고서 또한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 ‘압도적인 힘에 의한 대응’을 첫머리에 올렸다. 전략 보고서가 미국의 4대 핵심이익을 제시하면서 이의 달성을 위한 첫 과제로도 '북핵 위협 대응'을 꼽았다. 종전과는 크게 다르다. 이 또한 전임 오바마 정부의 ‘(북핵에 대한) 전략적 인내’ 원칙을 폐기해 버렸다.

그 뿐 아니다. 보고서는 북한을 ‘불량정권(rogue regime)’,‘무자비한 독재’ 등 으로 규정하면서 17번이나 언급했다. 오바마의 안보전략 때 3번 언급된 것에 비하면 미국의 국가전략 변화를 확연히 실감케 한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의 사이버 공격과 핵,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세계적 위협’으로 규정한 뒤 ‘(북핵 문제는) 처리될 것이며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미국 정부가 대통령의 '독트린'이 발표된 다음날인 19일(현지시간) 지난 6월 전 세계 병원과 은행, 기업 네트워크를 마비시킨 '워너크라이'(WannaCry) 사이버 공격의 배후로 북한을 공식 지목한 것도 그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그동안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공격 배후로 북한이 거론돼왔지만, 미정부가 공식적으로 이를 확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사이버 사태'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물론, '사이버 테러'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미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이와 관련, 토머스 보서트 백악관 국토안보보좌관은 브리핑룸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 사이버 공격에 대해 가볍게 혐의를 제기하는 게 아니라, 증거를 갖고 다른 파트너들과 함께 내린 결론으로, 면밀한 조사를 거쳐 북한 정권의 지시로 이뤄진 소행이라고 공개 규정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과거 사용했던 사이버 도구 및 스파이 지식, 운영 인프라를 포함, 기밀 정보들을 두루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미 의회 전문매체 '더 힐'은 "보서트 보좌관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워너크라이 공격을 명령한 사실에 대한 증빙 정보를 미국이 확보했다고 밝혔다"고 전하기도 해 더욱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번 연설에서 핵심사안인 북핵과 관련, “북한 정권에 대한 우리의 최대 압박 작전은 그동안 가장 강력한 제재를 낳았지만, 앞으로 해야 할 일은 훨씬 더 많다”며 “여기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질적 정책방향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강제할 옵션을 향상시킬 것”이라면서 “북한이 핵무기로 미국인 수백만명의 살상을 추구하고 있다”고 명시한 것은 의미가 크다. ‘선제(pre-emptive) 공격’에 대한 명시적 발언은 빠져 있지만, 더욱 강력한 대북제재는 물론이고 최악의 경우 군사적 수단 동원까지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에 다름아니다. 북핵 문제 해결 협력자로서는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을 꼽았고, 중국은 거론치도 않았다. 중국과의 공조가 강조됐던 지난 4월 마라라고 미·중 정상회담 때와는 이 역시 상반된 기류다.

그럼에도, '트럼프 독트린'에는 국제 공조의 무게감이 실려가는 흐름이다. 이 선언이 나온 당일인 19일(현지시간) 유엔총회는 뉴욕 본부 본회의에서 북한의 인권유린을 비판하는 내용의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북한의 인권침해를 규탄하고, 즉각적인 개선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그날 유엔총회를 통과한 것이다. 인권유린의 사례로는 고문·강간·공개처형·연좌제·강제노동 등을 적시했고, 이산가족 상봉과 북한 억류자에 대한 합당한 조치를 요구하는 내용이 새롭게 포함됐다.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은 2005년 이후로 13년째다. 이번에는 어느 회원국도 표결을 요청하지 않아 표결 없이 컨센서스(전원합의)로 진행됐다. 북한인권결의안이 투표 없이 컨센서스로 채택된 것은 2012~2013년과 지난해에 이어 4번 뿐이다. 이는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한 국제사회 전반의 더욱 강해진 부정적 여론을 반영한다. 물론, 자성남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북한인권결의안 논의 자체를 비판했고, 중국·러시아 대표부도 결의안에 반대했다.

