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불리할 때는 전략공천?…´오픈 프라이머리´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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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불리할 때는 전략공천?…´오픈 프라이머리´ 실종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8.01.07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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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나쁠 땐 ´역선택 우려´ 전략공천 선호
´외부 정세보다는 당내 리더십 문제´ 주장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지방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면서, 각 지역 후보가 누가 될지도 관심사다. 정당마다, 지역마다 경선과 전략공천 등의 논의가 오가고 있다.

▲ 지난 2015년 8월 1일 미국을 방문 중인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는 열린 정치혁신을 위한 오픈프라이머리 정책간담회에 참석했다. ⓒ뉴시스

그런데 보기 힘들어진 단어가 있다. 바로 ‘오픈 프라이머리’다. 일명 국민참여경선제라고도 하는 이 ‘오픈 프라이머리’는, 불과 2, 3년전 만 해도 정치권을 달구던 화두였다.

특히 지난 2014년 1월, 지방선거를 6개월여 앞둔 정확히 이 시기에 당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오픈 프라이머리의 입법화를 제안했다. 당시 민주당은 ‘물타기’라며 반발했다. 전략공천을 통한 야권연대를 견제하는 정략(政略)이라고 반발했다.

약 1년 뒤인 지난 2015년에도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사실상 합의직전까지 갔다. 그런데 결국 이는 서로에게 탓을 돌리며 무산됐는데, 특히 새정치연합 내의 우려가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새정치연합 혁신위 관계자가 지난 6일 <시사오늘>과 만나 들려준 이야기다.

“당시 새정치연합 혁신위에선 오픈 프라이머리를 받지 말자고 했었다. 새누리당도 아마 문 대통령(당시 대표)이 못 받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과는 민주당 상황이 완전히 달랐을 때다. 아주 위축돼 있었고, 여당(새누리당)은 위세가 대단했다. 결과적으론 무산됐지만, 당시엔 오픈 프라이머리는 여론에 유리할 때 제안할 수 있는 시도라는 분위기나 해석이 팽배했었던 것 같다. 역선택 문제가 걱정됐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가 언급한 역선택 문제는 다음과 같다. 새누리당의 지지자가 고의적으로, 승산이 희박한 후보에게 표를 던짐으로서 본선에서의 승리를 담보하려 한다는 우려다.

이는 오픈 프라이머리도입이 당의 외부 상황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주장이다. 반대로, 수세(守勢)에 몰려 있을 때 전략공천이 선거를 반전시킬 수 있다는 것인데, 현재 민주당 분위기가 경선(競選)으로, 한국당 분위기가 전략공천으로 흐르고 있는 것도 이를 통해 설명한다.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은 지난 4일 김해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본적으로 전략공천을 배제하되 극히 예외적으로 허용하자는 안이 당무위로 넘겨진 상태"라며 "기본적으로 전략공천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전략공천이 인기 등 외부적 요인이 아닌, 당내 리더십과 훨씬 긴밀한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당내 리더십이 강고할 때 시도할 수 있는 패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근 홍준표 대표의 전략공천으로 잡음이 일고 있는 한국당의 한 당직자는 지난 4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전략공천이란 건 결국 잘 되면 반전이지만, 오판으로 지는 경우도 많다. 그럴 경우엔 공천의 당사자였던 당대표에게 책임이 간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당 대표가 책임을 상당부분 덜어낼 수 있는 제도다. 정당의 상황과는 크게 관계없어 보인다는 게 내 생각이다. 당내 리더십의 문제다.”

실제로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지난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일명 ‘공천참사’를 겪으면서 사실상 패배했다. 이는 공천을 두고 당내 리더십이 흔들린 사례로 해석된다. 비박계 김무성 대표와 친박계 이한구 공천위원장과의 갈등이 주원인이었다. 김 대표가 수면위로 논의를 끌어올렸던 오픈 프라이머리는 이미 자취를 감췄다. 청와대의 견제를 받으면서 공천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당 이성헌 서대문구갑 당협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본지 인터뷰에서, “지난 20대 총선 공천심사 때, (김 대표가)공천심사위원 명단을 청와대에 보여줬더니 현기환 정무수석이 ‘이 사람들 안 되겠다’면서 다른 사람 이름 여섯 개를 적어서 들이밀었다. 물론 그 명단대로 했을지는 모르지만, 결국 공천과정서 사달이 나면서 당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공천 자체가 엉터리로 됐다”고 전했다.

이러한 맥락으로 한국당에서 홍 대표가 전략공천을 시도하는 이유는 당내 리더십을 확고히 잡기 위해서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야권 정계의 한 관계자는 6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냉정하게 현실 정치적으로 당 대표의 가장 큰 힘은 공천권이고, 이를 놓치면 허수아비가 되는 것”이라며 “과거 총재시절 만큼은 아니더라도 전략공천이 필요하다. 무리한 상향식 공천은 그냥 포퓰리즘, 인기정치에 모든 걸 맡기겠다는 말이다. 홍 대표는 이를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지방선거에도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국민의당은 지난 11월 ‘오픈프라이머리’와 ‘광역단체장 결선투표제’ 도입을 잠정 결정했다. 그러나 이후 바른정당과의 통합논의로 상황이 급변하면서, 향후 공천 방향은 미지수인 상황이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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