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뒤로하고 현실 택한 남경필…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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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뒤로하고 현실 택한 남경필…왜?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01.18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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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보수 추구하는 南, 한국당과 거리 멀어…현실적 부담 컸다는 분석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남경필 경기지사가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갔다. 2016년 11월 22일 한국당 전신(前身)인 새누리당을 탈당한 지 1년 2개월여 만의 복당이다 ⓒ 시사오늘 그래픽=김승종

남경필 경기지사가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갔다. 남 지사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독선에 빠진 정부를 견제하고, 국정의 중심을 잡을 보수의 역할이 절실하다”며 운을 띄운 뒤 15일 한국당 경기도당에 입당 원서를 제출했다. 2016년 11월 22일 한국당 전신(前身)인 새누리당을 탈당한 지 1년 2개월여 만의 복당이다.

정치권에서는 남 지사의 복당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개혁 보수’ 이미지가 강한 그가 우경화(右傾化)하고 있는 한국당으로 돌아가는 것은 득(得)될 것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남 지사가 차기 대권 후보군에서 탈락했다는 전망까지 내놓는다.

그러나 경기도의 독특한 정치 지형상, 남 지사의 복당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휴전선과 인접한 경기 북부지역은 여전히 한국당 지지세가 강한 만큼, 남 지사가 재선에 성공하려면 우선 한국당 당적을 회복할 필요가 있었다는 논리다.

중도보수 포기한 남경필

사실 남 지사는 유승민 대표, 원희룡 제주지사, 정병국 의원과 함께 바른정당 잔류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사(人士)로 꼽혀왔다. 바른정당을 제19대 대선에 대비한 ‘프로젝트 정당’으로 간주했던 김무성 의원 등과 달리, 남 지사는 정치 이념 자체가 중도(中道)에 가까운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홍준표 대표 선출 이후, 남 지사와 한국당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당 복당은 남 지사에게 ‘잘못된 선택’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방법론에는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홍 대표와 김 의원은 이념적 지향점이 유사한 정치인들이다. 한국당으로의 복당이 김 의원 지지층의 이탈을 유발할 우려는 거의 없었다. 반면 남 지사는 이야기가 다르다. 15일 <시사오늘>과 만난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남 지사의 타깃은 중도보수층인데, 한국당으로 들어오면 자신의 핵심 지지층을 다 잃는 것”이라면서 “솔직히 남 지사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16일 <시사오늘>과 만난 정치권의 한 관계자도 “특정 정치인 이름을 댔을 때 바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는 것은 엄청난 메리트인데, 이번 일로 남 지사에게서 개혁 보수 이미지가 떨어져 나가 버렸다”며 “남 지사 탈당은 바른정당에게도 엄청난 타격이지만, 본인에게도 큰 손해”라고 평했다. 이들뿐만 아니라, 남 지사 탈당 전후로 <시사오늘>과 만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 진단에 동의한다.

왜 한국당이었을까

그럼에도 남 지사가 복당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정치권에서는 ‘일대일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중도보수를 표방하는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신당이 경기도에 후보를 낼 경우, 어차피 일대일 구도는 불가능해진다. 오히려 경기도의 사정을 잘 아는 정치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조직(組織)’ 차원에서 바라본다. 남 지사가 경기 북부 지역에 조직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한 것이 한국당 복당의 핵심 원인이라는 것이다.

현재 경기도는 서울을 중심으로 남부와 북부가 나뉜 형태다. 재선 의원이었던 부친으로부터 지역구를 이어받아 경기도 수원에서만 5선을 한 남 지사는 경기 남부 지역에 탄탄한 조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참사가 이슈로 부각됐던 2014년 지방선거에서 여당 후보였던 남 지사가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도 ‘조직의 힘’이 컸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그러나 경기 북부에는 남 지사의 영향력이 거의 미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이 지역은 휴전선과 인접한 도시가 많아 한국당 지지 성향이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다 보니 경기 북부 지역 조직들은 남 지사에게 한국당 복당을 강하게 요구했고, 남 지사 역시 경기 남부 조직을 유지하면서 경기 북부 표심을 가져올 수 있는 한국당 복당을 최선의 길이라고 판단했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18일 <시사오늘>과 만난 한국당 관계자는 “어차피 조직 표는 남 지사를 따라서 움직이기 마련”이라며 “경기 북부 쪽 조직이 약하다면, 남 지사가 한국당에 입당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념을 따른다는 이상(理想)과는 거리가 멀지 모르지만, 경기지사 재선이라는 현실에는 부합하는 선택을 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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