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남경필 경기지사를 포함해 복수의 후보가 있다.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도 포함된다. 최 전 장관은 순수하면서 파이팅이 있다. ‘최틀러’라는 별명처럼, 원칙적이고 경기도의 자존심이 될 수 있는 사람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발언이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홍 대표는 지난 18일 경기도당 신년인사회 기자간담회에서 6·13 지방선거에 나설 경기지사 후보로 남경필 경기지사와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의 이름을 거론했다. 최 전 장관은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해 한국당 영입 대상으로 지목돼 왔던 인물이지만, 홍 대표가 공식석상에서 최 전 장관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지사 레이스 뛰어든 최중경?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국당의 경기지사 후보는 남 지사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듯했다. ‘불출마 선언’을 복당 조건으로 내걸었던 홍 대표가 순순히 남 지사를 받아들인 것은 인물난(人物難)을 타개하기 위한 최후의 방책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던 홍 대표 역시 입장을 바꿔 “남 지사도 경기지사 후보로 고려하고 있다”는 신호를 계속 내보냈다.
그러나 18일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 자리에서 홍 대표는 남 지사와 최 전 장관,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인사(人士) 1~2명을 공천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론적인 말로 들릴 수도 있지만, 여의도에서는 이 발언을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였다. 당대표가 공식석상에서 특정인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은 정치적 의미를 내포하기 마련이다.
정치권에서는 홍 대표의 발언을 사실상의 ‘영입 완료’ 신호로 읽는다. 지난해 말, 한국당은 홍정욱 전 의원을 서울시장 후보로, 장제국 동서대 총장을 부산시장 후보로 낙점하고 영입 작업을 벌였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마음을 정하기도 전에 언론이 들이닥치니 부담을 느낀 것 같았다.” 이들이 연달아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홍 대표 측 관계자가 내놓은 원인 분석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홍 대표가 확신 없이 최 전 장관을 거명(擧名)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다. 19일 <시사오늘>과 만난 한국당 관계자는 “홍정욱 전 의원이나 장제국 총장 영입 과정에서 정보가 너무 빨리 새나갔다는 내부 반성이 있었다”며 “그런데도 최중경 전 장관 이름을 직접 거론했다는 이미 교감(交感)이 됐다는 뜻이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최중경 전략공천 가능성 높아…南은?
문제는 최 전 장관의 출마 선언이 곧 남 지사의 출마 좌절을 뜻한다는 점이다. 재선 의원이었던 부친으로부터 경기도 수원 지역구를 이어받아 5선을 달성하고, 경기지사까지 지낸 남 지사는 ‘정치 신입’인 최 전 장관이 경선으로 이겨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즉 홍 대표가 최 전 장관을 경기지사 후보로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면, 홍 대표가 내민 ‘최소한의 대가’는 전략공천일 공산이 크다.
실제로 앞선 한국당 관계자는 “최중경 전 장관이 입당을 결심했다면 그것은 99.9% 전략공천을 약속받았다는 뜻”이라며 “정치 경험이 없는 인물을 영입하면서 ‘(당에) 들어와서 현직 지사와 경선을 해라’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현직 지사와 경선하라는 말은 우리 당에 들어오지 말라는 이야기”라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 외에도, 최 전 장관 영입은 곧 전략공천 약속이라는 지적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이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남 지사가 홍 대표의 ‘덫에 걸렸다’는 과격한 표현까지 등장한다. 남 지사가 보유한 탄탄한 경기 남부 조직을 한국당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복당을 허용한 뒤, 공천에서 배제하는 방식을 취했다는 시나리오다.
19일 <시사오늘>과 만난 한국당의 한 당직자는 “한 번 바른정당으로 갔다가 한국당으로 돌아온 이상, 남 지사가 또다시 탈당을 선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설사 공천을 안 주더라도 남 지사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남 지사 조직이 다른 후보를 도와주겠느냐’는 질문에도 “당에서 후보를 결정하면 조직은 따라서 움직이게 돼있다. 그게 정치”라고 단언했다. 경기도당 신년인사회 기자간담회에서 홍 대표가 남긴 “(남 지사의) 단점은 판단이 너무 빠르다는 것”이라는 평가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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