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바른미래당 ‘신장개업’… ‘목 없는’ 창업,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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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필담] 바른미래당 ‘신장개업’… ‘목 없는’ 창업, 가능할까?
  • 한설희 기자
  • 승인 2018.02.18 1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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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당·국민신당·민국당·열린우리당, 지역 없는 정당 단명
바른미래당, 지역 기반 없는 정당의 가늠자 역할, 성공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한설희 기자)

▲ 지난 13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쳐 ‘바른미래당’ 간판을 내걸고 정치권에서 신장개업을 했다. 바른미래당의 역할이 막중하다. 바른미래당의 성공은 앞으로 지역 없는 정당이 한국 정치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알려주는 가늠자 역할을 할 것이다. ⓒ뉴시스

지난 13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쳐 ‘바른미래당’ 간판을 내걸고 정치권에서 신장개업을 했다. 그러나 모든 업종이 그러하듯, 개업보단 폐업이 쉬우며 ‘신장개업 효과’는 그리 오래 가지 못하는 법이다.

한국의 자영업자 10명 중 4명은 개업한 지 1년 만에 폐업하는 시대. 살아남은 6명조차 3년 안에 폐업 하는 불황(不況)시대다. 이는 정치를 업(業)으로 삼는 정치인들에게도 해당되는 문제다. 한국 정당사에서 특히 제3당은 평균 3년가량 짧게 존속하다 결국 간판을 내려야만 했다.

이들의 업(業)이 실패한 이유 중 하나는 ‘장사목’ 선정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점포를 창업하는 데 있어 적합한 목을 선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리고 한국 정당 정치에서 ‘목 좋은 곳’이란, 영남권과 호남권으로 대표되는 확고한 지역 기반을 차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정치권은 제3당이 신장개업을 하기엔 열악한 환경이다. 이미 영남·호남 등 ‘목 좋은’ 곳은 거대 양당이 선점해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역시 호남 지역의 민심을 잠깐 차지한 듯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외에도 야심차게 개업했지만 ‘장사목’이 나빠 폐업했던 정당들은 한국 정치사에 즐비해있다.

1992년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은 대선 출마를 목적으로 통일국민당(국민당)을 창당했다. 국민당은 제14대 총선에서 총 31명의 의석을 확보하며 원내교섭단체를 만드는 데 성공했고, 현대그룹의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최불암·강부자·이주일 등 스타들을 대거 당에 영입시키는 것에 성공했다. 정주영은 14대 대선에서 김영삼(YS), 김대중(DJ)에 밀려 16.3%의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약 380만 명의 지지를 얻는 것에 성공한 범국민 정당이었다.

그러나 국민당은 1년 만에 ‘폐업’을 선언해야만 했다. 애초에 창당 목적이었던 ‘대권 도전’이 실패로 끝나서이기도 하지만, 영남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자유당과 호남 지역을 거점으로 삼는 민주당 사이에서 지역 기반이 없는 국민당은 결국 소멸했다.

5년이 지난 1997년, 이인제 경기지사는 경선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패배한 후 독자적인 도전을 위해 국민신당을 창당했다. 제15대 대선에서 이 전 지사는 DJ와 이회창에 이어 3위로 낙선했지만, 지지율 약 20%를 기록해 약 492만 표를 얻어 제3당의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전 지사는 스스로 DJ의 새정치국민회의와 합치며 ‘자체 폐업’을 택했다. 지역기반 없이 자신의 개인기에 의존한 당은 존속할 수 없다는 확신에서였다.

이후 2000년, 제16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김윤환 전 대표를 비롯해 조순·이기택·신상우·장기표 등 스타급 정치인들은 민주국민당을 창당한다. 이들은 다가올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압승하는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정 반대였다. 김윤환과 이수성이라는 기라성 같은 거물 정치인들이 한나라당의 정치 신인에게 영남 지역에서 대패(大敗)했기 때문이었다. 이미 영남이라는 좋은 목을 차지한 거대 당을 신진당이 이길 수 없다는 명제를 다시 한 번 되풀이한 셈이었다.

▲ 한국 정당사에서 특히 제3당은 평균 3년가량 짧게 존속하다 결국 간판을 내려야만 했다. 점포를 창업하는 데 있어 적합한 목을 선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리고 한국 정당 정치에서 ‘목 좋은 곳’이란, 영남권과 호남권으로 대표되는 확고한 지역 기반을 차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뉴시스

다시 시간은 흘러 2003년 말, 당의 극우보수화(化)을 비판하던 한나라당 의원들을 비롯해 민주당 내 호남계를 비판하는 신진 세력이 모여 ‘지역주의 타파’를 기치로 열린우리당을 ‘개업’했다. 이들은 탄핵 역풍을 타고 17대 총선 당시 과반 이상인 152석을 차지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은 민주당의 호남정당화(化)를 비판하면서 전국정당이 되기를 꿈꿨다. 그러나 이들은 바라던 탄핵사태가 정리되자 급격히 쇠락했다. 영남 지역은 일관성 있게 보수당을 뽑았고, 민주당의 ‘집토끼’였던 호남 민심은 열린우리당을 떠났다. 열린우리당이 외치던 ‘지역주의 극복’은 결국 당의 해산으로 인해 허무한 구호로 남았다.

시간은 유수(流水)와 같아 어느덧 2018년이다. 시끄러운 내부 사정과 화려한 창당식으로 요란하게 신장개업을 알린 바른미래당은 역사 속에서 사라진 정당들처럼 3년 안에 ‘폐업’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을까?

상황에 따라 때로는 약화되고 때로는 강화됐지만, 지역주의는 여전히 한국정치의 핵심 변수 중 하나다.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이 부산 지역, 국민의당이 호남 지역 의석을 석권하면서 변화가 꿈틀댔지만, 아직도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정치의 생명력은 끈질겨 보인다.

이제부턴 바른미래당의 역할이 막중하다. 바른미래당의 행보는 앞으로 지역 없는 정당이 한국 정치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알려주는 가늠자 역할을 할 것이다.

다만 이들이 명심할 점이 있다. 창업할 때 ‘장사목’이 중요하다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 아이템’이다. 아무리 장사수완이 좋고 장사목이 좋다고 해도, 우리는 음식 맛이 좋지 않은 음식점은 두 번 다시 방문하지 않는다. 정당도 마찬가지다. ‘목 좋은’ 지역기반을 먼저 차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정치가 민생을 해치고 분열을 가져오는 낡은 정치라면 민심은 표를 주지 않는다.

기자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바른미래당이 '정치 맛집'이길 바란다. 양당의 '장사목'을 빼앗는 것에 급급하기보다, 정치의 본질에 충실한 정당이 되길 원한다. 그래야만 지역 기반 없는 제2의 국민당, 제 2의 열린우리당이 출현해 '제3당의 길'을 갈 수 있는 새 시대의 정치가 열릴 테다.

담당업무 : 통신 및 전기전자 담당합니다.
좌우명 :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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