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문화적응에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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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문화적응에 성공하려면…
  • 유재호 자유기고가
  • 승인 2009.07.29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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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미국 문화 적응에 성공한 사람들과 나와의 차이점은 무엇이었을까?
 
첫째, 모든 자존심을 버렸다.
Bellamy는 인도네시아 발음 때문인지 'Th'발음을 잘 못했다. 한국에서 말하는 '번데기' 발음 대신, 'ㄸ' 발음을 내곤했다.
 
어느 날, 미국 친구들이 Bellamy한테 가서 "Three hundred, Thirty-Three"를 발음해달라고 했다. Bellamy는 아무렇지도 않게, "뜨ㄹㄹ리 헌들ㄹㄹ레드,뜨ㄹ러띠 뜨ㄹ리." 라고 말했다. 미국 학생들의 폭소가 연발했다.
 

 
너무 웃겨서 배를 잡고 쓰려져있는 아이도 있었다. 보통 사람 같으면 이런 상황에서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Bellamy는 태연하기만 했다. 그런 것쯤은 대수롭지 않은 듯, 짓궂은 장난으로 받아들였다.
 
막상 놀렸던 학생들도 Bellamy의 이런 'Cool한 성격'에 차츰 매료 되어 갔다. 항상 유연한 태도로 그들의 문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 Bellamy에겐 미국인들은 싸워야할 대상이 아니라 어깨를 나란히 할 동료였던 것이다.

반면에 나를 비롯한 많은 한국 학생들은 그 놈의 'Korean Pride'때문에 닫힌 마음으로 미국 학생들을 대하곤 했다. 처음에는 미국아이들한테 받은 상처들을 속으로 삭히며, 몇 번을 다짐했다. '언젠간 저 놈들을 뛰어넘고야 말 것이다…….' 그렇게 쌓여있던 내 울분들이 막상 미국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순간 폭발하고야 말았던 것 같다.
 
그것이 나를 'Anti-American' 강성분자로 만들었던 것이다.
그런 마인드를 갖은 내가 만약 Bellamy같은 상황을 맞이했다면 나는 나를 놀린 학생과 싸웠을 것이다. 한국사람 무시하는 놈에게는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모든 미국 학생들이 동양 사람들을 무시하는 것은 않는다.
 
그 중에는 친해지고 싶어서 호의적으로 장난을 치는 아이들도 있다. 그들을 배척하는 마인들을 갖고 있는 한 이런 좋은 찬스들까지도 날려버릴 수가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런 차이점이 Bellamy 보다 내가 더 미국 사회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이유였다. 과연 Bellamy라면 축구 원정경기를 가는 벤 안에서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이어폰을 귀에 꽃은 채 창밖을 보며 경치만 감상하고 있었을까? 내가 아는 Bellamy라면 절대로 그러지 않았으리라. 되던 안 되던 어떻게 서든지 그 대화에 참여하려고 애쓰고 있는 Bellamy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그들과 하나가 되려는 Process를 진심으로 즐기는 그 표정까지도…….  
 
둘째, 한국에 대한 미련이 없었다.
Steve라는 내 어렸을 적 친구는 한국 학교에서는 소극적인 학생이었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힘들어했고 의사표현이 뚜렷하지 못한 친구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선생님이 그의 이름을 잘못 호명 했는데도 불구하고 정정할 용기가 없어 1년 내내 잘못된 이름으로 불리곤 했었다.
 
이런 친구가 유학을 가고 싶다고 했을 때 우리 모두 얼마나 놀랬을 지 상상이 가리라. Steve의 부모님은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웬만해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지 않는 그의 성격을 안 터라 끝내 허락해주었다.

초등학교 6학년이란 어린 나이에 유학길에 올라 그의 이모네 집에 거주하며 미국인들이 사는 동네에 던져졌다. 사실 그의 적응에 대해서 사람들은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한국 학교에서도 적응 못하는 아이가 험난하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리라는 것이었다. 그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Steve은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 미국 문화에 적응 잘했다. 1년 뒤에 본 Steve의 모습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한국에서 보였던 소극적인 성향은 온데간데없었으며, 미국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있었다. 그의 영어는 원어민과 똑같은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그는 한국에 대한 미련이 없었다.
 
반면에 Erin이라는 친구는 똑같이 유학길에 올랐지만 미국 문화에 적응하는 것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에서는 활발하고 낯을 가리지 않는 성격이라 적응에 문제없을 것이라 예상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Erin은 한국에 대한 미련이 많았다. 한국 친구들과 어울려 그들만의 Community를 만들었으며 매 방학마다 그녀가 좋아하는 한국에 (많게는 1년에 3번!) 방문했다. 그녀의 활발한 성격 때문에 그녀와 어울리는 미국학생들은 많았으나 그들 사이에서 진정한 '동질감'을 느끼지 못했다. 영어 발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유학생 중에 영어를 못하는 학생들이 생각 외로 많다. 오히려 영어를 잘 하는 사람 찾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다. 미국에 산지 7년 됐는데도 불구하고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친구도 있었다)
 
지금 이 둘은 어떻게 돼 있을까?
Steve는 그의 바람대로 대학 졸업 후에도 미국에 남아 일을 하고 있다. 얼마 전 그의 소식을 들었다. 약사로 취업해서 행복하게 잘살고 있다고 했다.
Erin은 어려서부터 바이올린에 소질을 보여 음악으로 꼽히는 명문대학교, 명문대학원을 미국에서 졸업했다.
 
남들이 말하는 '성공한' 삶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녀는 더 이상 바이올린을 연주하지 않는다. 한국에 와서 영어 강사를 하며 그녀가 생각하는 행복한 삶을 위해 그녀의 진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지금 둘의 삶은 행복하다. 하지만 '미국 문화 적응'에 더 성공한 사람으로 Steve를 선택함에 있어 주저함이 없다. 그가 문화 적응에 더 성공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Steve는 본인의 유학여부를 본인 스스로 결정했지만 Erin은 그렇지 못했다. 주위에 분위기에 떠밀려서, 유학가면 성공한다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본인을 끔찍이도 사랑하는 부모님의 결정으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미국에서 공부하면서도 바이올린을 관두고 한국에 와서 본인이 좋아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부모님의 압박Pressure와 주위사람들의 기대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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