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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필담] “바람아 불어라”…안철수 돌풍, 가능할까?
실패로 돌아간 安부산시장-劉서울시장-元제주지사 ‘트라이앵글 맞바람’, 종착지는?
2018년 02월 25일 21:03:25 한설희 기자 sisaon@sisaon.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한설희 기자)

정치는 ‘바람’이다. 정치권에 불어오는 새로운 바람(風), 그곳에는 대중의 바람(所願)이 숨 쉬고 있다. 선거에서 부는 바람의 근원지에는 항상 민심이 있었다. 민심은 어디에나 있지만, 동시에 어디에도 없다. 승부를 걸 줄 아는 자만이 민심을 읽고 바람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민심이 응축되어 나타난 바람은 예상치 못한 당의 선전(善戰)을 선물처럼 가져오기도 한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컨벤션 효과’가 다 빠진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은 높아봤자 한 자릿수다. 한국당과 두 배 이상의 격차로, 이대로라면 바른미래당이 야권의 대안으로 떠오르기엔 역부족처럼 보인다.

이젠 승부를 걸어야 할 때다. 적벽대전을 승리로 이끈 제갈공명처럼 바람의 방향을 읽고, 바람을 활용할 줄 아는 바른미래당의 ‘정치 승부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 승부를 걸어야 할 때다. 적벽대전을 승리로 이끈 제갈공명처럼 바람을 방향을 읽고, 바람을 활용할 줄 아는 바른미래당의 ‘정치 승부사’가 필요한 시점이다.ⓒ뉴시스

◇ 바람의 역사…12대 총선과 13대 총선, 제1대 지방선거까지

바람은 1985년 12대 총선에서 강풍이 불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YS)은 12대 총선 당시 이민우 신한민주당(신민당) 총재에게 서울 종로·중구 지역구 출마를 요청했다. 정치 1번지를 신민당이 차지할 수 있다면 ‘야당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YS는 "고희(古稀)를 넘긴 나를 사지(死地)로 보내려는 것이냐”고 반발하는 이 전 총재에게 “정치 1번지 종로에 당의 존립(存立)이 달려 있다”는 간절한 말로 설득해 총선 2주 전에야 뒤늦은 합동 유세에 돌입했다.

YS의 예상은 적중했다. 이 전 총재의 종로 출마는 ‘신민당 돌풍’을 불러와 12대 총선에서 신민당은 지역구 50석, 전국구 17석을 획득하며 제1야당으로 도약했다. 신민당은 서울·부산·인천 등 대도시에서 승리를 거두고 향후 정치민주화를 가져오는 ‘태풍의 눈’이 됐다.

1988년, YS는 13대 총선에서 다시 한 번 바람을 일으키고자 했다. 이번엔 본인이 직접 ‘정치1번지’ 종로에 출마해 통일민주당(민주당) 돌풍을 불러오겠다는 전략이었다. YS는 당시 박종률 사무총장을 불러 “종로에 내가 나가면 어떻겠냐. 그렇게만 하면 전국적으로 야당 바람이 불지 않겠느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YS의 전략은 당내 부산 지역 출마자들의 반발로 인해 실현되지 못했다. 최형우· 서석재·황낙주 등 부산·경남 지역구 출마자들은 YS의 부산 출마를 강력히 주장했다. 지역주의 논리에 따라 YS가 승산이 높은 부산에 출마해야 자신들도 뱃지를 달 수 있다는 실리(實利)적 판단에서였다. 이들의 극렬한 반대로 YS는 종로 출마를 포기하고 대신 김명윤 총재권한대행을 종로구에 내보내야 했다.

그리고 총선 결과, 민주당은 ‘제2야당’으로 몰락하며 참패했다. YS와 부산 지역구 출마자들은 당선됐지만 김명윤은 민정당에 석패했으며 민주당은 여당인 민주정의당(125석), DJ의 평화민주당(70석)에게 밀려 제3당에 그쳤다. ‘정치1번지’ 확보의 패배가 전체 당의 패배로 이어지는 뼈아픈 결과였다.

1995년, YS는 실패에 머물지 않고 다시 ‘정치 바람’에 승부를 걸었다. 95년 시행된 국내 첫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민주자유당(민자당)의 바람을 일으켜보겠다는 것이었다. YS와 김종필(JP), 노태우의 ‘3당 합당’으로 출범한 민자당은 집권여당이었지만, YS 대통령 당선 후 JP가 떨어져 나가며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을 창당하는 등 불안정한 정국이 조성됐다.

이에 YS는 이회창 전 총리를 서울시장으로 출마시켜 민자당의 위상을 높이고자 했다. YS는 지방자치가 실현되면 ‘정치 1번지’가 종로구에서 서울 전체로 확장된 것을 인지했다. 따라서 이 전 총리가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기만 한다면 이번엔 ‘여당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계산이 복심(腹心)에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YS의 작전은 이번에도 수포로 돌아갔다. 출마를 약속했던 이 전 총리가 갑자기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덕룡 당시 민자당 사무총장은 지난해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당시 이회창 국무총리를 만나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했고, 이 총리도 분명 승낙했었다”며 “이 총리가 선거 몇 달 전 갑자기 약속을 깨서 불발됐다”고 회고한 바 있다.

