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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대의보다 사람이 먼저다
<기자수첩> 국가 위해 개인 희생 강요하는 전체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2018년 01월 16일 18:10:41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4년간 올림픽만 바라보고 달려온 선수들을 희생시키겠다는 발상은 지극히 전체주의적임을 기억해야 한다 ⓒ 뉴시스

2018 평창올림픽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이 현실화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남북 올림픽위원회 및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는 오는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4자회담을 통해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논의하기로 했다. 남북 단일팀의 국제대회 출전은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같은 해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 이후 27년 만의 일이다.

그러나 남북 단일팀을 바라보는 국내 여론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아이스하키 역시 출전 가능한 엔트리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4년 동안 올림픽 하나만 보고 달려온 우리 선수들을 벤치에 앉히고, 북한 선수들을 경기에 출전시킨다는 정부의 생각에 선뜻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스포츠에 의한 인간 완성과 경기를 통한 국제 평화 증진’이라는 올림픽 정신에 비춰볼 때, 남북 단일팀 구성은 명분이 있는 일이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의견을 수렴해 나갔다면, 국민적 공감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최소한 선수들에게라도 동의를 얻었다면, 지금처럼 여론이 나빠지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정부가 어떤 논의와 설득 과정도 없이, ‘선(先) 발표 후(後) 통보’ 형태를 취했다는 점이다. 여자 아이스하키팀 주장인 박종아 선수는 13일 와의 인터뷰에서 “저도 방금 들어서 (단일팀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실제로 그게 될지 안 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당사자들인 선수들조차 언론을 통해 처음 소식을 접했다는 이야기다.

문재인 정부의 이런 태도는 박근혜 정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다. 박근혜 정부는 2016년 3월 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키면서 ‘다소간의 인권침해 여지가 있더라도 더 큰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국정교과서 역시 ‘올바른 역사를 배우기 위해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침해는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의 토대 위에서 강행된 정책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이번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협의 과정 역시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피해는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는 ‘대(大)를 위해서 소(小)를 희생할 수 있다’는 전체주의적 사고(思考)의 연장선장에 있다. ‘국가를 위해서라면’ 선수들과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통보해도 된다는 발상은 그 자체로 지극히 전체주의적이며, 전체주의는 필연적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좀먹는다. 파괴된 자유민주주의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우리 국민은 불과 1년 전 온 몸으로 느낀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며 “양국 간 합의가 개개인들의 권리를 침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국가 간 합의를 파기한다는 ‘위험부담’에도 국민들이 문 대통령의 구상을 지지했던 것은, 더 이상 국가의 이익을 위해 개인을 희생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의지가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지금,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일방적 남북 단일팀 구성 정책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촛불’이 탄생시킨 문재인 정부마저 권위주의·전체주의적 국가 운영을 답습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자유한국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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