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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열풍④]비트코인 '萬人譜'…'냉정과 열정 사이'
"나도 한 번 해볼까?" vs "도박과 다를 게 없어"
2017년 12월 24일 (일) 박근홍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암호화폐(통칭 가상화폐, 비트코인)는 과연 투자인가, 투기인가.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 시사오늘

온 나라를 뒤흔드는 암호화폐 열풍,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온도차는 그야말로 '냉정과 열정 사이'를 넘나들고 있다. <시사오늘>은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있는 시민, 투자를 고려하는 시민, 그리고 암호화폐 자체를 부정하는 시민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른바 '비트코인 만인보(萬人譜)'다.

"비트코인 열풍, 미래 엿볼 수 있는 흐름"

대기업에 근무하는 강진현(가명·30·남)씨는 암호화폐 시장에 현재 30만 원 정도 투자한 상태다. 평소 재테크 쪽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미래금융으로 떠오르는 암호화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미리 알아놔서 나쁠 게 없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강 씨는 "동료 직장인 중에 비트코인에 투자해서 3~4배 가량 수익을 올리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 3~4년치 등록금을 벌었다는 대학생이 있다는 얘기도 들렸다"며 "어차피 은행에 썩힐 돈이라면 한 번 고수익을 노려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꼭 수익만이 목표는 아니다. 앞으로 어떤 암호화폐가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지 파악하려면 꾸준하게 암호화폐 시장에 관심을 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며 "예를 들어 과거 비트코인을 사놓은 사람들은 수많은 암호화폐 중에 비트코인의 장래성을 본 게 아니냐"고 강조했다.

또한 암호화폐에 대한 세간의 우려가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강 씨는 "곧 꺼질 거품이라는 말들이 많은데 결국 우리나라도 대세를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미국, 일본의 경우 이미 제도권에서 비트코인이 허용되고 상용화가 이뤄지고 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암호화폐 투자, 주식보다 더 낫다"

회사원 이상미(가명·31·여)씨는 지인의 소개로 일찍부터 암호화폐 시장에 발을 들였다. 그는 지난 9월 빗썸 거래소를 통해 약 50만 원을 투자했고, 이후 500만 원을 추가해 현재까지도 암호화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 씨는 총 550만 원의 투자금을 1550만 원까지 불리는 데에 성공했으나 500만 원의 손실을 입어 총 수익금은 450만 원이라고 한다. '단타(단기투자)'보다는 미래가치를 따져 '존버'(장기투자)하는 게 효과적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주식시장보다 더 좋은 주식시장이라고 보면 된다. 암호화폐는 주식과 달리 24시간 장이 열려있어 주식보다 수익도 높고 심적 부담도 덜하다"며 "처음에는 단타에 집중하느라 하루 종일 스마트폰만 붙들고 있었는데 장기투자로 접어드니 여유가 생기더라"고 말했다.

'주변에도 투자를 권유하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언제 휴지조각이 될지 모르는데 왜 하느냐고 만류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 투자는 본인이 하는 것"이라며 "본인이 책임을 지는 거니까 딱히 권유하고 싶지도, 만류하고 싶지도 않다"고 답했다.

다만, 이 씨는 암호화폐 시장에 무작정 진입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암호화폐 시장구조는 본인이 수익을 얻으면 누군가는 돈을 잃어야 하는 것 같다"며 "암호화폐가 무엇인지, 어떤 식으로 가치가 올라가는지 자세히 알아보고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돈을 버는 쪽이 아닌, 돈을 잃는 쪽에 서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하면 나만 손해 같아"

   
▲ 빗썸, 업비트 등 암호화폐 시장은 다양한 거래소를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그만큼 부작용도 많다 ⓒ 시사오늘

암호화폐가 재테크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나도 한 번 투자해 볼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암호화폐를 이용한 결제가 점차 확대되면서 암호화폐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긍정적으로 변하는 분위기다.

직장인 김상철(가명·29·남)씨는 "주변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이 암호화폐 매매로 상당한 수익을 내는 사례가 정말 많더라"며 "나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괜히 나만 손해 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말했다.

가정주부 유희영(가명·31·여)씨도 "아이를 돌보며 집에서 할 수 있는 부업 정도로 작게 시작해 볼 예정"이라며 "하루 종일 확인해야 하는 게 부담스럽긴 하지만 친한 친구가 50%가 넘는 수익률을 올린 걸 보고는 참을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암호화폐를 이용한 결제 시스템을 경험하고 투자를 결심한 사람도 있었다. 대학생 박유상(가명·28·남)씨는 "이태원에 놀러갔는데 비트코인 결제가 되더라. 실용화가 이뤄지는 걸 보니 정말 구미가 당겼다"며 "이번 주말에 20만 원 정도 넣을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추세다 보니,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도 암호화폐가 화두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대학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철순(가명·34·남)씨는 "비트코인 결제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어서 고민 중"이라며 "결제방식이 간단하다고 들어서 적극적으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당한 노동 없는 투기에 불과"

"투자할 때는 시세를 보지 말고 가치를 보라."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이 한 말이다. 암호화폐의 가치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시장이 과열되면서 암호화폐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치가 없는 상품으로 일확천금을 꿈꾸는 건 헛된 욕심이라는 부정적인 시선도 늘고 있다.

직장인 남태균(가명·35·남)씨는 "암호화폐는 돈도 아니고 금융상품도 아니다. 그걸로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상점도 극소수"라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당한 노동과 노력 없이 인터넷 속 가상의 암호화폐로 부자를 꿈꾸다니, 투기로 한방을 노리는 도박과 다를 게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암호화폐는 시간낭비의 주범이기도 하다.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직장 동료를 보니 한 시간에 십여 차례 이상 핸드폰을 보더라. 시세에 따라 감정 기복도 심했다"며 "잠을 설쳐서 회사에서 꾸벅꾸벅 조는 암호화폐 투자자들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불황 속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서민들이 환상만을 갖고 비트코인 광풍에 휩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정부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트코인에만 관심 쏟는 아이들 어쩌나"

서울 시내의 한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김원형(가명·42·남)씨는 최근 암호화폐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암호화폐 광풍이 불면서 학업에 소홀한 경우를 자주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공부하라고는 말도 안 한다. 차라리 열심히 놀았으면 좋겠는데 비트코인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아이들이 늘고 있어 큰 걱정"이라며 "더 많은 걸 배우고, 더 많은 걸 경험하고, 더 많은 꿈을 꿔야 할 때가 아니냐"고 토로했다.

그는 "학생들이 투자에 관심을 갖는 게 나쁜 건 아니다. 선진국에서는 일찍부터 투자를 교과목으로 다루기도 하지 않느냐"며 "하지만 어디까지나 교육적 측면에서 이뤄져야 한다. 암호화폐는 학생들에게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 암호화폐의 현재와 미래.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정부의 역할이 요구된다 ⓒ pixabay

또 김 씨는 정부의 안이한 대응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미성년자 거래를 금지시키면 뭐하느냐. 요즘 애들은 그런 거 신경도 안 쓴다. 다 어디서 방법을 들어서 투자하더라"며 "학생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발을 들일 수 없도록 보다 확실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투자에 대한 경제관념을 올바르게 정립시킬 수 있는 교과목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집에서도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자꾸 경쟁과 물질만능주의를 부추겨선 안 된다.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의 비트코인 광풍은 다 어른들의 잘못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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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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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문철 2017-12-24 14:14:51

    항상 고점에 개미들이 버블을 안고 장렬히 전사하지..모든 사람이 돈을 따는 재테크란 존재하지 않음..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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