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칼럼>연공서열 파괴에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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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성칼럼>연공서열 파괴에 박수
  • 시사오늘
  • 승인 2010.12.0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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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기업과 공직 사회 전반 '연공서열 파괴 바람' 거스를수 없는 대세
관가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활기가 느껴진다. 왜 아니겠나. 나라에서도 보수적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한 곳에 최근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는데 말이다.

아직은 이렇다하게 크게 눈에 띄는 것은 없다. 그러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의 전언을 빌리자면 벌써부터 변화를 직감하고 있는 듯 들떠 있다는 것. 이른바 '연공서열의 파괴' 바람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관가의 들뜬 분위기는 이미 지난해 한차례 크게 일었던 적이 있다. 그것도 서열에서 만큼은 철옹성을 자랑해온 검찰에서부터다.

2009년 9월, 전격적으로 대검찰청을 접수한 김준규 검찰총장은 검찰조직의 인사적체와 원활한 업무 수행을 이유로 바로 이 연공서열을 파괴한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이와 관련된 그동안의 불합리한 관례를 깨부수는 초강수의 新인사 개편안(案)을 제시해 세간의 눈길을 잡은 바 있다.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지 않겠다는 그의 강한 신념을 최근에도 속속 보여주고 있다. 청목회와 관련 투명한 수사로 비리에 연루된 정치인을 잡아들이겠다는 검찰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김 총장 자신이 서열을 파괴한 만큼 선후배들에게 바르고 청렴한 검찰상을 보여 주겠다는 것 또한 염두에 두는 있는 모습이다. 

당시 연공서열 중심으로 이뤄져온 대검찰청 내 5급 이하 직원의 인사제도를 '성과'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것도 이에 포함된다. 특히, 소위 이 '김준규 안(案)'에는 대검찰청에 국한하지 않고 전국 각 지검에 이르는 상위 10%의 업무성적 우수 직원을 추천, 인사에 적극 반영하도록 해 공직사회의 연공서열 파괴에 신호탄을 쏘았다.

이때 당시만 해도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곧 반발이 있었으나 검찰을 접수한지 15개월이 지난 지금 조금도 잡음 없이 실천하고 있어 내부에서도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는 평이다. 

이러한 바람은 최근에도 이어져, 군기강 해이와 연평도 폭격 사건으로 국방장관 교체기를 맞은 국방부에서도 별(장군)들의 움직임이 한창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국방부 뿐만 아니라 서열 파괴는 전체 정부 부처로 급속히 파급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간, '서열의 문제'가 공직은 물론 사회 전체에 넓게 퍼져 때론 사회 발전을 가로막아 왔다는 비판이 있었던 만큼, 일련의 움직임은 바람직해 보인다. 그렇다고, 연공서열 파괴가 조직과 사회의 발전을 담보하는 보증 수표라는 말은 아니다. 실제 연공서열의 무분별(?)한 파괴는 자칫 낙하산이나, 조직의 뿌리를 크게 뒤 흔드는 위험천만한 공사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연공서열 파괴가 가져오는 긍정적 효과에만 집착한 나머지, 명확한 근거를 마련하지 않은 채 서둘러 시행에 들어갈 경우, 치명적인 시행착오를 범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근거가 마련됐다고 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지는 않다. 특히, 연공서열의 대안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는 소위 '성과'는 향후, 조직 전반을 '성과 주의'에 물들게 하는 폐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연륜이나 인성을 무시한 채 오로지 업무 성과만을 들어 요직을 나눔으로써 조직 내부의 과도한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직을 비롯한 사회 전반의 '연공서열 파괴 바람'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보인다. 특히,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지방 정부는 이미 이러한 인사 파괴를 여러 차례 단행해 왔다. 

또 최근에는 공직보다는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의 삼성그룹등 재벌기업들에서도 '서열 파괴'는 더 이상 논란거리나 이슈도 아니다. 업무에 추진 능력이 없고, 서열에만 연연하는 안일한 임원들은 과감히 잘라내고, 실력과 자질을 갖춘 하위급 간부들의 발탁인사를 통해 기회를 주겠다는 강한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능력 본위의 인사를 통해,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증거는 사회 곳곳에서 나타난다. 더 이상 공직사회도 예외는 아닌 듯 보인다. 아울러 '철밥통'이라는 비아냥에 시달려온 공직 풍토에 변화가 올지도 귀추가 모아진다.

                                                                          <월요시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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