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정치] 태종의 책사 하륜과 대북특사
[역사로 보는 정치] 태종의 책사 하륜과 대북특사
  • 윤명철 논설위원
  • 승인 2018.03.0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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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판 ´하륜´이 필요한 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논설위원)

▲ 지난 2008년 프라자호텔에서 황준국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과 함께 북핵6자회담과 관련된 협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성 김 당시 미국 국무부 대북특사. 이후 한미의 대북특사 파견은 이뤄지지 않았다. ⓒ뉴시스

조선 태종은 인복(人福)이 타고난 군주였다. 문(文)으로는 하륜을, 무(武)로는 이숙번을 참모로 삼아 1~2차 왕자의 난을 진압하고 왕위에 오르며 조선 통치체제의 기본 구조를 완성했다.

하륜은 태종을 보좌하며 조선 왕조의 기틀을 마련한 최고의 공신이다. 특히 명나라 영락제(永樂帝)의 등극사로 가서 조선왕조의 인준을 표하는 고명인장(誥命印章)을 받아왔다. 고명인장은 명나라가 태종을 조선의 군주로 인정한다는 증표로 조선이 중국 중심의 세계질서의 일원이 됐다는 신원보증서다.

명 황제 영락제는 조선의 태종과 등극 과정이 비슷했다. 아니 거의 똑같았다. 명을 건국한 주원장은 자신의 넷째 아들 영락제를 외면하고 손자인 건문제(建文帝)를 선택했다. 영락제는 이에 불만을 품고 이른바 ‘정난(靖難)의 변’을 일으켜 어린 조카를 내몰고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태종은 하륜이 자신과 유사한 집권과정을 가진 영락제를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요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요즘으로 말하면 ‘대통령 특사’로 하륜만한 인물이 없었다. 영락제도 태종이 최측근 인사인 하륜을 보내 자신의 즉위를 축하해준 것은 중화질서에 동조한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고명인장을 내린 것이다.

태종은 1403년 5월 11일 하륜에게 “경은 도가 크고 덕이 넓으며, 본 것이 높고 아는 것이 밝다”면서 “천자께서 때를 알고 변(變)에 통하는 것을 아름답게 여기어, 총애하고 대접하는 것이 넉넉하고 후하여, 이에 고명과 인장을 정신(명나라 신하) 도지휘사 고득과 좌통정 조거임에게 주어, 이들이 와서 명령을 내렸으니, 처음부터 끝까지 유공한 바가 진실로 영원히 잊기 어렵도다”라고 치하했다.

태종의 특사 하륜은 두 차례 왕자의 난을 거치며 안정을 찾지 못한 조선 왕조를 구해냈다. 하륜이 없었다면 조선은 또 다시 내전을 겪었을 지도 모른다. 세종의 치세도 없었던 일이 됐을 것이다.

2018년 한반도는 위기 상황이다. 남북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화 국면에 들어섰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자신의 여동생 김여정을 특사로 파견해 남북정상회담을 전격 제안했다.

김 위원장의 의중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김여정이 특사로 오자 문재인 대통령도 대북 특사를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정치권에선 서훈 국정원장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을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문재인 대통령의 총애를 받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하지만 이번에 파견될 대북 특사는 대통령의 총애로 판단될 일이 아니다. 남북관계 개선도 중요하지만 한반도의 현재를 총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또한 북한을 잘 알고, 스킨십이 가능하면 금상첨화다. 그런면에서 김정은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만나봤던 임수경 카드도 매력적이다. 임수경이라면 북한에서 거부감을 피할 수 있다. 또한 그는 1988년 이후 통일문제를 끊임없이 연구해 온 인사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 만하다.

2018년판 ‘하륜’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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