이런 흐름들을 종합하면, 북한은 미국이 지금과는 전혀 다른 강경한 해법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제대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북핵을 오래 방치할 생각이 없다는 점은 이제 분명해졌다. 그렇지만, 가뜩이나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에서 한반도와 관련해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안보전략까지 강력한 ‘힘의 대처’로 무게중심을 옮겼으니, 우리 국민들의 안보환경 악화에 대한 걱정들도 커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한국외교 난관 봉착

그런 측면에서, 이번 '트럼프 독트린'으로 한국이 실제 겪어야 할 시련이 무엇보다 주목된다. 문제는 한국정부의 자세다. 최근 북 핵·미사일과 열강 간 경쟁 위협 등 삼각한 파도를 맞고 있는 상황임에도, 정부는 ‘전쟁 나면 안 된다’며 평화 타령만 하고 있다. 북한 핵무장은 외면하고 평창 겨울올림픽에만 매달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즉, 문 대통령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기 카드를 꺼내든 것 부터가 그렇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서울에서 강릉으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 고속열차 안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미국 NBC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내년 초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때까지 한미 군사훈련을 연기할 수 있다"는 입장과 이를 미국 정부에 제안했음을 공개했다. 북한을 자극하고 군사적 긴장을 유발할 수 있는 한미군사훈련을 올림픽 이후로 연기하자는 취지라고는 하지만, 이 같은 한미군사훈련 연기 검토가 과연 미국과의 정교한 사전 조율을 거쳐 나왔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최근의 전체적 기류로 볼 때, 자칫 한미군사훈련 연기를 놓고 한미 동맹간에 다른 목소리가 나오거나 엇박자 논란이 야기될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최근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당당하지 못했던 정부의 태도를 지켜본 많은 국민은 수모를 느꼈을 것이다. 이런 자세로 한반도 위기를 제대로 헤쳐 나갈 수 있을지, 헌법에 규정된 대한민국의 진정한 가치와 이를 수호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하는 결과였다.

이번 '트럼프 독트린'은 한국이 중국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합의' 시 사실상 약속한 ‘3불(사드 추가 배치·미국 MD 편입·한미일 3국 군사동맹 불가)’과 정면으로 상충된다. 구체적으로 보면, 미국의 이번 선언은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조하면서 “역내 방어능력 향상을 위해 한ㆍ일과 미사일방어(MD)에도 협력할 것”이라고 했지만, 최근 한국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과의 사드 갈등을 봉합키 위해 기존의 ‘3불입장’ 가운데서도 특히 ‘미국 주도의 MD체제'에는 불가입 하겠다는 공식 약속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즉, 중국 측 요구에 따라 미국 MD 불참 등의 ‘3불’ 입장을 밝혀온 우리 정부로선 난처한 지경에 몰리고 만 셈이다. 또한, 미국이 이번에 對北 군사옵션을 포함시킨 대목도 역시 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한반도 전쟁 불가’와 충돌하는 성격이 짙다. 중국과의 공조보다 한국과 일본 및 국제사회 주도의 압박과 제재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트럼프식 해법과 북한을 옹호하며 대화를 통한 해결을 요구하는 중국식 해법 사이에서, 어떤 형태로든 분명한 선택을 강요받아야 할 시간이 시시각각 한국에 다가오고 있는 국면이다.

문 정부가 요즘처럼 중국으로의 경사(傾斜) 정책을 지속할 경우, 한국의 경제 및 안보에 미치는 타격은 물론 한·미 동맹의 파열음이 이제는 더 커져 나갈 수 밖에 없게됐다. 미국과의 동맹을 공고히 하면서도 중국과의 협력도 강화하겠다는 문재인정부의 이중적 정책 기조를 흔들 수 있는 새로운 시련이 아닐 수 없다. 다시말해, 미·중의 협력 속에 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할 고유한 역할을 찾겠다는 우리 정부의 구도가 흐트러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앞으로 한국 외교는 헤쳐 나가야 할 무거운 숙제를 새롭게 떠안게 됐다. 중국은 한국을 자신의 영향권 안으로 끌어들이고 한·미 관계를 약화시키기 위해 전방위적 압력을 넣을 것이 분명한데 비해, 미국은 신속히 북핵을 제거하겠다는 확고한 목표 아래 동맹국인 한국에 더 많은 역할을 요구해 올 것임에 틀림없다. 결국, 미·중간 경쟁이 치열해 지면 치열해질수록 한국의 분명한 결정을 요구하는 압력은 높아져만 갈 것이다. 실제, 두 강대국이 안보를 지렛대 삼아 경제 압박을 가하고, 경제 협력을 고리로 안보 문제에서 양보를 요구하는 구도가 굳어져 갈 경우, 한국은 2중 3중의 고통으로 빠져들 개연성이 결코 적지않다. 그 대처방향으로 전략적으로 유연해야 한다는 구실하에 상황에 따라 말과 행동을 바꾸고, 이른바 '기계적 균형'을 찾다가는 양국 모두에 신뢰만 잃게 될 것이며, 오히려 심각한 안보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한국의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흔들리지 않는 원칙을 갖고 외부의 도전에 맞서는 자세를 거듭 다짐해야 할 때란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한미, 보수-진보 갈등史

과거에도 혈맹인 한.미 두 나라 관계는 북한이라는 '뜨거운 감자' 때문에 어려워진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특히, 과거 한국의 진보성향 정부와 미국의 보수성향 정부의 갈등관계는 오늘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진보와 보수의 시각차가 현실처방 각론면에서 언제나 북핵 해법의 구체화를 위한 과정을 순탄치 않게 했음을 상기시킨다.

