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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때리기’ 집착하는 한국당의 오판
<기자수첩> 새누리당과 한국당은 전혀 다른 정당…과거 성공 방정식에 매몰되지 말아야
2018년 02월 28일 17:58:17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이제는 한국당도 문재인 정부를 ‘사회주의 노선에 전도된 정권’으로 몰아붙이고, 통일대교 남단에 앉아 밤새 구호를 외치는 것이 ‘괜찮은 전략’인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 아닐까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공식 블로그

지난해 5월 9일 있었던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은 입버릇처럼 ‘3년만 버티자’는 말을 했다. 5년 단임제 하에서, 정부여당 인기는 1~2년차에 최고치를 찍고 3년차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4년차부터 레임덕이 찾아온다는 경험칙을 근거로 한 ‘희망의 노래’였다. 3년 후부터는 정부여당 인기가 떨어지고, 그 지지율은 자연스럽게 한국당으로 흡수되면서 다시 수권정당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논리일 터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 같은 예측에는 상당한 합리성이 있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5년 단임제에서 직(職)을 수행한 대통령 중 ‘3년차 지지율 급락·4년차 레임덕’ 문법을 비켜간 대통령은 한 명도 없었다. 현실적으로, 문 대통령 역시 이 루트에서 자유로울 확률은 높지 않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문 대통령에게도 ‘시간의 저주’가 찾아오리라는 데는 대다수의 정치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문제는 정부여당의 지지율 하락이 야당으로 흘러들어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한국당은 모든 전략을 ‘정부여당 지지율 하락 = 야당 지지율 상승’의 바탕 위에서 수립하고 있다. 정부여당 지지율과 야당 지지율이 반비례관계에 있다는 ‘학습 효과’에 기반을 둔 전략이다. 한국당이 스스로의 비전과 경쟁력을 과시하기보다, ‘문재인 정부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여당 지지율 하락이 한국당 지지율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이론(異論)이 적지 않다. 한국당이 직면한 위기의 본질이 그리 단순치 않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정부여당 지지율 하락 = 야당 지지율 상승’ 공식은 양당이 상호보완관계라는 전제 하에서만 효력이 있다. 지난달 기자와 만난 정치권의 노정객(老政客)은 “지금까지 우리 정치는 양당이 권력을 나눠먹는 형태였다”며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양당이 ‘비슷한 수준’이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지금 한국당은 수권정당으로서의 신뢰를 상실한 상태다. 스스로 고백했듯, 대한민국 보수정당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자유민주주의적 가치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 성과 위에 세워진 성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산업화 성과는 대한민국 보수정당이 독점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값비싼 정치적 유산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이러한 보수의 ‘펀더멘탈’은 모두 무너졌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나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등은 자유민주주의적 가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사건이었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보수층이 신봉해온 ‘유능한 카리스마적 리더’에 대한 신화를 붕괴시켰다. 즉, 한국당은 자신들을 지탱해온 두 가지 핵심 축을 모두 잃어버린 상황이나 다름없다.

이 지점에서 한국당의 오산(誤算)이 포착된다. 자유민주주의와 산업화라는 두 축이 모두 무너졌다면, ‘신이 내린 정당’이라던 과거의 보수정당과 지금의 한국당은 질적으로 다른 정당이다. 정부여당이 무너지면 자연스럽게 지지율이 상승했던 ‘대안 정당’이 아니라는 의미다. 게다가 ‘중도보수’를 표방하는 바른미래당도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정치 지형이 만들어져 있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 이번에도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2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때 81%에 달했던 문재인 정부 지지율은 68%까지 떨어졌으나, 한국당 지지율은 여전히 10%대 극초반에서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지지율과 관계없이, 한국당 지지율은 꾸준히 정체돼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 10개월 가까이,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 때리기’에 열을 올려왔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당 지지율은 10%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한국당도 문재인 정부를 ‘사회주의 노선에 전도된 정권’으로 몰아붙이고, 통일대교 남단에 앉아 밤새 구호를 외치는 것이 ‘괜찮은 전략’인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 아닐까.

담당업무 : 국회 및 자유한국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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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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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ans 2018-03-13 00:07:11

    멋진 현실 해석과 논리적인 글 전개신고 | 삭제

    • 나그네 2018-03-01 12:48:39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습니다.신고 | 삭제

      • 송민용 2018-03-01 12:13:03

        적절한 기사다.
        건전한 보수가 살아야 나라도 산다. 건전한 견제 세력은 타협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정치 발전에 매우 요긴하다. 보수가 현실을 파악하고 제 정신으로, 상식의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지금은 하는 짓 마다 하는 말 마다 띠옹이다. 과거 남원정같은 새 인물이 나타나 첫째는 과거의 적폐에 대해 사죄하고 둘째는 적폐를 청산하고 셋째는 새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면 다시 살아날 수 있다. 국민들은 그들의 어거지 주장에 넌더리가 날 뿐이다.신고 | 삭제

        • 김이은 2018-03-01 00:43:06

          옳은말씀입니다!!!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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