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가 꼬아놓은 경남지사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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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가 꼬아놓은 경남지사 방정식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01.25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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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고공행진에 한국당 유력 후보 줄줄이 불출마
한국당 유력 후보 불출마에 민주당도 고민 빠져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자유한국당 후보들이 김 의원 출마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 시사오늘 그래픽=김승종

경남은 보수정당의 ‘텃밭’ 역할을 해온 지역이다. 지난 여섯 번의 지방선거에서 보수정당이 경남지사 자리를 내준 것은 단 한 차례(2010년 김두관)에 불과할 만큼, 경남에서 보수정당이 쌓아놓은 아성(牙城)은 탄탄했다.

그러나 다가오는 6·13 지방선거 구도는 지금까지와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선거 판도를 주도하고 있다. 김 의원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자유한국당 후보들이 김 의원 출마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등 떠미는 민주당

현 시점에서 김경수 의원은 경남지사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인물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를 상당 부분 흡수한 그는 각종 경남지사 적합도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쿠키뉴스>가 의뢰하고 <조원씨앤아이>가 조사해 지난 9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누가 다음번 경남도지사가 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32.0%의 응답자가 김 의원을 꼽았다. 같은 당 공민배 전 창원시장은 15.1%로 2위였고, 한국당 박완수·윤한홍 의원은 각각 14.8%와 6.2%를 얻는 데 그쳤다

<중앙일보>가 1일 발표한 경남지사 가상대결 결과에서도 김 의원은 안대희 전 대법관(45.4% vs 24.5%)과 박완수 의원(45.0% vs 27.4%) 중 누가 출마하더라도 여유 있게 승리를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히 민주당에서는 ‘김경수 차출론’이 힘을 얻고 있다.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부산에, 김 의원이 경남에 출마해야 PK(부산·경남)에 부는 ‘변화의 바람’을 이어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달 초 <시사오늘>과 만난 부산 지역의 민주당 관계자는 “박근혜 정권에 대한 실망이 민주당 지지로 이어지고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반사효과”라며 “이번에 전력투구를 해서 부산시장·경남지사를 다 가져와야 PK가 ‘디비졌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사오늘>의 취재 결과, 이런 기류는 민주당 내부에서도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김경수 의원의 장고(長考)에, 한국당도 스텝이 꼬이고 있다 ⓒ 뉴시스

고민하는 김경수

문제는 김경수 의원의 의사다. 기본적으로 김 의원은 불출마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근 몇몇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부산·경남은 중요한 지역이기 때문에 민주당에서 반드시 이길 수 있는 후보가 나와야 한다”면서도 “도지사 출마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 초선 의원으로서 우선 지역 주민에게 충실하겠다”며 사실상 불출마 뜻을 밝힌 바 있다.

정치 전문가들도 김 의원의 경남지사 출마는 ‘모험’이라는 데 뜻을 모은다. 보수 성향이 짙은 경남은 대구·경북과 함께 지난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가 승리를 거뒀던 세 지역 중 한 곳이다. ‘최소 6개 광역지자체장’ 획득을 목표로 내건 홍준표 대표가 당력(黨力)을 집중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김 의원이 현재 지지율만 보고 섣불리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뜻이다.

25일 <시사오늘>과 만난 경남 정가의 한 소식통은 “내가 김경수 의원이라면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늘의 지지율과 6월의 지지율은 또 다를 것이고, 6월의 지지율과 실제 득표율이 또 다를 것”이라고 했다. 이어서 그는 “당장 오늘 여론조사만 봐도 한국당이 20%를 넘겼다”면서 “결국은 반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김 의원이 당의 설득을 마냥 외면하기도 어려운 입장이다. 앞선 <중앙일보> 가상대결 결과에 따르면, 김 의원 다음으로 적합도가 높은 공민배 전 창원시장이 경남지사 선거에 나설 경우 한국당 후보들과 오차 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남의 보수적 성향을 고려하면 고전이 예상된다는 평가다. 김 의원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김경수가 꼬아놓은 경남지사 방정식

김경수 의원의 장고(長考)에, 한국당도 스텝이 꼬이고 있다. 지지율 1위를 고수하는 김경수 의원 출마 가능성이 살아 있다 보니, 한국당 유력 경남지사 후보들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는 까닭이다. 승산 낮은 싸움에 나서기보다는 의원 자리를 유지하면서 다음 기회를 보겠다는 것이 한국당 내부의 흐름이다.

실제로 한국당에서 낼 수 있는 ‘최고의 카드’ 중 하나인 이주영 의원은 일찌감치 지방선거에서 발을 뺐고, 영입 후보로 거론되던 안대희 전 대법관 역시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홍준표 대표가 직접 나서 출마를 권유했던 박완수 의원도 14일 경남지사 선거에 나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결국 한국당은 홍 대표의 측근인 윤한홍 의원을 전략공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모양새다. 한국당의 핵심 관계자는 24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이주영·박완수 의원이 경남지사 공천을 거부했다”며 “윤한홍 의원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홍 대표가 윤 의원을 경남지사 후보로 점찍었다는 말도 나온다.

흥미로운 부분은, 한국당 후보가 윤 의원 쪽으로 정리돼가면서 민주당도 김 의원 이외의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홍 대표가 ‘젖은 장작’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윤 의원의 지지율이 낮다 보니, 민주당에서도 굳이 김 의원을 차출할 필요가 있겠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선 경남 정가의 소식통은 “이주영 의원이나 안대희 전 대법관 같은 분들이 안 나오니까 민주당에서도 굳이 싫다는 김경수 의원을 무리하게 차출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안다”며 “이번처럼 예측이 안 되는 선거는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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