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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범의 뷰파인더] 영화 〈염력〉, 상상과 현실을 이어붙이지 못한 류승룡의 ‘원맨 초능력 쇼’
정작 관객의 마음은 움직이지 못하는 능력의 한계
2018년 01월 24일 06:18:16 김기범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기범 기자) 

   
▲ 영화 <염력> 포스터 ⓒ NEW

각박하고 고단한 세상살이에 지친 소시민들의 꿈은 단순하다.

평온하고 넉넉한 일상의 향유 내지 지긋지긋한 현실로부터의 탈피다.

이 모든 것을 얻어내기 위해 범부(凡夫)들은 가끔 자신의 그릇을 벗어난 능력을 희구한다. 때로는 남모르는 나만의 특수한 힘을 바라기도 한다.

막연한 망상에 가까운 이 불가능한 힘을 우리는 초능력이라 부른다.

실제로 인간의 초능력이 존재하는지는 분명치 않다. 그럼에도 영화나 TV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초월적 힘에 대한 호기심이나 열망은 인간의 타고난 본능일 터다.

‘초능력 영화’의 종주국은 역시 미국이다. 힘과 영웅에 대한 할리우드의 집착은 병적이고, 그만큼 유서도 깊다. ‘슈퍼 히어로’를 다룬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들은 한 해에도 몇 편씩 쏟아지며, 세계평화를 지키는 절대강자인 미국의 위상을 은유한다.

이에 비해 우리 오락영화에서 초능력은 아직 일반적인 재료가 아니다. 기껏해야 애니메이션이나 일본 특촬물을 모방한 아동용 SF 드라마에서나 선보일 뿐이었다.

그만큼 비현실적 초능력을 다룬 장르는 제작상의 기술이나 자본의 제약도 받지만, 사회 전반의 정서나 분위기의 그늘이 더 크다. 

류승완 감독의 2004년 작 <아라한 장풍대작전>은 비록 범작이었지만, 당시 한국영화의 여건 속에선 액션과 코미디, 그리고 CG가 나름대로 배합된 오락물이었다.

무엇보다 한국영화계에선 드물게 인간의 임계를 넘어선 능력에 과감히 접근하며, 이 부문에 새로운 가능성의 여지를 남겼다. 더불어 현실 세계에선 힘없는 약자들이지만, 실생활 곳곳에서 각자 삶의 내공을 갖춘 ‘달인’들이 세상을 조용히 이끈다는 메시지도 투영했다.

14년 전의 이 영화가 선구자적인 자리를 매김 할 수 있었던 이유다. 2010년의 <초능력자>가 판타지에 가까운 주인공의 외모에 의존한 경향이 컸던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2016년 자신의 첫 실사 영화 <부산행>으로 한국 최초의 ‘좀비 블록버스터’라는 이정표를 세운 연상호 감독은 애니메이터 출신이다. 그만큼 현실과는 유리된 남다른 상상력이 연 감독의 강점이다. 여기에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자신의 작품 세계에 반영하는 스타일은 연 감독의 오늘을 있게 했다.

그러한 연 감독의 신작 <염력>은 <부산행>과 동일선상에 있다. 일종의 재난 상황에 대해 비현실적 요소들을 갖추나, 분명한 이 사회의 문제점을 고발과 자성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웃음을 유발하며 시작하지만, 삶이라는 무거운 짐을 드라마로 구현하다 결국 감독 성향대로 사회 비판으로 우회한다.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허둥대는 경찰의 모습은 여전하며, 공권력은 강자의 편이다. 미약한 소수자들의 진솔함과 분노만이 해답이다.

그러나 <염력>은 감독 특유의 만화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시도 이외엔 여하한 의미를 찾기 힘들다. CG는 구태의연하고 코미디와 드라마, 그 어느 쪽도 충족시키지 못한 채 사회적 메시지까지 투척하려 한다. 문제는 그 메시지가 지난 <부산행> 만큼의 파괴력은커녕, 오히려 무리수가 된다는 점이다.

<염력>은 2009년 1월 발생한 ‘용산4구역 철거현장 화재 사건’의 악몽을 소환한다. ‘용산참사’ 9주기에 개봉하는 이 영화는 그만큼 연 감독의 주특기인 사회 비판과 어우러져 ‘시의성’이라는 무기를 장착할 수 있었다. 최소한 당시 사상자들에 대한 애도를 표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화의 존재 의의는 상당할 것이다.

하지만 <염력>은 유머와 함께 빙 둘러서 사회의 불합리성이나 불균등을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풍자의 기법이 세련되지 못하다.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출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들의 박탈감을 해소하는 데에 어중간한 코미디의 외피는 버거울 뿐이다.

내세웠던 코미디를 제어하지 못했다면 최소한 현실세계의 드라마적 요소라도 잘 녹여냈어야 했다. 아무리 판타지나 액션이 가미된 영화 콘텐츠라도, 개연성의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단적인 예로 초능력자가 각종 미디어에 노출되었을 때 일어났어야 할 파장은 설득력이 없다.

끝내 이어붙이지 못하는 상상과 현실의 간극을 메우는 것은 주연인 류승룡의 쥐어짜는 ‘원맨쇼’다. 처음부터 ‘이기도록 태어난 존재’들에 대한 약자의 울분은 류승룡 혼자만의 애처로운 표정연기로만 표출될 뿐이다. 류승룡의 이 ‘용쓰기’가 관객의 호흡과 맞닥뜨리는 접점이 없다는 게 안쓰럽다.

연기파 심은경을 비롯한 나머지 배우들의 배역도 정형화된 틀에서 합일점을 못 찾은 채 연기력이 소모되는 느낌이다. 악녀로 분한 정유미의 비범한 역할만이 영화의 주제의식에 무게를 더한다.

할리우드의 <핸콕>이 나온 지도 십년이 지났다. 이제야 그 데자뷔에 쾌감을 느끼기엔 한국영화와 관객은 이미 멀리 가있다.

오는 31일 개봉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뱀의 발 : 철거민과 재개발 지역을 그리다 보니 인천의 원도심과 그 안의 설렁탕 맛집도 배경으로 나온다.

 

★★

담당업무 : 에너지,물류,공기업,문화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파천황 (破天荒)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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