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칼럼>위키리크스의 지구촌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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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성칼럼>위키리크스의 지구촌 습격
  • 김동성 자유기고가
  • 승인 2010.12.0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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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안보 위협할 정보가 햇볕 봤단 점에서 축복? 재앙? 논란

지구촌이 난리다. 산업혁명 이래로 화약 냄새 없는 이런 '난리'는 처음일 것이다. 미국 국무부 기밀 자료를 하루가 다르게 공개하고 있는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에 따른 혼란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달, 보안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미국 국무부의 보안망이 뚫렸다. 엄밀히 말하자면 내부자가 여러 기밀 자료들을 사이트에 올린 것이다. 하나 같이 일급비밀, 좀 영화식으로 표현하자면 'TOP SECRET(톱 시크릿)'이다. 

사이트가 공개한 자료를 조금만 살펴봐도 당사국인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인들이 경악을 할 수밖에 없는 그런 비밀들이 속속 인터넷을 타고 전파됐다. '열혈'로 소문난 힐러리 미 국무장관의 입이 떡 벌어질 만하다.

그 중엔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도 많다. 바로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여러 정보들이다. 특히 여기엔 북한의 핵 개발과 관련된 것들이 다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소한 습관과 병세까지 나와 있으니, 시쳇말로 '말 다한 것'이다. 

군사력과 북핵을 두고 힘을 겨뤄온 한반도 주변국간의 알려지지 않았던 '의중'도 다수 포함돼 있다. 중국이 남한에 의한 한반도 통일을 바라고 있다는 획기적인, 우리로선 다소 반길 만한 정보도 들어있다.

반면, 6자 회담을 둘러싼 한중간의 시각차는 우려를 던진다. 더욱, 우리 정부 당국자들이 북한에 대한 중국의 미온적 태도에 여과 없는 불만을 드러낸 것이 알려져 말썽의 소지를 남겼다. 향후 대중 외교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사이트의 폭로엔 이런 한반도 문제말고도 미국의 세계경영(?)과 관련된 자료들이 상당수 있다. 얼마 전엔 미 국무부가 유럽의 주요 군사시설을 파악하고 있다는 근거자료가 공개돼 또 한바탕 논란을 빚었다.

이 자료가 공개되자 미국은 참았던 화(禍)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군사 시설이 테러단체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일면 타당성이 있다. 사이트 운영자인 줄리언 어샌지를 간첩혐의로 체포하겠다는 으름장도 놓았다. 이후 영국 경찰이 어샌지를 체포했다. 그러나 죄목은 성폭행 혐의다. 

지구를 한번이상 들었다 놓을 만한 이 초유의 사건 진원지는 '위키리크스'다. 따라서 사이트에 대한 논란은 클 수밖에 없다. 세계 안보를 위협할 만한 주요 정보가 햇볕을 봤다는 점에서 축복이냐 재앙이냐는 논란까지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가 발견된다. 자료가 공개된 것은 '위키리크스'지만, 자료의 출처는 미국이라는 것이다. '일개' 한국 당국자의 말 한마디가 혹은 유럽의 군사 시설이 미국에 무슨 필요가 있었을까?

'위키리크스' 사태를 보며 고개를 든 또 하나의 의문이다. 특히 자료를 보면, 정보가 전달된 과정도 상세하다. 한반도 문제, 그중 남한 내 정부의 입장은 주로 미국 대사관을 통해 본국에 전해졌다. 이는 유럽 등 미국 공관이 있는 곳은 공통적일 것이다. 우리식 대로 따지자면 미국은 세계를 상대로 '사찰 활동'을 벌였다는 말이 된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미국이 세계의 경찰국'이라는 말이 빈말이 아니라고 지적하며 씁쓸함을 감추지 않는다. 가공할 자료의 무분별한 공개도 논란거리지만, 각 국의 기밀을 모아 힘을 발휘해온 미국의 행태도 쉽게 보아 넘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세계를 뒤덮은 인터넷의 위력과 초강대국 미국이 가진 힘의 원천이 여실히 드러난 세기의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월요시사 편집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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