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현-오리온스 농구계와 팬 농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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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오리온스 농구계와 팬 농락
  • 최진철 기자
  • 승인 2009.07.29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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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로 마무리된 ‘김승현 사태’
연봉 계약 문제를 놓고 대립하던 대구 오리온스와 김승현(31)이 한국농구연맹(KBL) 재정위원회의 연봉 조정안(6억원)을 수용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그동안 불거진 이면계약의 진실여부도 김승현이 말을 번복함으로써 갖은 억측만 남긴 채 덮어졌다.
 
하지만 이미 연봉조정 과정에서 이면계약 징후가 드러난 마당에 양자가 뚜렷한 해명 없이 눈가림을 시도해 농구팬을 또 한번 우롱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김승현과 오리온스의 심용섭 단장은 지난 13일 서울 방이동 LG체육관에서 열린 ‘2009 KBL 서머리그’ 기자회견 자리에 예정 없이 들어섰다. 이날 회견장에서 심 단장은 “오늘 아침 구단과 김승현이 KBL의 중재안(6억원)을 100% 수용하기로 사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마이크를 건네받은 김승현은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 어떤 말보다 선수로서 코트에서 열심히 뛰어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갑작스런 김승현과 심 단장의 등장에 회견장안은 술렁거렸고, 참석한 사람들을 당혹케 했다.

“7억2000만원 주기로 한 이면계약서 있다”
 
지난달 30일 오리온스는 지난 시즌 허리 부상으로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 김승현에게 연봉 5000만원 인상한 6억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김승현은 이를 거부해 오리온스와의 연봉협상은 실패했다.
 
당시 오리온스는 “팀이 6억원(지난 시즌 5억5000만원)을 제시했는데 김승현이 7억2000만원을 요구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사건은 점점 커졌다. 김승현의 아버지는 “팀이 매년 7억2000만원 이상을 주기로 이면 계약을 하고도 돈을 주지 않겠다고 한다”고 폭로했다.
 
급기야 김승현은 지난 8일 KBL 재정위원회에 이면계약서로 보이는 문서를 제출하며서 농구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당시 KBL은 “문서의 진위 여부를 파악 중”이라고만 전하고 김승현과 오리온스에 연봉 중재안(6억원)을 제시했다.
 
김승현은 서머리그 기자회견이 있는 전날까지 KBL 조정안에 반발하며 은퇴까지 불사했다. 하지만 ‘방출’‘은퇴’라는 극단적인 용어를 사용했던 것도 잠시 어느새 말을 바꾼 김승현과 오리온스는 다정히 서머리그 개막 기자간담회 자리에 나타났다.

김승현-오리온스 기자회견장 테러
잔칫상 주인공, 들러리 신세로 전락

 

 
서머리그 기자회견 자리에서 KBL 전육 총재가 “서머리그가 출범하는 날이지만 김승현 사건이 불거져 피해갈 수 없게 됐다”고 양해를 구한 뒤 김승현과 오리온스의 이면계약 파문에 대해 설명하고 있던 도중이었다.
 
김승현과 심 단장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때였다. 전 총재가 "합의한 사실을 몰랐다"고 말하고 기자회견을 준비한 KBL 관계자들도 "전혀 예정에 없던 일"이라고 말할 정도로 급작스런 등장이었다.
 
김승현과 심 단장은 자리에 착석한 뒤 합의한 사실을 발표하고 이면 계약 사실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했다. 서머리그 개막을 축하해야할 자리는 순식간에 오리온스와 김승현의 입장을 밝히는 장소로 돌변했다.
 
김승현은 "계약서는 한 장이다"라고 못을 박은 뒤 "구단 입장을 조금 더 생각해서 양보했고, 중재안을 받아들이게 됐다"고 얼버무렸다.
 
계약서에 명시된 구단과 선수의 권리와 의무에 대해 운운하던 심 단장은 “서로의 입장을 말하다가 오해가 생겼다. 계약서는 한 장 뿐이다”라며 “구체적인 것은 KBL에 들어가서 밝힐 것”이라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자신들이 떳떳하다면 공개할 수도 있는 계약서 문건에 대해서도 공개를 강하게 거부했다. 심 단장은 “사사건건 까발릴 필요는 없지 않냐. 공개할 수 없다”고 버텼다.
미심쩍은 부분을 남긴 채 김승현과 심 단장은 황급히 퇴장했다. 잔칫상까지 차고 들어온 이들이 내놓은 답변 치고는 충분하지 않았다.
 
김승현과 오리온스는 농구계에 있어 이 같은 초유의 사태를 급하게 말을 바꾸고 사태를 덮어버리려고만 했다. 서로의 이득을 위해 싸우고 이를 수습하려는 과정에서 김승현과 구단이 보여준 행동은 농구판과 팬들을 농락했다고 보기에 충분했다.
 
전육 KBL 총재는 "KBL이 철저한 조사를 거쳐 엄중히 처벌할 것이다"라며 "재정위원회의 중재안을 받아들인 것과 이면 계약 문제가 불거진 것은 별도의 문제"라고 말해 김승현과 오리온스의 이면 계약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전했다.
 
이날 김승현과 오리온스는 최소한의 매너조차 없었다. 김승현과 심 단장의 깜짝 등장으로 서머리그 출범식은 아수라장이 됐다. 이곳에는 2군리그 출범식을 겸한 축하의 자리였다. 2군 감독들과 2군 선수들이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불청객 김승현과 오리온스로 인해 불쾌한 코미디 쇼에 들러리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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