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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에게도 ‘쇼’가 필요하다
<기자수첩> 한국당, 보수 복원 위해서는 바른정당 개혁보수 이미지 지켜내야
2018년 01월 04일 17:36:47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아직까지도 개혁보수 이미지를 갖고 있는 남경필 경기지사·원희룡 제주지사는 자유한국당의 달라진 모습을 과시할 수 있는 최후의 카드다 ⓒ 뉴시스

“(문재인 정부에도) 긍정적인 측면이 하나 있다. 쇼는 기가 막히게 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禮訪)한 자리에서 한 말이다. 지난해 말 문재인 정부에 대해 “안보·외교 문제와 경제 문제는 50점을 주기가 어렵다”며 “대국민 쇼는 참 잘한다”고 평가한 것의 연장선상에 있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이에 대한 이 전 대통령의 답이 걸작(傑作)이다.

“그것도 능력이다.”

‘보수 대통합’ 기회 놓친 홍준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짧은 한 마디는 핵심을 관통하는 면이 있다. <리얼미터>가 4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0.9%포인트 오른 17.7%였다. 52.7%를 기록한 더불어민주당의 1/3에 불과한 수치다. 특히 보수 응답자의 45.7%, 중도 응답자의 15.7%만이 한국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가 가리키는 바는 명료하다. ‘보수·중도보수가 한국당을 외면한다’는 것이다.

보수 대통합 실패에는 홍 대표의 책임도 적지 않다. 당대표 취임 이후, 홍 대표에게는 바른정당을 품을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찾아왔다. 1차 탈당 사태로 원내교섭단체 지위 유지마저 불투명했던 바른정당은 혁신을 전제조건으로 한 한국당과의 당대당 통합을 지속적으로 타진했다. ‘혁신하는 모습만 보여준다면’ 보수 대통합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메시지였다.

이 메시지는 한국당 입장에서도, 바른정당 입장에서도 큰 의미를 내포했다. 바른정당은 한국당에 비해 중도에 가까운 보수 정당이었고, 개혁보수라는 이미지도 선점한 상태였다. 따라서 한국당이 인적 쇄신에 힘쓰면서 바른정당을 ‘모셔오려는’ 제스처를 취했다면, 개혁보수 이미지와 보수 대통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도 불가능하지만은 않았다. 바른정당의 금의환향(錦衣還鄕)은 그 자체로 ‘달라진 한국당’을 알릴 효과적인 ‘쇼’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시기 홍 대표는 바른정당을 ‘배신자’로 규정하는 선택을 했다. 그 결과는 지금과 같다. 한국당은 바른정당의 개혁보수 이미지를 전혀 활용하지 못한 채 극우(極右) 정당으로 낙인찍혔고, 바른정당은 원내교섭단체도 유지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 과정에서 ‘스타 정치인’으로 발돋움했던 김성태·장제원·황영철 의원 등은 한순간에 ‘철새 정치인’이 됐다.

다시 한 번 시험대 놓인 홍준표

이 같은 홍 대표의 판단 미스는 ‘숫자의 함정’에서 비롯됐다. 홍 대표가 생각하는 보수 복원은 바른정당 의석을 한국당이 흡수하는 물리적 결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선 때나 당대표 취임 이후에나, 홍 대표의 언행은 일관적으로 ‘바른정당 소멸’에 맞춰져 있었다. 정치공학적으로는, 바른정당을 소멸시켜 한국당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압박만큼 좋은 것도 없었다.

문제는 이 경우 바른정당이 지닌 개혁보수 이미지가 함께 사라진다는 점이었다. 압박을 통한 복당은 사실상의 ‘백기투항’이나 다름없었으므로, 바른정당 의원들이 갖고 있는 긍정적 이미지를 한국당이 고스란히 담아내기가 불가능했다.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의 복당에도, 한국당 정당지지율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는 점은 이런 ‘방식의 문제’에 기인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 복당 이슈를 홍 대표의 ‘시험대’로 여기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는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할 것으로 보이는 남·원 지사는 그 누구보다도 보수·진보 일대일 구도를 바라고 있다. 실제로 이들은 바른정당 ‘빅 네임’ 정치인들 중 한국당 복당에 가장 가까운 인물들로 꼽히고 있기도 하다. 이를 감안하면, 홍 대표는 두 사람이 ‘알아서 숙이고’ 들어오기를 기다릴 공산이 크다.

그러나 남·원 지사가 ‘숙이는’ 방식으로 복당한다면, 한국당의 이미지 개선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을 눈여겨봐야 한다. 아직까지도 개혁보수 이미지를 갖고 있는 남·원 지사는 한국당의 달라진 모습을 과시할 수 있는 최후의 카드인 까닭이다. 즉 홍 대표가 한국당의 지지층 확장을 꾀한다면, 남·원 지사를 ‘달라진 한국당’으로 ‘모셔오는’ 형태의 획기적인 이벤트를 준비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남·원 지사는 과거 한나라당 시절 ‘홍준표 체제’를 무너뜨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인물들이다. 그런 두 사람에게, 홍 대표가 모든 앙금을 씻어내고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하기 쉬울 리 없다. 하지만 홍 대표가 위기의 한국당을 구해내려 한다면, 앙숙도 포용하는 ‘쇼’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이명박 전 대통령 말대로, ‘쇼’도 능력이라면 말이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자유한국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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