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백인이 되려고 표백제를 마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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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백인이 되려고 표백제를 마셨어요"
  •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18.03.15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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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의 지구촌 음악산책(27)> 마르타 고메즈(Marta gomez)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내가 처음 접한 마르타 고메즈(Marta gomez)의 노래는 월드 뮤직 음반을 내는 음반 회사인 푸투마요(Putumayo)의 음반 'Women of Latin America'에서였다. 이 음반에 수록된 고메즈의 노래는 'La Ronda'*이다. 이 곡은 콜롬비아 전래 동요에서 가사를 따왔다고 한다. 노래의 가사는 동요가 갖는 천진난만한 부분도 있지만 철학적이고 시적인 부분도 있다. 간단히 요약하면,

아이들이 그렇게 노는 것처럼 놀자
내게 키스를 해줘
태양과 대지를 초대하자
빛과 바람
그리고 보자
그러면 문제가 해결되는지

말을 타고 있는 것처럼 가장하자
내 말은 바다 네 말은 모래
빨리 더 빨리 가자
그들이 빨리 달릴 수 있는 만큼
해와 달을 초대하자
평화와 전쟁
그리고 보자
그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지

▲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가사를 얼핏 보면 남미 시인들의 시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이 곡은 아주 경쾌해서 듣는 이를 아주 유쾌하게 한다. 특히 퍼쿠션 반주는 음악을 듣는 동안 절대로 몸을 가만히 두게 하지 않는다. 그만큼 리듬과 비트가 독특하고 신이 난다.

고메즈는 콜롬비아 칼리(Cali)출신으로 음악적 재능이 남다른 가수다. 현재는 콜롬비아에 살지 않고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거주하고 있다. 어릴 때에는 동네의 합창단에서 노래를 불렀고, 일찍이 음악에 재능을 보여 미국 보스톤의 버클리 음대를 장학생으로 졸업하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자신의 밴드를 결성해 활동하면서 콜롬비아의 꿈바야(Cumbaia, 콜롬비아와 파나마의 민속춤)와 밤부꼬(Bambuco, 콜롬비아와 에콰도르의 Esmeraldas의 민속 무용), 쿠바의 손(Son), 볼레로(Bolero, 쿠바에서 유래된 2/4 박자의 카리브해 지역 노래), 브라질의 보사노바, 칠레의 란도(Lando) 등 라틴 아메리카의 다양한 민속음악을 자신의 음악에 자양분으로 사용했다.
 
고메즈는 2003년 'Cantos de Agua Dulce'라는 표제의 음반을 내는데 해석하면 '달콤한 물의 노래'이다. 이 음반에는 고메즈의 대표 음반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뛰어난 곡이 많다. 그리고 칠레의 소설가 이사벨 아옌데(Isabel Allende)의 작품 '빠울라'(Paula)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했다고 하는 'Paula Ausente'가 들어있다. 이 음반은 빌보드 차트 10위를 기록했고 유럽의 월드 뮤직 차트에서도 10위 안에 들어가 크게 성공한 앨범이라 하겠다. 수록된 곡은 한 두곡을 제외하고 대부분 고메즈가 작곡했다.

고메즈는 이 음반으로 2004년 라틴 빌보드 음악상에 올해의 라틴재즈 음악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그리고 2005년 발표한 'Enter Cada Palabra'는 2006년에 'Best National World Music Artist' 상을 수상했다. 한편 고메즈는 남녀평등과 인종차별에 대한 저항운동에도 큰 관심을 보이는 가수다. 남녀평등을 위한 곡으로 알려져 있는 곡은 'On Woman'인데 이 곡은 UN의 여성 직원들에게 보내는 노래로도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Nigrito'(흑인 아이)라는 곡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곡인데, 한 어린 흑인 소녀가 백인처럼 하얀 피부를 갖고 싶어서 표백제를 한 통 다 마시고 죽다가 살아난 뉴스를 보고 작곡했다고 한다. 이 곡에서는 인종차별에 대하여 강한 저항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고메즈의 음악을 들어보면 라틴 가수 치고는 비교적 여린 음색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목소리도 맑고 투명하며 무겁거나 처량하지 않다. 카리브 해 연안의 다양한 음악을 재즈에 접목해 아름다움과 감미로움을 미묘하게 떨리는 바이브레이션으로 전해준다.

끝으로, 앞서 언급한 푸투마요(Putumayo)에 대해서 좀 설명하고자 한다. 세계 음악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음반회사인 푸투마요는 마르타 고메즈의 모국인 콜롬비아 국경에 있는 강의 이름이다. 이 곳 푸투마요 강 주변에는 그 양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지뢰가 설치돼 해마다 수많은 어린이들이 죽거나 다친다. 푸투마요는 이같이 피해를 입은 어린이들의 재활과 치료를 위해서 자선 모금 앨범인 '라디오 라티노'(Radio Latino)를 발매했다. 푸투마요의 설립자 겸 CEO인 Dan Storper가 콜롬비아를 방문했을 당시 Alvaro Uribe 콜롬비아 대통령과 함께 이 곳 푸투마요 강을 둘러보았다고 한다.

