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분양제 도입, 지방선거 계산기 두드려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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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분양제 도입, 지방선거 계산기 두드려선 안 된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8.02.21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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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국회, 국민 주거권 보장 위해 힘 모아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정부와 국회가 후분양제 도입 논의에 착수했지만,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사진은 글과 무관 ⓒ 뉴시스

아파트 후분양제 도입이 잠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소위는 지난 20일 후분양제를 의무화하는 주택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후분양제는 논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빨라야 오는 3월께 법안 심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후분양제 도입 논의가 지연된 이유는 사안의 중대성 때문이라는 게 복수의 국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회 국토위 소속 의원의 한 보좌관은 "건설업계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문제이기 때문에 의원 대다수가 긴 호흡으로 가야 한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허울만 좋은 명분에 불과하다는 게 기자의 판단이다. 논의가 미뤄진 진짜 배경은 여야의 대립이라는 건 온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다. 실제로 2월 임시국회는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발(發) 강원랜드 수사 외압 의혹으로 인해 파행으로 치달은 바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진짜 이유가 있다. 오는 6월 실시되는 지방선거다. 지금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지방선거 계산기를 두드리기에 바쁜 눈치다. 출사표를 던진 의원들은 이미 경선 준비에 착수했고, 던지지 않은 의원들도 지역구에 자신의 심복들을 심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국토위 소속 의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민생현안을 뒤로 한 채 계산기만 바라보고 있다. 실제로 국토위에 속한 한 의원실은 지역구에 사업을 추진해 달라며 한 대형 건설사에게 요청까지 한 것으로 <시사오늘>의 취재 결과 확인됐다.

지역 사업 유치를 위해 의원이 나서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하필 지방선거 직전에, 하필 후분양제 도입을 위한 물밑 작업이 진행되는 시점에서 이 같은 요청을 하는 건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더욱이 후분양제는 건설업체의 부담을 늘리는 정책이다. 의뭉스러운 대목이다.

후분양제는 그간 공급자 중심으로 돌아가던 시장을 수요자 중심으로 재편할 수 있다. 국민의 기본권 중 하나인 주거권을 효과적으로 보장하는 중요한 사안이다. 또한 최근 불거진 부실시공 논란, 불법전매로 대표되는 부동산 투기 등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정말 국회가 사안의 중대성을 파악하고 있다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논의를 미룰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지방선거 계산기를 내려놓고 입법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하는 게 아닐까.

계산기를 두드리는 정치인들은 손가락이 아프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과 민생경제는 마음이 아프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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