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한혜선 한국쓰리엠 어린이집 원장)
옛날 옛날 깊은 산 속에, 커다란 호랑이가 살았어요.
며칠째 흰 눈이 펑펑 내렸어요. 호랑이는 쫄쫄 굶었어요.
온 산을 뒤져 봐도 먹이가 없네요. 꼬르륵 꼬르륵...
전래동화 〈호랑이와 곶감〉이 시작되는 부분이다. 우리는 어릴 적 엄마나 할머니가 들려주는 전래동화를 들으며 스르르 잠이 들기도 했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옛날이야기를 듣다가 무서운 이야기가 펼쳐질 때면 이불속으로 숨기도 했다. 이렇듯 아이들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상상력과 꿈을 키워갔고 따뜻한 마음을 키우며 자랐다. 어릴 때부터 우리가 들어왔던 한국의 전래동화, 전래동요를 들여다보면 한국인의 긍정적인 정서와 기질을 발견할 수 있다.
〈토끼와 거북이〉 동화를 보면 거북이는 느리지만 끝까지 낙심하지 않고 참아내며 최선을 다해 끝내 토끼를 이기게 되는 모습을 본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거북이처럼 쉽게 낙심하지 않고 참아내는 낙천적인 근성이 있다.
그뿐인가 〈토끼의 재판〉이라는 동화는 은혜를 모르는 호랑이로 인해 궁지에 몰린 나그네를 보고 토끼가 ‘꾀’를 내어 구해주는 이야기다. 이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려운 사람을 보면 모르는 체 하지 않고 도와주는 정이 많은 민족이다.
〈혹부리 영감〉이라는 동화에서는 착한 혹부리 영감이 노래를 부를 때 도깨비들은 신이 나서 흥겹게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이 나온다. 흥겹게 부르는 노래가 얼마나 좋았으면 금은보화와 혹을 맞바꾸었을까? 이렇듯 우리나라 사람들은 흥이 넘친다.
김홍도의 〈씨름도〉다. 양반, 중인, 상민, 천민이 함께 어울려서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루며 피곤한 세상살이의 고단함을 털어 내던 당시 대중들의 놀이 문화를 엿볼 수가 있다. 그림 속 인물들의 표정들을 보면 얼마나 정감이 있고 여유로운가?
꼬방꼬방 장꼬방에 / 모래알로 밥을 짓고 /
꽃잎 따다 전 부치고 / 풀잎 따서 국 끓이자 /
전래동요 〈꼬방꼬방〉의 노랫말
〈꼬방꼬방〉은 소꿉놀이를 하면서 불렀던 노래다. 우리가 어릴 적에는 나무그늘에서 또는 골목에서 몇몇이 모여 모래알로 밥을 짓고 꽃잎 따다 전 부치며 소꿉놀이를 했다. 그러면서 친구와 우정이 깊어졌고, 넉넉한 심성으로 사는 법을 배우며 자랐다.
친구들과 놀이하며 웃음소리가 번져가는 그림 같은 풍경을 요즘에는 보기가 힘들어졌다. 개인주의가 팽배해진 탓일까? 모두가 1등 하기 위해 달려가는 이 시대의 부모들은 자신 또는 자녀를 1등으로 만들기 위한 ‘열기’가 가득하다. 그러나 넉넉하고 남을 배려하는 ‘온기’는 사라진지 오래다.
길을 가다가 어려운 사람을 보면 고개를 돌리기 일쑤이고, 사건사고가 난무하고 있다는 이유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낯선 사람은 따라가서도 안 되고, 말을 걸 때 이야기해서도 안 된다고 교육하고 있다. 메말라가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한국의 정서가 흔들리고 있다.
정이 많고, 넉넉하고, 남을 배려하고, 흥이 많은 한국인의 긍정적인 정서를 대대손손 물려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한국의 정서가 담겨 있는 동화와 동심이 가득한 동요를 많이 들려줘야 한다.
그것이 ‘열기’ 보다 ‘온기’를 물려줘야 하는 어른들의 몫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혜선 한국쓰리엠 어린이집 원장〉
·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 유아교육 전공
· (사)한국문인협회 회원
· 명지전문대 유아교육과 · 인하대 아동학과 겸임교수 역임
· 〈그러니까 딩가딩〉(2015) 저자