노무현 참여정부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처음에는 북핵 문제를 평화적·외교적으로 해결하는 방향으로 표면상 함께 나가는 듯 했지만, 지난 2005년 미국의 BDA(방코델타시아) 북한 계좌 동결 문제로 완전히 갈라서고 말았다. 그해 11월 경북 경주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노 전 대통령은 북한 계좌의 동결 해제를 의제에 올리도록 요구하다가 부시 전 대통령에게 일축당하는 쓰라린 경험을 당해야 했다. 당시 알렉산더 버시바우 미 대사가 "내가 겪은 최악의 외교 사례"라고 회고했을 정도였다.

또, 지난 2001년 김대중(DJ) 국민의 정부와 조시 부시 정부와의 대북정책을 둘러싼 관계 사례도 이른바 '외교적 참사'로 꼽힐 정도로 극적이었다. 부시 대통령 취임 직후 미국으로 달려간 DJ는 전임 클린턴 행정부에 이어 보수 정권인 부시 행정부에서도 자신의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 계승케 하기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을 모두 뒤집으려 했던 부시 전 대통령에게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키고 말았다.

그 반대의 사례도 있다. 지난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YS)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첫 정상회담에서 북핵 해법으로 미국이 제시한 '포괄적 접근(Comprehensive Approach)'이라는 용어를 놓고 날카롭게 대립했다. 북한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수용과 한·미 팀스피릿 군사훈련 중지를 한 데 담은 이 해법에 대해 YS는 너무 유화적이라고 거부했고, 대신 '철저하고 광범위한 접근(Thorough and Broad Approach)'이라는 용어를 고수, 이를 관철시켰다. 그러나, '민주 투사' YS를 극진히 예우했던 클린턴 대통령은 이 문제로 감정이 크게 상했고, 훗날 북한 경수로 비용 조달 등에서 한국의 비용 부담이 커진 것도 이때문이었다는 분석들이 나왔다.

지금은 어떤가. 대북정책의 경우 문 대통령은 여전히 “제재와 대화를 활용한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제시하고 있는데 비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는 끝났고 확실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압박’에 더욱 강한 무게를 싣고있다. 이제는 트럼프 독트린 까지 나온 마당에 문 정부가 평화체제 협상 병행론을 띄우기는 더욱 여의치 못하게 됐다. 중국·러시아는 찬성하더라도, 미국·일본은 '제재 동력을 저하시키고 비핵화 협상에 대한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강하게 맞서 나갈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최근 문 정부가 북한에 군사 및 적십자 회담을 공식 제의한 바도 있었지만, 처음부터 미국.일본 등과의 공조에 균열조짐을 빚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소예당에서 열린 한-중 수교 2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문화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뉴시스=청와대 제공

한반도 사태 - 호혜적 한미동맹 관건 

결국, 미국의 이번 '독트린'에 따른 미-중-러 대결 구도의 접점은 한반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한반도 위기는 어느 때보다 고조될 수밖에 없고, 그 위기관리는 한국의 화두일 수밖에 없게 됐다. "전쟁은 안 된다”는 구호만 외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이른바 '줄타기 외교'를 한다고 해서 해결될 상황도 아니다. 이에 국민들의 근심과 걱정이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두 패권국 간의 경쟁이 격화될 시점에는 정교한 외교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된다. 이제, 새로운 외교안보 환경에 정부는 보다 긴장감을 갖고 치밀하게 대응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기본적으로,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한 국제 연대 강화가 북핵 위협으로부터 안보와 경제를 보장해주는 버팀목일 수밖에 없다. 어떤 경우든 한미동맹의 반석 위에서 안보를 지켜나가면서, 우리의 머리 위에서 벌어지는 미.중간 패권 경쟁에 국익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긴장감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선, 1차적으로 한미 양국간 갈등과 생각의 차이부터 완전히 해소하는 일이 급선무다. 실질적인 對북한 대응도 중요하다. 미국과의 대북정책 조율과정에서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완벽한 사전.사후 계획도 짜 놓아야 한다. 상황이 어려워 질 수록, 대한민국의 자유민주 정통성, 헌법에 명시된 국가존재의 대원칙하에 중심을 굳건히 잡는 자세가 중요하다. 정치.군사적으로 '혈맹'인 한미 양국이 앞으로는 모든 분야에서 상호이익과 중요성을 재확인, 호혜적이고 동반자적인 관계를 더욱 강화할 수 있도록 정진해 나가야 할것임을 거듭 강조한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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