결국 민자당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했을 뿐 아니라 민주당의 선전, 자민련 돌풍으로 전체 선거에서 완패했다.

요컨대 YS가 주도한 선거에는 ‘한 번의 성공과 두 번의 실패’의 역사가 있었다. 그리고 이 배경에는 정치 1번지에서 시작된 바람의 유무(有無)가 있었다. 서울에서 일으킨 돌풍은 당의 승리를 가져왔다. 반면 지역주의 또는 안일한 당리당략에 기대 선거에 임하면 당은 참패했다. 정치란, 특히 선거란 ‘바람의 역사’였던 것이다.

   
▲ 〈시사오늘〉 취재 결과, 하 의원은 안철수·유승민·원희룡 의원에게 ‘트라이앵글’ 전략, 즉 ‘맞바람 전략’을 제안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맞바람 전략이란, 서울시장에 유승민-부산시장에 안철수-제주지사에 원희룡 이렇게 3인이 출마하면 이번 지방선거와 다음 총선에서 바른미래당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책략(策略)이다. ⓒ뉴시스

◇ 하태경, ‘트라이앵글 맞바람’ 전략… 거절하는 유승민과 시큰둥한 원희룡

이 ‘바람 전략’은 현재의 정치에도 유용하다. 그리고 이를 잘 알고 있는 정치인은 바른미래당 소속의 하태경 의원으로 보인다.

<시사오늘> 취재 결과, 하 의원은 안철수·유승민·원희룡에게 ‘트라이앵글’ 전략, 즉 ‘맞바람 전략’을 제안했으나 유승민 대표가 거절한 것으로 알려진다. 반면 안 전 대표는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맞바람 전략이란, 서울시장에 유승민-부산시장에 안철수-제주지사에 원희룡 이렇게 3인이 출마하면 이번 지방선거와 다음 총선에서 바른미래당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책략(策略)이다.

반박할 여지없이 서울과 부산은 정치권에서 탐내는 ‘정치 1번지’다. 여기에 원희룡 제주지사가 무혈입성(無血入城)할 가능성이 높은 제주 지역을 더하면 금상첨화다. ‘중원(中原)을 차지하는 자가 승리한다’는 말처럼, 이 세 지역을 차지한 당이 파죽지세(破竹之勢)를 보이는 것은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하 의원은 안 전 대표와 유 대표, 원 지사를 만나 출마를 설득하려 했지만 이는 불발된 듯하다. 세 정치인, 어쩌면 네 정치인의 셈법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유승민 공동대표 측은 바른미래당의 성공을 염두에 두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의 모든 관심사는 ‘무너질 한국당’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당은 홍준표 한국당 대표와 일부 의원들의 낡은 보수 이미지로 부동층 국민들의 반감이 크다. 19대 대선 이후 민주당과의 지지율에서도 ‘더블 스코어’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대로만 둔다면 다음 선거에서 전멸할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이에 유 대표는 다음 대선에서 유일 보수 후보로 추대되는 때를 기다리며,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알박기’한 채 숨죽이고 있겠다는 생각인 듯하다. 굳이 바른미래당 이름으로 지방선거에 출마해봤자 실패하면 ‘보수의 적자’ 이미지에 손상만 가고, 안철수 전 대표를 비롯한 다른 보수 경쟁자에게 좋은 일만 만드는 꼴이기에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거의 방관자에 가까운 모습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그의 거듭된 대구시장, 서울시장 불출마 선언도 이와 같은 관점에서다.

반면 원희룡 지사 측은 ‘안철수·유승민 당’으로 불리는 바른미래당에 자신의 자리가 없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출마해봤자 지방선거 승리의 공(功)과 ‘개혁보수’라는 긍정적 이미지는 두 명의 스타 정치인이 다 가져갈 텐데, 무엇을 얻으러 바른미래당에 적을 두냐는 논리다.

전략을 제시한 하태경 의원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부산 지역구 정치인이다. 안철수 전 대표가 부산시장으로 출마한다면 그의 재선(再選)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는 88년 총선 당시 부산 지역구 후보들이 YS의 부산 출마를 북돋은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결국 홀로 남은 것은 안철수다. 안 전 대표는 통합에 모든 정치 생명을 걸었다. 통합 과정에서 지역 기반인 호남과 국민의당 의원 절반을 잃었다. 안철수 혼자 바른미래당으로 승부를 내야 하는 입장이다.

안철수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와 그로 인한 ‘바른미래당 돌풍’은 이뤄질 수 있을까. 출마를 거부하자니 당의 미래가 어둡고, 그렇다고 출마하자니 당장 자신의 미래가 불투명하다. 바른미래당 바람의 종착지는 어딜까. 피치 못할 사정으로 ‘6·13 적벽대전’의 제갈공명이 된 그의 어깨가 무겁다.

담당업무 : 국회 및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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