한 웹사이트의 설명에 따르면 이곳은 아프카니스탄 다음으로 가장 많은 지뢰가 설치돼 있다고 한다. 즉 세계에서 두 번째로 지뢰가 많이 설치된 곳이다. 당시 푸투마요는 앨범 발매 때 20만 불을 기부했고 앨범 한 장 판매 때 마다 1달러씩 추가 기부를 하기로 했다. 라디오 라티노 앨범에는 다양한 음악 11곡이 들어있는데 Sacha Nairobi의 'Princesco', Javier Grcia의 'Me Gustaria', Bebe의 'Men Senara' 등 인기 있고 재미있는 노래들이 꽤 많이 수록돼 있다.

이 푸투마요의 설립자인 댄은 1993년 처음 회사를 세웠다. 이 때 만해도 세계 음악이 미국에 한정돼 유통, 보급되고 있는 정도였다. 푸투마요 설립 이후 실제로 광고 음악에서도 세계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영화의 사운드 트랙에서도 들을 수 있을 만큼 친근해졌다.

▲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댄은 본래 1973년 워싱턴 대학에서 라틴 아메리카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이후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등지의 라틴 문화와 민속음악에 빠졌었다. 1975년 그는 뉴욕에 작은 소매점을 냈다. 그 작은 가게에 그동안 라틴 아메리카를 여행하면서 모은 수공예품과 의류 등을 전시, 판매했다. 1982년까지 그 가게는 언론과 소비자들의 관심 속에서 체인점이 600개까지 늘었다. 그러던 중 1985년 그레타 가르보(Greta Garbo, 1905년 9월 18일~1990년 4월 15일),  제인 폰다(Jane Fonda, 1937년 12월 21일~), 미아 페로우(Mia Farrow, 1945년 2월 9일~) 등과 같은 명사들의 후원으로 뉴욕에 세 번째 가게를 오픈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1997년 댄은 세계음악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 지금까지 운영해오던 사업체를 모두 팔고 민속음악학자인 Jacob Edgar와 함께 세계음악을 찾아서 전 세계를 누비기 시작했다. 그리고 푸투마요라는 레이블의 음반으로 다양한 월드뮤직을 소개하고 있다. 이 푸투마요 음반은 지금까지 50종 이상 발매됐고, 10만장 이상 판매된 음반은 15 종이 넘으며, 현재까지의 누적 판매량은 대략 300만장에 이른다고 한다.

* Bebe의 곡은 푸투마요 레이블에서 발매한 ‘라틴 라운지(Latin Lounge)'라는 또 다른 음반의 세 번째 트랙에 'Simpre Me quedara'라는 곡도 유명하다. 이 라틴 라운지 음반에는 아주 재미있는 곡들이 많은데 특히 Sise 의 'Mariposa' (en Havana)라는 곡과 Amparanoia 의 'Don't Leave Me Now', 그리고 Adriana Castelazo 가 피처링한 Deepak Chopra 의 'In Love With You'는 꼭 들어볼만한 노래다. 하지만 여기 곡이 들어있는 가수들의 독집 앨범은 특별한 경우 아니면 따로 구매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필자가 이미 구매해서 다 들어 보았지만 여기 수록된 것만은 못하다. 다시 말해서 필자가 바보짓을 미리 해봤으니 다시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 La Ronda

A la rueda, rueda de pan y canela
 ¡Dame un besito, vete pa' la escuela!
 Que juegue a la ronda el sol y la tierra
 A la rueda ruedita tierra de piedra
 Dame un besito sol de madera!

A la rueda rueda luz
 De pan y canela viento
 A la rueda rueda mar
 De pan y canela aire
 A ver si se acaban to' los problemas
 Jugando a la ronda pan y canela!

Arre caballito hecho de madera
 No andes tan despacio al subir la cuesta!
 Que juegue a la ronda el mar y la arena
 Arre mi caballito arena de piedra
 No andes tan mar de madera!

A la rueda rueda sol
 De pan y canela lluvia
 A la rueda rueda sal
 De pan y canela cielo.

A ver si se acaban to' los problemas
 Jugando a la ronda pan y canela!

A la rueda rueda luz
 De pan y canela agua
 A la rueda rueda paz
 De pan y canela guerra

A ver si se acaban to' los problemas
 Jugando a la ronda pan y canela!
 A ver si se acaban to' los problemas
 Jugando a la ronda pan y cane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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