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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필담] 선거연대가 '적폐'일까, ‘내로남불’ 아닐까?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언행일치’로 바꿔야 할 때
2018년 03월 11일 14:33:18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정당의 사전적 의미를 고려하면,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연대가 ‘이질적 결합’이었던 DJP·노무현-정몽준 연대보다 더 합리적인 면이 있다 ⓒ 뉴시스

1997년, 제15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적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 김대중(DJ)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후보가 40.3%의 득표율로 38.7%를 얻는 데 그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누른 결과였다.

이 선거에서 DJ가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IMF 외환위기라는 국난(國難), 두 번째는 이회창·이인제로 나뉜 보수의 분열, 그리고 세 번째는 추구하는 가치가 전혀 다른 DJ와 JP(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이른바 ‘DJP연대’였다.

‘민주화 투사’였던 DJ와 군부정권의 2인자로 군림했던 JP의 연대는 국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DJ는 ‘야합(野合)’이라는 비판을 ‘최초의 정권 교체’라는 명분으로 돌파했지만, 역설적으로 정권 교체 자체를 명분으로 내세웠다는 것은 DJP 연대가 선거 승리를 위한 ‘정치 공학적 연대’라는 방증이었다.

‘단일화 효과’를 톡톡히 본 민주당은 5년 후에도 성향이 전혀 다른 두 후보의 단일화를 성사시키며 정권 연장에 성공했다. ‘기득권 타파’를 외치던 노무현 후보와 ‘재벌’ 정몽준 후보는 DJP 연대만큼이나 이질적인 조합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런 지적 역시 ‘이회창 대세론’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명분으로 일축했다.

대선만이 아니었다. 민주당은 크고 작은 각종 선거에서 진보정당과의 ‘야권 연대’를 반복해왔다. 정강·정책 면에서 진보정당과 민주당은 적잖은 거리가 있었지만, 그 또한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독주를 견제해야 한다”거나 “기울어진 운동장을 극복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강행했다. 어떤 의미에서, 1997년 이후 민주당의 역사는 ‘연대의 역사’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여권 일각에서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선거 연대 가능성에 대해 ‘정치 공학’이라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로 다른 이념을 추구하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오로지 선거만을 위해 손을 잡으려 한다는 꾸짖음이다. 이달 초 기자와 만난 여권의 한 당직자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선거 연대는 ‘국민은 없고 선거만 있는 적폐연대’”라고까지 했다.

그러나 과거 민주당의 논리를 그대로 빌려오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게도 연대의 명분은 충분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대한민국 정치 지형은 완벽히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으며,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견제와 균형’을 위해서는 보수양당의 선거 연대가 불가피한 상황에 가깝다.

오히려 ‘정치적인 주의나 주장이 같은 사람들이 모인 정치 결사체’라는 정당의 사전적 의미를 고려하면, 한국당-바른미래당 연대가 ‘이질적 결합’이었던 DJP·노무현-정몽준 연대보다 더 합리적인 면이 있다. 어찌됐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보수’라는 테두리 안에 위치하는 정당들이니 말이다.

물론 선거에서의 유·불리만을 따져 이합집산(離合集散)을 반복하는 정치권의 행태가 바람직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의 비판도 보기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정치는 다 그런 것’이라지만, 이제는 정치인들도 언행일치(言行一致)의 미덕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가 아닐까.

담당업무 : 국회 및 자유한국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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